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잡지사 기자입니다.
여러분 혹시, 올해 1월 29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스페셜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지적장애우. 그러니까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세 등의 질환을 앓는 장애우들이 출전하는 대회입니다.
오늘, 그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취재하러 평창에 다녀왔습니다.
몇몇 종목 선수들을 만났는데
오늘 제가 특히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홀트학교 '플로어하키'팀 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하키와 룰이 비슷한 종목인데요
동계스페셜올림픽의 유일한 '단체운동' 그러니까 [팀종목]입니다.
이 경기는 27분으로 이뤄집니다.
3분씩 3타임으로 9분. 이걸 3번 반복하는 룰인데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저 27분의 시간 동안 후보선수들도 무조건 경기에 출전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엔트리에 있는 선수 모두가 당일 경기에 꼭 나가야 된다는 거죠.
재미있는(?)것은
가장 길게 뛴 주전 선수와 가장 적게 뛴 후보 선수의 시간 차이가 3분 이상 벌어지면 그 팀은 몰수패를 당합니다.
잘하는 선수 한둘만 주목받지 않고, 골고루 참여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겠지요.
홀트학교 하키선수단은 15명입니다.
작년 4월에 창단됐고요
우리나라엔 플로어하키 장비 생산업체가 없어서 캐나다산 제품을 수입해야 되는데
예산이 충분치 않아서 감독님이 대걸레 자루에 푹신한 헝겊을 잔뜩 감아주면 그걸로 훈련을 했답니다.
주장 최아무개군(20)은 뇌의 절반이 없습니다.
중증 뇌성마비로 죽을 고비까지 넘겼는데 하키선수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로 기적처럼 살았고 지금은 훌륭한 공격수가 됐죠.
자폐인 김아무개(19)군은 심판이 판정을 내려도 듣지 않고 상대편 골대로 달려가는 바람에 종종 코치들을 애먹이고요
증세가 좀 심한 편인 심아무개(17)군은 시합중에도 계속 노래를 흥얼대거나 춤을 추기도 합니다.
성격이 예민하던 골키퍼 이아무개(19)군은 운동하면서 많이 밝아졌고, 사회성도 좋아졌는데
지난해 11월에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더군요.
다운증후군을 앓는 이아무개(21)군은 멋진 세레모니와 쇼맨십으로 인기가 좋은데
2011년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스페셜 농구대회에 출전했대요
유일하게 딱 한골을 넣었는데, 그게 자살골이었답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똑같은 함성을 지르며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요
지적장애로 의사소통이 마득찮은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서는 하키채로 바닥을 탕탕탕 세번 내리치며 정확하게 화이팅 구호를 외치더군요
그걸 보면서 주책맞게 눈물이 나기도 하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것이 얼마나 엄숙한 일인지
[팀워크]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헤드기어를 착용한 15명 지적장애우의 화이팅을 보면서
한화이글스를 생각해봅니다.
물론, 승리를 추구하고 상업성을 목적으로 한 프로구단과
장애우들의 사회참여 확대, 자존감 향상과 사회성 기르기 프로젝트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작년 4월에 창단된 홀트학교 장애인 플로어하키팀은
올림픽 출전을 위한 예선전에서 4개팀중 2위를 차지해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라는 유명한 단체여서 출전권을 내준게 아니라
공정한 규칙 아래서, 당당히 땀으로 겨뤄 출전권을 따냈다는 얘깁니다.
중증 뇌성마비로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소년이
장애인 농구대회에 나갔지만 한골도 넣지 못했던 다운증후군 청년이
심판의 호각 소리와 상관없이 그저 골대로만 뛰는 자폐 소년이
헝겊을 칭칭 동여맨 대걸레 자루로 훈련하면서 말입니다.
홀트학교체육부장이자 하키팀 감독이 그러더군요
이 아이들은 순진해서 거짓말을 못한다고
그리고, 누구 한명만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고 팀원이 다 같이 TV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이 아이들은, 장애인 축구대회나 농구대회에 같이 출전하는 등, 팀원으로서의 경험이 많다고 하더군요
순진하기에 더 순수했을 열정이
의사소통이 잘 안 돼도 탕탕탕 화이팅! 은 딱 맞추던 그 집중력이
친구들과 오랫동안 맞춰온 호흡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정신과 팀워크, 그리고 순수한 열정이
한화이글스에도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참 간절합니다.
물론, 우리 선수들도 그러겠지만 말입니다.
첫댓글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듭니다 감사합니다
자기전에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다른분들도 비슷한 느낌이신가봐요
저도 자기전에 마음이 따땃해지네요
정말 훈훈합니다-
^^
며칠 전에 이 대회 팸플릿 스페인어 번역했습니다... 몰랐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이런 대회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훈훈한 글이네요!!
좋을글 감사합니다!!!
이런게 있으면 좀 나눠주셈.야마를 나눠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