‘달러 강세’ 막 내린다...미국 소비자물가 둔화에 달러가치 15개월만에 최저
▶ 한국 원달러 14.7원 내린 달러당 1,274원으로 마감
2023/07/13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중앙은행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1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급속한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킹달러’ 시대가 저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13일 국제 외환시장에 따르면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현재 99.90으로 100이 무너졌다. 지난해 4월 100.39(종가 기준)를 기록한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인덱스가 연고점을 찍었던 작년 9월 114.11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12% 이상 하락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달러 가치가 내렸다.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3.1%)를 밑도는 수준으로, 미 CPI 상승률이 4%를 하회한 건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은 약달러에 베팅하고 나섰다. Fed가 이달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긴축 스텝을 종료할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 매도세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헤지펀드가 3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순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일본 엔화, 뉴질랜드 달러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브래드 깁슨 아시아태평양 채권 부문 공동 대표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Fed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대체로 미국 달러가 정점을 찍었고 다른 통화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더 나은 성과를 낼 여지가 있을 걸로 본다”고 밝혔다.
신흥국 통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남미 국가 중 하나인 콜롬비아 페소의 경우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8% 상승했다.
스위스 UBS의 신흥국·아시아태평양 채권 대표인 샤마일라 칸은 “브라질,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 통화가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국 통화가 제공하는 두 자릿수의 높은 수익률은 이들 통화를 선호하도록 만드는 이유다. 달러는 올해 하반기 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G 인베스트먼트는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일각에선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 불안심리 확산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브랜든 머피 매니저는 “우리는 외환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며 “실질금리는 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유럽이나 중국보다는 훨씬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일(한국시간)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미국 달러화 약세효과로 1,270원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13.7원 내린 1275원에 거래 시작해 오후께 127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14.7원 하락한 1274원에 마감했다. 1달러가 1270원대까지 하락한 것은 지난 6월 16일 1271.9원 이후 약 1개월만이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