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와 산청읍 내리 풍현마을 성심원을 잇는 12.5km의 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동쪽 기슭의 지막, 평촌, 대장마을을 지나 산청읍을 휘돌아 흐르는 경호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참가 신청과 취소를 반복해 가며 결국 40명의 회원이 참가하여 신산회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쉼없이 흐르는 경호강의 물결 위에 삶의 찌꺼기와 헛된 꿈들을 비우고 또 비워냈다.
마지막 종착지 성심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자신의 삶을 겸허히 성찰해 보았다
지난 달에 5구간 트레킹을 마무리했던 수철마을에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정자 앞에 모였다
2013년 수철마을에 아름다운 정자를 설치하였다.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정자’라는 의미의 회락정(會樂亭)은 수철마을회관 바로 옆에 세워졌다
회락정은 지역 주민과 둘레길을 찾는 관광객의 쉼터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가뿐한 마음으로 지리산둘레길 표지목의 붉은 화살표 방향으로 걸어갔다
무엇보다 지리산둘레길의 가장 큰 목적은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보존하는 것이다.
수직산행의 대안으로 정상 정복이 아닌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수평걷기 문화는 지리산 보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철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버려진듯한 밭에서 모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과나무를 발견하였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말처럼 못생긴 과일로 불리는 모과는 생긴 것과는 달리 향은 물론 영양이 풍부하다
또한 위장을 튼튼하게 해서 소화를 돕고, 기관지염 증세를 완화하며, 신경통이나 근육통에도 효과가 높다
지막마을 입구에는 물레방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지막마을은 딱(닥)종이를 만들었던 곳으로 전해지며 지막골 또는 지막동이라 하였다.
지막마을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지막계곡이 더없이 맑고 깨끗하였는데.. 참 고즈넉한 마을이었다
지막마을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하천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나타났다
돌계단에는 마실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다리가 아프신지 주저앉아 있었다
둘레길은 잘 정비된 하천을 따라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어졌다
들판과 물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꽤 부유해 보이는 평촌마을에 도착하였다
들말, 서재말, 제자거리, 건너말 등 네 개의 동네를 들말로 불러오다가 한자로 평촌(坪村)이라 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선 마을치곤 제법 규모가 큰 평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벼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는데, 마을 분위기에 맞게 도로명이 '친환경로'다.
평촌마을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처음으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여러 사람의 배낭에서 단감이 쏟아져 나와서 먹고 또 먹으며 오랫동안 쉬었다
지리산둘레길은 앞사람 발꿈치만 바라보며 걷는 삭막한 길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길이다
다리를 건너 밭둑으로 오르는 길로 들어서자 산청 금서 제2농공단지가 나타났다
농공단지 건물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하얀색 공장이 눈에 강렬하게 들어왔다
사천에서 산청으로 이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날개 공장이다.
2013년 11월 완공한 KAI의 날개공장은 에어버스사에 첫 납품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박형진 <사랑> 부분
평촌마을을 출발한지 약 20여분 만에 대장마을 통과하였다
일설에는 신라 때에 어느 대장이 쉬고 간 곳 이라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금서천을 가로지르는 대장교 앞에 대장마을을 알리는 큼지막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대장마을 앞으로 지방하천 금서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가물어서 수량은 많지 않았다
금서천(今西川)은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향양리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흘러 남강으로 유입된다
하천연장은 4.5km, 유로연장 8.29km, 유역면적 29.58㎢이다.
남강과 합류 지점에는 35번 통영대전고속도로가 하천을 가로지르며 지나는데 소음이 상당하였다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억에 젖은 적이 있는가..................................천양희 <오래된 가을> 부분
이제 금서천은 이름을 잃어버리고 남강이란 이름에 흡수되는데 산청에서는 경호강이라고도 부른다
산청(山淸)은 조선 영조 43년(1767)에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즉 한자 그대로 풀자면 ‘산’과 ‘맑음’의 고장이 되었다,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은 법, 산청의 산들은 어김없이 깨끗한 물줄기를 풀어놓았고 그 물은 강이 되어 흘렀다.
경호강(鏡湖江)은 ‘물이 거울같이 맑다’하여 이름 붙었다고 한다
경호강은 생초면에서 산청읍을 거쳐 진주의 진양호까지 80여리(약32km)의 물길이다.
강폭이 비교적 넓고 큰 바윗돌이 없어 모래톱이 발달하였다.
모래톱과 잔돌들이 퇴적돼 있어 유속은 빠르면서도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거의 없어 래프팅 장소로 인기가 많다
우리들은 경호강변에 넓게 펼쳐져 있는 조약돌을 깔고 앉아서 우아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아침이나 저녁 호수에 나가 물수제비를 뜬 적이 있다.
수면에 배를 깔고 수평으로 아슬아슬 날아가다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들
돌이켜보면 내 지난날이 그러하였고
오늘과 내일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물에 닿는 찰나의 경이가 사는 동안의 축복이리라
그러나 그 어떤 돌멩이도 수면과 영원히 동행할 수는 없다
나와 당신이 던진 돌들을 삼킨 호수가 저기 있다.....................................................이재무 <물수제비> 전문
점심 식사를 마친 자매님들이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대었다
모두가 주님의 뜻에 따라 삶에 충실하였던 아름답고 고귀한 얼굴들이다
이분들과 함께 청량한 가을빛을 받으며 경호강을 거닐었던 오늘의 추억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사찰과 계곡, 사람과 돌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돌탑들...
돌탑은 자연석(막돌)을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말하는데 보통 마을입구나 사찰 주변에 많이 있다.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소망을 빌며 돌을 쌓는다고 하는데...이분들은 지금 어떤 소망을 담아 쌓고 있을까?
경호강은 유속은 빠르면서도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거의 없어 래프팅 장소로 인기가 많다
그래서 레프팅 업체가 여러개 있었으며,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탓에 직원들은 이렇게 족구로 소일하고 있었다...쯧쯧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에 있는 내리한밭길을 걸어간다
주위에 펜션과 음식점이 즐비해 있으며, 경호강과 나란히 걸어가는 길이다
내리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대나무숲이 넓게 조성되어 바람에 하늘대는 대나무의 춤사위를 볼 수 있다.
내리한밭길의 중간 쯤에 버섯 모양으로 예쁘게 지어진 산청한방리조트펜션이 나타났다
산청한방리조트펜션은 산청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경호강 줄기에 위치하고 있다
펜션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탁 트이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지리산을 접하고 있어 번잡한 도시 생활 속에 지친 여러 사람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로 알려져 왔다.
바람재로 가는 길에서는 수해복구공사가 한창이어서 둘레길이 끊어져 있었다
그런데 길만 폐쇄해 놓고 우회로를 표시해 놓지 않아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논 가운데로 들어섰다
둘레꾼들에 대한 배려를 조금만 한다면 이런 야만적인 처사는 생기지 않을텐데...ㅠㅠ
다리 밑에서 한참 동안 쉬다가 구불구불한 시멘트길을 올라 바람재에 당도하였다
바람재는 성심원과 내리한밭으로 가는 갈림길이면서 경호강 강바람이 넘나드는 야트막한 고개이다.
지금은 도로가 넓혀지고 또 아스팔트 포장까지 되어버려 예전의 그 운치 있는 바람재는 더 이상 아니었다.
옛날에는 이 고개에서 나무꾼들이 지게를 받치고 담배를 피우거나, 장에 갔다 오는 사람들이 바람을 쐬며 쉬어갔으리라
지리산둘레길은 산청군분뇨처리시설 옆으로 돌아나간다
'질식위험구간'이란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아무런 냄새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경호강을 비롯한 많은 강들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시설물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바람의 마을'이라 불리우는 풍현마을을 지나간다
풍현마을은 한센인 병력을 가진 어르신들이 집단 거주하는 마을로 지리산둘레길 성심원센터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세상에서는 이곳을 성심원이라 부르는데, 산과 강으로 에워싸인 채 '섬'이었다.
가까운 이웃은 물론 세상과의 단절로 서러운 '섬'이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이곳을 '육지 속의 섬'이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호강을 건너는 다리가 놓여졌고,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자기를 성찰하기도 한다
드디어 오늘 트레킹의 종점인 성심원(聖心院)에 도착하였으나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천주교 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예수 성심 대축일'에 설립돼 이름도 성심원으로 지었다.
한센병은 이제 국내에선 사라진 병이지만 성심원 설립 당시만 해도 '천형(天刑)'과 같았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새 가족으로 받아들여 인간 존엄을 되찾아준 성심원은 '나그네 천국'이었다.
성심원 입구에서 발을 돌리는 아쉬움을 경호강을 배경으로 한 단체사진 촬영으로 달래었다
성심원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한센인만을 위한 시설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 중증장애인(장애등급 1~2등급)들도 함께 보호하고 있다.
이곳은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를 원훈으로 삼고 있다
한센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지역사회·주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성자들이다
첫댓글 지리산 둘레길 6구간, 늦가을에 멋진 신앙공동체인 신산회 회원님들과 함께한 시간 감사했습니다~~~
눈과 마음이 호강한 하루였답니다... 고맙습니다~~~ 다녀온 산행기도 잘 음미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경호강과 점심 도시락....오손도손....참으로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