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시즌 KBL 코트를 누빌 용병들이 대부분 확정됐다. 지난해까지 트라이아웃 제도로 용병들을 선발했던 KBL은 올해 처음으로 자유계약제도를 시행했고, 제도적인 변화도 뒤따랐다. 월 1만 달러씩 지급되던 연봉이 용병 2명 합산 최대 28만 달러로 증가했고, 신장 합계도 4m로 늘어났다. 기대대로 유럽 리그와 미국 하부리그에서 활약하던 수준급의 선수들이 KBL의 문을 두드렸다. 용병 2명이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슬픈 현실의 KBL 무대. 그렇기에 각 팀들은 팀컬러에 맞는 수준급 용병을 찾기 위해 햇볕이 따가운 여름 내내 미국을 돌아다녔고, 드디어 대부분 결정을 내린 상태다. 2004-05시즌에 활약할 각 팀의 용병들을 기록과 자료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다.
(포지션/신장/前리그(기록)/연봉 순. *는 재계약)
TG삼보에게 가장 적합한 용병 조합은 역시 센터-가드다. 특히 지난 시즌의 리온 데릭스는 김주성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스타일의 용병이었다. 골 밑에서 김주성의 플레이를 살려줄 수 있는 패싱력에 관용이라는 마인드도 갖춘 선수였다. 최고의 보조자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공수에서 TG삼보의 고공질주에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가 바로 데릭스였다. 김주성도 데릭스에게 자주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 밑에서의 피지컬 함이 부족해 로 포스트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TG삼보가 선택한 자밀 왓킨스는 로 포스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왓킨스는 패트릭 유잉, 알론조 모닝, 앨런 아이버슨 등의 NBA 스타를 배출한 명문 조지타운大 출신이다. 특히 유잉, 모닝 등 뛰어난 센터들이 이 곳에서 자랐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왓킨스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기본기와 수비만큼은 확실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의 하부리그에서 활약하던 왓킨스는 유럽 최고의 리그인 스페인의 ACB, 이탈리아의 세리에 A로 진출했지만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이후 NBDL로 돌아와 NBA 진출을 노렸다. 지난해 10월 휴스턴 로케츠와 계약했지만, 정식 로스터에는 들지 못해 필리핀의 PBA에서 활약했다. 평균 28.6득점, 18.8리바운드, 3.1블록슛을 기록했지만 턴오버가 무려 6.1개나 된다. 일단 아시아 농구를 접했다는 점에서 KBL에서의 빠른 적응이 기대된다. 207cm로 현재 확정된 용병 중 최장신인 그는 큰 신장을 앞세워 공수에서 김주성을 도와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데릭스가 잘 했던 부분에서 그가 따라갈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데이비드 잭슨, 앤트완 홀로 이어지며 KBL 인기 용병의 등용문이나 다름없었던 TG삼보의 용병 가드 자리는 처드니 그레이의 차지가 될 전망.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레이가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진다. 세인트 존스大 출신인 그레이는 론 아테스트와 같은 NBA 선수들과도 플레이 한 바 있으며, 찰스 민렌드와도 대학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190cm의 가드인 그는 2000년 USBL 신인상을 수상하고, 올해에는 USBL MVP에 등극했다. 올해 USBL에서 평균 19.6득점, 5.0어시스트, 4.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소속팀인 브룩클린 킹스를 준우승으로 이끌 정도로 기량만큼은 증명된 선수다.
문제는 얼마만큼 TG삼보의 시스템에 녹아드느냐이다. TG삼보가 원하는 스타일의 용병 가드는 중용을 아는 공격형 가드다. 잭슨과 홀은 중용에서 전창진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MVP를 수상할 정도면 그레이가 중용과 미덕에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잭슨, 홀보다는 조금 더 가드다운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김주성 효과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레이의 공격력이 가장 중요시된다. 전반적인 공격력은 괜찮지만 3점슛 성공률 30.2%(29/96)는 재고되어야 할 문제점이다.
□ 전주 KCC 이지스
- 찰스 민렌드 F/196/KBL(27.1P-11.3R)/16만*
- R.F 바셋 C/205/KBL(21.4P-9.8R)/12만*
KCC는 도박보다는 안정성을 택했다. 자유계약제가 처음 시행됐지만, KCC는 아직 자유계약제가 확실히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액이 올라간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용병이 올 수 없다고 판단해 찰스 민렌드-R.F 바셋 라인으로 2004-05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지난 시즌 KCC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주도한 민렌드-바셋 용병 조합은 국내 선수들과 더욱 무르익은 조직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준급의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상황이지만 이스라엘 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민렌드 역시 '알아주는' 선수이며, 바셋도 USBL과 독일 리그에서 괜찮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농구와 신선우 감독의 농구에 적응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신선우 감독의 전술은 알려졌다시피 매우 변화무쌍하며 바스켓볼 I.Q가 떨어지는 용병들은 그와 KCC에 적응하는 데 매우 애를 먹는다. 그런 면에서 이미 KCC의 농구를 접한 민렌드와 바셋은 리그 초반부터 국내 선수들과 절정의 호흡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KCC 입장에서도 시행착오 없이 시즌을 출발한다는 점은 긍정적. 게다가 민렌드, 바셋이 상호보완적인 플레이로 1+1=3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시즌에는 바셋이 시즌 중반에 합류했기 때문에 조직력이 덜 완성된 면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작부터 함께 하기 때문에 기대해볼 만하다. 문제는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있다. 즉, 수준급의 용병들의 이들과 어느 정도의 기량 차이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 결국 KCC의 생명은 조직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 대구 오리온스
- 네이트 존슨 F/197/이탈리아 세리에 A(16.4P-4.1R)/14만
- 로버트 잭슨 C/202/스페인 ACB(9.8P-5.6R)/14만
마르커스 힉스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내는 바람에 지난 시즌을 힘겹게 치른 오리온스는 네이트 존슨, 로버트 잭슨이라는 수준급의 용병들을 영입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의 '로또 농구' 컬러를 벗을 게 확실하다. 급조된 팀컬러였기에 한계점이 많았으며, 기본적인 빠른 트랜지션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확률 높은 농구를 추구할 계획이다. 공수에서 골 밑 부재를 드러냈던 오리온스는 존슨, 잭슨 두 용병으로 하여금 골 밑을 꽁꽁 동여맬 것으로 보인다.
NBA의 공식 마이너리그인 NBDL 득점왕 출신의 존슨은 가장 기대되는 용병 중 하나다. 루이즈빌大를 나온 존슨은 NBDL 최고의 득점기계였다. 2001-02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존슨은 2002-03시즌에 평균 19.5득점을 올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19.5점이 다소 적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NBDL에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NBDL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세리에 A로 진출한 존슨은 그곳에서도 주전 포워드로 맹활약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세리에 A에서 그는 평균 16.1득점, 4.1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민렌드가 거쳐가고 최근 힉스가 둥지를 튼 프랑스 A리그에서도 10경기를 뛴 존슨은 역시 평균 21.9득점, 7.8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골 밑에서의 공격력이 좋으며, 외곽슛도 던질 수 있다. 수비에서는 아직 확실히 검증된 바가 없다.
NBDL, 이탈리아, 프랑스 등 최고의 리그들을 거친 그는 득점력 하나만큼은 확실히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197cm의 존슨은 지금까지 활약해왔던 리그에서는 언더 사이즈로 분류될 수 있지만 KBL에서는 파워 포워드 포지션에서 딱 맞는 사이즈다. 김진 감독이 존슨에게 원하는 부분은 역시 확실한 득점일 것이다. 지난 시즌의 바비 레이저는 외곽으로 밀려나오는 경향이 있어 오리온스의 농구는 너무도 가벼웠고, 무게가 없었다. 존슨은 골 밑에 비중을 두면서 외곽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오리온스의 공격력에 불을 지필 전망. 아직도 힉스를 그리워하는 오리온스 팬들이라면 존슨에게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하다. KBL 무대와 오리온스 스타일에 어떻게 접목되느냐가 중요하다.
잭슨은 존슨의 보조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의 오리온스에는 센터가 없었고, 센터 없는 농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김진 감독도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잭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NBA의 유망주인 드웨인 웨이드와 같은 마켓 대학 출신인 잭슨은 지난해 NCAA 토너먼트에서 웨이드와 함께 마켓을 파이널 포까지 이끈 주역이다. 웨이드가 잭슨을 두고 "그는 나의 MVP"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충실한 인사이더였다. 마켓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02-03시즌에 평균 15.4득점, 7.5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그는 팀 내 최고의 리바운더였고, 웨이드에 이어 제2의 득점원이었다. 하지만 NBA 진출에는 실패했고, 유럽 최고의 스페인 리그로 진출했다. 그가 속했던 JP Fuenlabrada는 약체 팀이었고, 그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KBL행을 선택했다.
일단 경력이 좋은 만큼 기량도 뛰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오리온스가 원하는 리바운드에서 그는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리바운드 7.5개 중 3.3개가 공격 리바운드에 해당될 정도로 리바운드에 감각이 있는 선수다. 게다가 웨이드가 극찬할 정도라면 기대해 볼만하지 않은가. 골 밑에서의 득점력을 갖췄고, 리바운드도 특출 나기 때문에 오리온스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비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기량은 확실하지만, 잭슨 역시 적응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첫댓글 이거 직접 쓰신거에요? 완전 기자들이 울고가겠네...ㅋ
와, 정말 잘봤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어느 기자가 썼는지 간만에 좋은 기사썼나보네~라고 봤더니 직접 쓰신거셨나보네요
정말 잘 쓰신거 같아요..요번에 어떤 용병이 뽑혔나..궁금했는데..궁금증이 확 풀린듯^^
너무 수준이 높네요^^;; 큰일났네..KBL..신장까지 올려서 또 센터 파워포워드에 집중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