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로 편지를 써요
누구에게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은 있다. 없다고 하는 사람도 살펴보면 사실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하나님께서는 꼭 한 가지 이상의 달란트를 주셨다.
나에게는 글 쓰는 은사를 주셨다. 글을 짓는 창작뿐만 아니라, 직접 펜으로 글을 예쁘게 쓸 수 있는 재능을 주셨다.
청소년, 청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필기도구로 글씨를 썼다. 연필, 볼펜, 매직, 펜, 붓펜 등의 도구로 글씨를 쓸 때면 저마다 맛이 다르다. 나는 현재 약 일곱 개의 글씨체를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필기 도구로 글을 써왔다.
학교의 제자들에게는 일 년에 약 300~500명에게 엽서나 편지지에 글을 써 준 것 같다. 아이들은 그것을 프사로 하기도 하면서 매우 좋아했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직접 써 준 글이고, 그리고 선생님의 자필로 써주었다는 사실이, 톡이나 문자로 보낸 것과는 다른 몇 배의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어떤 아이들은 내 글씨체를 따라 하며 써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더욱 풍성한 은혜로 가득했다.
학교 축제 때는 나의 자필 시화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전시회가 모두 끝나면 그것을 원하는 분들에게 선물로 모두 선사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생일을 맞이한 분들 등 축하를 해드려야 하는 분들에게는 붓펜으로 나무판이나 액자 등에 시를 써서 선물한 것도 20여 동안 계속되었으니 그 숫자가 몇 개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가끔씩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때 써서 선물해주신 것 지금도 저희 집 현관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띄게 걸어놨어요.”
수년 전에는 자필 시집을 발간했었다. 하나님 찬송시였는데 나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 시를 썼고, 그것을 자필로 묶어,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책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또한 약 20년 전에는 나의 시나, 성경 말씀을 넣어 자필 엽서를 만들었다. 이것은 약 10종이 넘는데, 예쁜 디자인과 더불어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엽서다. 뒷면 백지에는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또 그냥 선물해도 좋은 엽서였다.
참 감사한 것은 이렇게 선물한 짤막한 글이 담겨 앴는 엽서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또 하나님을 만나는 은혜를 허락하셨던 것이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발달할수록 손 편지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스스로 놀랐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카톡이나 문자, DM 등을 잘 사용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 쓰는 글씨로 상대방을 축복하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었던 것이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은사를 주셨는데, 이것으로 여러 사람을 축복하고 또 사랑을 전하라고 하셨는데, 내가 이것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구나.’
그리고 이 생각은 다시금 예전의 나를 환기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래, 하루에 한 번, 아니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는 사람들은 하루에 몇 명씩이라도 써서 드려야겠구나. 기도하며 축복하며 말이야.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나는 할 수 있는 일니까~’
이것과 더불어 또 한 가지를 결심하게 하셨다.
‘내가 이야기할 때나 강의할 때나 잘 사용하는 말, 명구나 명언 같은 짤막한 글을 모아 자필 캘리그라피 묵상집을 만들어야겠다. 이것이 청소년들 포함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소망]이라는 제목으로 캘리그라피 묵상집을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약 50여 개가 되는 짧은 묵상글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위로와 평강을 맛보고, 힘을 얻는 도구가 되게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제작중에 있다.
오늘도 백일을 맞이한 부모의 연락을 받았다. 작은 엽서에 몇 줄의 백일 축하 글을 써서 보냈다. 받을 부모도 행복하겠지만, 이런 글을 쓰는 순간의 나는 몇 배로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 글을 쓰는 순간, 나는 하나님께 이 글을 받을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기도를 들으시고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글쓰는 은사를 허락하시고, 그것을 축복의 도구로, 통로로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