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석조전에 뿔났다.
- 서울시,역사문화도시에 걸맞는 역사문화경관이 필요하다.
서울의 역사문화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아파트와 빌딩이 무분별하게 세워지면서 일조권·조망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본생활권의 피해는 사람에게만 있을까? 도심의 무분별한 고층빌딩은 문화유산을 둘러싼 역사문화경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유산은 그 형태의 보존과 함께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역사문화경관이 올바르게 보존될 때 원형보존 원칙과 문화적 가치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의 형태 보존관리와 함께 역사문화경관 보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서울시는 역사문화도시를 내세우면서도 초고층빌딩을 지어 랜드마크 열풍을 몰고 있다. 게다가 문화유산 보존관리는 비용부족 때문에 방치되고 반면에 문화이벤트 행사에는 막대한 돈이 쓰이고 있다. 정체성 없는 서울시의 역사문화도시는 결국 숭례문 방화화재의 뼈아픈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 화재에는 민감하면서도 서서히 훼손되는 역사문화경관에는 방관하는 우리의 문화의식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 . 2000년 석조전의 모습 그림 . 2008년 석조전의 모습
-경운궁(덕수궁) 석조전에서 찍은 2장의 사진 (2000년과 2008년)를 비교해 보면 주변의 고층빌딩 신축공사로 심각한 역사문화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문화유산의 원형보전은 문화유산의 형태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환경도 포함될 때 진정한 원형보존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에서 박제화되는 문화유산
서울시청 부근에는 대한제국시기 법궁 역할을 했던 ‘경운궁(덕수궁)’이 있다. 근대화시기 경운궁(덕수궁)과 정동일대는 서울의 중심지였다. 경운궁(덕수궁) 안에는 전통건축물과 함께 서양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석조전·정관헌 등이 있어 전통문화와 서구문물이 서로 교차되는 근대화시기의 역사 현장을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위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7년 전에 찍은 사진과 현재의 모습에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석조전이 직접적으로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주변 역사문화경관이 도심의 빌딩에 서서히 가려져 문화유산의 가치가 퇴색되고 석조전은 박제화되고 있었다.
한편, 경운궁(덕수궁) 터와 주변 정동일대는 2002년 미국대사관·아파트 건립 반대운동으로 커다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 시민들이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보존하려는 열망을 담아내어 결국 경운궁(덕수궁) 터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유산 보존운동은 이 지역을 정동·경운궁(덕수궁)으로 연결하여 근대 역사문화벨트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셈이었다.
전 세계의 역사문화경관 보존 노력이 서울시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유산 보존의 열망을 비웃듯이 주변에서는 도심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도심의 역사문화공간이 재건축과 고층빌딩으로 채워져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역사문화도시를 내세우는 서울시가 역사문화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갖은 편법을 이용해서 서울시청 청사 건축을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 소재 세계문화유산 ‘종묘’ 부근에 14층 아파트건립이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종묘의 역사문화경관이 훼손되어 문화유산 가치와 의미가 퇴색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조합측에서는 수익율 때문에 높이 26층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으로 광화문 일대의 역사문화공간 복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도심재개발로 고층빌딩이 채워질 예정이다. 이렇듯 앞뒤가 맞지 않는 역사문화복원 문화정책은 전시행정으로 여겨지기 쉽다.
최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유산 중에서 세계유산 주변 고층건물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등재 취소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독일의 퀼른성당은 2004년 위험유산으로 강등되고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 스몰리 성당 등은 취고 경고를 받고 있다. 반드시 세계유산 등재 경고를 문제삼지 않아도 전 세계가 역사문화경관을 통해 문화유산 원형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원형보전은 문화유산의 형태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환경도 포함될 때 진정한 원형보존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문화경관 훼손을 주도하는 서울시 신청사 건축과 도심재개발로 고층빌딩이 증가하는 서울시에 좋은 귀감이 된다.

< 세계유산 종묘 정전의 역사문화경관 비교, 현재(좌), 상상도(우) >
- 종묘는 제례공간의 의미이외에 건축구조의 상징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역사문화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서울의 역사문화경관이 무시되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종묘의 모습도 도심의 속에 박제된 문화유산으로 훼손되고 말 것이다.
문화유산과 역사문화경관의 가치를 되살리는 진정한 문화도시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문화와 디자인으로 도시의 이름값(브랜드)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며 ‘하이 서울페스티벌’, ‘세계디자인올림픽’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도시 꾸미기에 분주하다. 문화와 도시디자인의 이름은 화려하다. 하지만 숭례문 화재와 같이 문화유산 보존관리는 미흡했고 서울시 신청사 건축으로 역사문화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와 문화이벤트 행사 명목으로 문화유산은 그저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을 문화도시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거리와 건물을 외형적으로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되살리고 역사문화와 도시생활구조가 조화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광화문과 세종로를 중심으로 4대문 안 창덕궁, 종묘, 인사동, 덕수궁 등을 올바르게 보존하면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역사문화경관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문화유산 주변지역에 필요와 이익을 위해 고층빌딩을 세우고 거리와 사적지에 문화이벤트 행사로 채운다면 문화유산은 관광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서울의 아름다운 역사문화경관이 조성되면 문화유산의 원형보존과 함께 시민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관광객에게도 이벤트성의 단순한 즐거움 이외에 우리의 역사문화를 넉넉히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글의 취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석조전 사진의 경우에 선 사진을 찍은 위치와 각도가 달라서 반드시 경관이 저렇게 변했는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신문로 변에 새로 세워진 오피시아 등 건물로 보이는데, 좀더 명확히 건물을 확인한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화재 주변의 경관 문제는 참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좋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동일한 위치와 각도에서 찍은 사진의 모습으로 교체하였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역사문화경관이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서 세심한 부분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