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 동안, 로스쿨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신문지면과 매체들을 장식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4일 드디어 사상 첫 LEET가 치러졌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추리논증은 어려웠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보면, 언어이해나 논술은 평이했던 반면 추리논증은 예비시험 때 발표한 유형과 다른 형태로 출제돼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이해, 대체로 평이했으나 예비시험보다 제시문 길어져
언어이해는 착실하게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부터 형식까지 예비시험에서 예고했던 대로 나왔기 때문에 무리 없이 진행된 편이다. 어휘·어법도 평이했고, 제시문의 형태도 일반적이었다. 문제 유형도 철저하게 지문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는 형식의 문제였다. 다만 제시문의 길이가 예비시험 보다는 1.1~1.2배 정도 길어진 편이어서 평소에 빠르게 읽고, 문제를 푸는 훈련을 하지 않았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언어이해에서의 관건은 시간 안에 주어진 지문을 전부 읽고 풀었는가, 아니면 시간에 쫓겨 한두 개 제시문을 놓쳤는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다만 시험의 난이도나 형식이 이렇게 일반적일 경우, 비슷비슷한 점수대가 양산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특출하게 잘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비슷한 점수대에 있기 마련인데, 이럴 경우 한두 문제 차이에 따라 자신이 속한 급간이 바뀔 수도 있다.
■추리논증, 논증문제 대폭 늘면서 난이도 높아져
이번 시험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한 영역이 바로 추리논증이다. 따라서 이 추리논증 점수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전체적인 고득점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많다. 추리논증이 어려웠던 이유는 문제가 '추리'와 '논증'이 고르게 배분되지 않고, 극단적으로 논증이 강조된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비시험 때만 해도 25개 안팎이던 논증문제가 거의 30여 문제까지 확대되면서 추리문제가 10여 문제로 대폭 축소됐다. 특히 유형화된 형태라 할 수 있는 논리퀴즈라든가, 수리추리에 해당하는 유형의 문제가 갑자기 확 줄어서 수험생들이 조금 당황했다.
추리논증을 어려워하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실제로 어려운가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몇몇 추리문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논증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논증문제의 핵심은 'A라는 사실이 B라는 주장이나 생각을 뒷받침 하는가 아닌가?'를 파악하는 일인데, 뒷받침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상식적으로 판단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증 문제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낯선 제시문이다. 한 마디로 문제의 선택지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의 주장이나 상황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과학 제시문의 출제 빈도가 높았다. 특별히 이공계생이라고 해서 이런 과학 제시문을 잘 푸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자기 분야가 아니라면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지나치게 겁을 먹은 인문계생들이 많았다. 자세히 보면 알만한 내용인데도 자신의 능력 이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리추리라든가 논리퀴즈라든가 자료읽기 같이 예전에 강조됐던 유형의 경우, 문제의 출제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서 수리추리에 강점을 보이던 이공계생들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몇 안 되는 추리 문제가 앞 쪽에 몰려 있어서 그 문제에 매달리다가 시간을 많이 까먹고 뒤의 쉬운 문제들을 놓친 수험생들이 꽤 많았다. 논증부터 풀고 추리문제를 나중에 푸는 식으로 문제의 순서를 바꿔 풀었던 수험생들이 유리했다.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논증에 대해 구성해보고, 그에 대한 반론을 익히고, 논증을 평가하는 식의 문제를 많이 풀어본 수험생과, 글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난 기본기가 탄탄한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시험이었다.
■평이한 LEET시험, 심층면접 등에서 뒤집기 가능
논술 역시 평이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세 번째 문제 유형이 예비시험과 달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고 의식이라든지, 인권에 대한 초국가적 개입 같은 내용적인 부분도 평이했다는 평가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고시와 달리 LEET는 실제 입시를 위한 관문이기 때문에 이 시험이 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논술의 난이도가 평이해서 대학들은 논술의 채점결과 보다는 자신들이 직접 수험생을 평가하는 심층면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LEET에서 조금 저조한 성적이 나왔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면접 준비를 잘 해서 여기서 좋은 점수를 따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대로 LEET 점수가 좋으면 굳히기를 잘해야 할 것이다. 아직 시험이 끝난 것이 아니니 방심하지 말고 면접 준비에 올인 해야 한다.
※ 덧붙이는 말: 이런 시험이 끝나면 각종 카페나 사이트에서 모의 지원을 해보는데, 이런 데서 공개하는 개인들의 점수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냥 장난처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악의를 가지고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추리논증 하나 틀리고 언어는 다 맞았어요' 하는 식인데, 나중에 자신이 지원하는 로스쿨의 경쟁률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쓰기도 하니까 낚시에 걸리지 말자.
첫댓글 다 읽고 나니 ... 이 시 한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