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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입구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는 글과 꽃이 빼곡히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한 국회의원을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로 몰고 갔던 인터넷 글이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사건 발생 후 처음 올라온 인터넷 글들은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막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대형 네이버 맘카페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긴 글이 올라왔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교육청에 불려갔다 온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반 담임이 1학기에만 두 번 교체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나아가 “학부모 가족이 서초동 OO아파트 사는 3선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중진 의원 손녀랑 관련되다 보니 교육청에서 알아서 기었다”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네티즌들이 분노하자 친야 유튜버 김어준씨가 올라탔다. 김씨는 “국민의힘 3선 의원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예고했다. 인터넷에선 곧바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란 소문이 퍼졌다.
한기호 의원은 “내 손자 손녀는 서이초에 다니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해당 학교에 정치인 자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글은 이미 3만명 이상이 읽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된 뒤였다. 한 의원이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자 문제의 글은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제목부터 ‘국회의원 절대 아닙니다’였다. “인터넷에 도는 이야기들 올린 건데 이리 많이 퍼질 줄 몰랐다. 의정 활동 열심히 하시는 덕망 있는 국회의원이십니다”라고 정반대 내용의 변명을 늘어 놓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이 여성은 한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선 민주당 서영교 의원을 문제의 정치인으로 지목한 글도 올라왔다. 서영교 의원은 “내 자녀는 미혼”이라고 해명했다. 역시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였다.
이번 일은 한국에서 가짜 뉴스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고 번져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극단적 선택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갑질, 강남, 정치인 등 민감한 요소들을 교묘히 엮어 인터넷에 올린다.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글을 퍼나르면서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장난 삼아 벌인 일로 아무 관련 없는 정치인은 돌이킬 수 없게 명예가 훼손됐고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