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손을
김 난 석
오래 전, 서울대의 모 강사가
목을 매 자살하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성인이라 칭할 수도 있는 소위 일류대의 교수.
자살 할 사유야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상자 속의 인간으로 비유했다 하니...
우린 자신의 의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도 본다.
이를테면 주어진 철창에 갇혀
주어진 먹이를 받아들고
주어진 노래만 불러대는 앵무새와 같은 인간.
그러나 이와 반대로
스스로 견고한 울타리를 치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흔히 본다.
오로지 컴퓨터에 몰입하여
주어진 메뉴만을 먹고사는 소위
코쿤(cocoon)족이 그런 것이라고나 할까?
영화 '투게더‘를 보고
우리는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일이라고 생각해 봤다.
부처님이 탄생하시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라
말씀하셨다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그 말의 의미가 어디 있을까?
주변의 중생들을 제도하리란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얼마 전의 영화 '어바웃 슈미트'를 떠올려본다.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다.
#
슈미트 워렌은 완숙한 나이임에도
젊은 풋내기에 밀려 보험회사의 중역자리를 내어주고
새로운 여생을 살아가게 된다.
아마도 그 동안은 앞만 보고
숨 가쁘게 여기까지 내달려왔을 테다.
#
탄자니아의 고아 여섯 살 엔두구를 양자로 결연하고
우선 그에게 안부의 편지를 쓴다.
#
모처럼 부인을 위해
무언가를 사들고 올 양으로 시장에 간 사이
부인 할렌은 엔두구의 답신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로 인해
혼전 동거를 위해 가출한 외동 딸 말고는
졸지에 홀몸이 된다.
주변의 애통해 하거나 애도하는 모습이
애처롭게만 보일 뿐
당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가만히 뒤를 돌아다본다.
자기는 왜 그동안
아기자기한 부인의 사랑을
한 번도 못 받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딸이 마약 상습자와 결혼한다고 서둘지만
아버지로써 어찌 할 수도 없다.
그동안 아무 관심도 없다가 결혼한다는데
웬 간섭이냐는 딸의 토라짐에
그저 서운하기만 하다.
가재도구를 매만지던 중 부인의 장에서
옛 연인의 연서를 발견하고는 황당해한다.
다시 한 번 헛살았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차를 몰고 과거로의 추억여행에 오르지만
마음을 달랠 곳은 한군데도 없다.
#
많은 하객의 축복 속에 이루어진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보지만
제 발로 자라 제 손으로 배우자를 정한 결혼이니
아비로서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함에 대한
또 다른 자괴감을 느낀다.
#
탄자니아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엔두구를 돌보고 있는 어느 수녀의 글이다.
엔두구가 잘 있다는 근황과 함께
양아버지를 위해 엔두구가 그렸다는
그림 한 점이 동봉되어있다.
큰 사람 작은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장면.
그림을 보면서 주인공은 흐느껴 울기 시작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된다.
고독이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사랑을 주거나 받음으로써
고독을 잠시 잊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자기 의지에 의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을 주는 것일 뿐, 그것이 구원의 길이리라.
바로 아래로 내려 하느님이 되는 것이다.
하여,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내달을 일이 아니라
가끔은 문득문득 서서
따스한 손길을 이웃에게 내밀 일이리라.
목숨이야 하늘에 매였으니
제 아무리 용쓴 들 소용없지만
살그머니 숨은 넘기더라도
저승길 가는 길은 혼자는 못 가는 법이니
이웃들의 어깨에 메워 갈 만큼
그만큼은 신세를 지고 또 갚아야 하느니
그것을 온정이라 해도 보은이라 해도
또는 자비라 해도 사랑이라 해도
탓 할 일은 아니리라.
어제는 어느 모임의 입춘제에 가보았다.
서로 모여 도란거리는 모습을 둘러보다가
따뜻한 초코 차 한 잔 받아 마셨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입정거리는
초코파이라는데
초코는 어느 여인의 손을 거쳐 내 입으로
파이는 내 눈에서 그네의 눈으로 건넸다.
첫댓글
삶의 끝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지난 날도
그렇게 살지않으면 행복해 지지 않을까 봐
항상 젊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자신의 길을 간다고 고집하며 살았을겁니다.
글은 다 옳고 좋은 글임을 안다하지만
필자역시 질좋은 삶을 추구하고 살았겠지만,
꿈꾸어 오던 것이 꿈에서 그쳤기에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이웃에 손도 내밀고 사랑도 베풀라는 좋은 말은 너무 많아요.
인간이기에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석촌님의 깊이있는 글에 공감하면서
지금을 오늘을 그 상황에 맞게 살아갈 뿐이지요.
답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네에, 고운 글 이으셨어요.
사실 말 하기는 쉽지요.
그러나 행동에 이르기는 그리 쉬은 게 아니지요.
그럼에도 행동에 가까이 이르려 좋은 말을 자꾸 해보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래야 안정이 되고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립이 되고
혹은 자기자신을 고립시키는 모양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되겠지요.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즐거운 일상 보내세요.
현대인의 제일 큰 고민이 고독에서 빠져나오는 거라고 합니다.
어느정도 먹고 살기엔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허나 한편 기아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사치라는 생각도 들지요.
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도 타인의
인정 없이는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갈 때에
자신의 존재도 빛이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어찌보면 자랑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그래서도 이웃이 있어야겠지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무관심이 문제인것같습니다
선배님의 글을 읽고 저는 어떠한가 생각해봅니다
어느 모임에서 직장에서 마냥 즐거운 미소를 입에 달고 다나지만
저도 가슴깊은곳엔 외로움이 고여있습니다
여자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말을 많은 사람이
사실은 더 외롭다고 하신 지인이 생각납니다
글속에 생각을 담아 둡니다
일교차가 큰 2월입니다
건강챙기십시오~
감사드립니다
네에, 어떤 분은 군중 속의 고독을 이야기했는데요
없으면 있고 싶고 있으면 없고 싶고, 한 게 인간의 심리인 것 같다요.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삶을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누가 그리 말 하더군요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은
여러 사람과도 잘 살꺼라는 제 생각입니다
반듯한 철학이 있을테니까요
혼자서 시간을 못 보내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려 병을 앓지요
그러나 혼자서 잘 보내는 건강이 있다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일꺼라는 제 생각입니다
네에, 정신 건강이 참 좋은 것 같네요..
유치원에 가면 혼자서도 잘 놀고 둘이서도 잘 놀고...
이런 노래를 가르치던데요
그 안에 진리가 들어있는 거지요.
영화 두편이 상영된 느낌입니다.
어떻게 그리 자주 영화를 보시는지
놀랍습니다.
어바웃 슈미트,,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얘기네요!
그러니 뭐 주변으로 손을 내밀어야
살아갈 수 있는 힘도 의미도 얻을 수
있을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