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아기 제비 4마리

도심 한복판 마포에 있는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 제비가 날아왔다.주차장 이곳저곳을 살피며 날아다니던 제비 부부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그 제비집이 절반 정도 완성되었을 때 건물 관리인이 제비 똥이 차량과 바닥에 떨어질 것을 걱정하여 제비집 아래에 각목을 대고 널빤지를 걸쳐 놓았다.그러자 제비 부부는 위협을 느꼈는지 반쯤 짓던 집을 포기하고 주차장 건너편 모서리에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그 집은 순식간에 만들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비 새끼4마리가 태어났다. 제비새끼들이 제비집 밖으로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서로 먹이를 먼저 받아먹겠다고 소리 지르던 주말 아침에 갑자기 요란한 제비 울음소리가 들렸다.평소에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우리 부부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어떻게 해!”아내가 소리쳤다.제비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어머!할아버지,할머니 제비도 같이 왔나 봐!” 아내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놀란 눈을 크게 부릅떴다.무너진 제비집 주변에 덩치가 큰 제비2마리와 부부 제비가 비명에 가까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날고 있었다.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제비집은 주차장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제비 새끼들은 온데간데없었다.한참 동안 울음 비행을 하던 제비4마리가 어디론가 날아갔다.아내는 길고양이가 차량 위에 올라가서 제비 새끼를 잡아먹으려다가 제비집을 무너뜨렸거나,아니면 지나가던 아이들이 막대기로 제비집을 무너뜨렸을 것이라며 속상해했다.우리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량 밑과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그러나 제비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허탈한 맘으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 밑을 다시 한번 살피고 있는데 아내가 소리쳤다.“여보,제비다!”나는 아내가 서 있는 화단으로 달려갔다.주차장 입구에 있는 작은 화단 풀잎 사이로 새끼제비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애고,어떻게 해” 아내는 조심스럽게 새끼제비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나는 다른 새끼제비를 찾아보았다.풀잎 속에서 제비 새끼한 마리가 솜털 깃을 바들바들 떨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그러나 나머지2마리는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새끼제비를 부부 제비 눈에 띄도록 우리 차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았다.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록 부부 제비는 보이지 않았다.“여보,일단 짓다가 말았던 제비집에 이 아기들을 올려놓는 게 좋겠다.”아내가 말했다.차량 위에 앉아 있는 새끼 제비들이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그래서 지난번 부부 제비가 반쯤 짓다 말은 제비집에 새끼제비 두 마리를 올려놓았다.제비 새끼들이 짹짹 울기 시작했다.그러자 어디서부터 인지 부부 제비가 날아왔다.새끼 제비가 동시에 입을 쩍 벌리자 부부 제비는 황급히 먹이를 찾으러 달려나갔다.우리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 쉬었다.그러나 안심도 잠시뿐 나머지 두 마리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여보,나머지 두 마리는 어떻게 된 걸까?”식탁에 마주 앉은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길고양이 짓이면 두 마리를 잡아먹지 않았을까?”내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런데,저 살아있는 두 마리 있잖아.아직 날갯짓도 못 하는데 어떻게 화단 위 풀숲에 있었지?”아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그러게, 1m높이 화단에 어떻게 올라갔을까?”나도 식탁 의자에 두 발을 올리며 말했다.“내 생각에는 사람 손을 탄 것 같아,저 무너진 제비집 있잖아,바쁘게 짓느라 부실하게 지어서 무너졌을지도 모르잖아.그리고 만약에 그렇게 무너졌다면 누군가 네 마리를 한꺼번에 손으로 잡지 못하니까 두 마리는 놔두고 두 마리를 가져갔을 수도 있잖아.”나는 아내 말에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이러고 있지 말고 더 찾아보자”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아까 찾아봤는데 어디를 더 찾아보지?”아내가 물었다.“동네 한 바퀴 더 돌아보고 제비를 찾는다는 안내문을 주변에 붙여놓자고” 우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구점으로 갔다.그리고 풍선과 유성펜을 사 왔다.종이에 쓰는 것보다 풍선에 글씨를 쓰면 지나가던 사람들 눈에 훨씬 잘 띌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잃어버린 제비 새끼2마리를 찾습니다.’‘엄마,아빠 제비가 애타게 기다립니다.’우리는 풍선20개에 바람을 불어서 큼지막하게 글을 쓰고 주차장 주변에 매달아 놓았다.그다음 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주차장 입구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 ** 제비 두 마리가 있었다.나는 그 아이들을 제비집에 올려주었다.나도 모르게 안도의 눈물이 났다.제비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어느 날2층에 사는 우리 집 창문에서 제비 소리가 들렸다.창문을 열어보니까 인터넷 전기선 위에 제비4마리가 앉아 있었다.“여보,이리 와 봐 새기제비들이 제비집을 나왔네” 우리는 신기한 표정으로 제비 **들을 바라보았다.그 전깃줄에서 부부 제비의 먹이를 받아먹던 아이들은 며칠 후에 보이지 않았다.그렇게12년의 세월이 흘렀다.그동안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마다 제비 가족이 머물다가 떠난 반쯤 지어진 불완전한 제비집을 바라보곤 했다.제비가 떠난 시간 동안 힘들고 지칠 때마다 텅 빈 제비집을 바라본 것은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0원이었을 때 제비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었고,생활비가 없어서 내던 보험을 모두 해약했을 때도 제비집을 바라보았었다.그뿐만 아니라 큰아이가 대입에 실패했을 때도 바라보았고,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해서 학교 가기 싫다고 울고 있을 때도 그랬다.올해 음력4월24일이면 나는 만60세가 된다.우리 큰 딸은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이 되었고,작은 아이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두 딸에게 믿음직한 남자친구도 생겼다.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내가 무너지면 우리 가족도 무너진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혀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었다.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곁에 없었더라면 내 마음의 집은 쉽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며칠 전에 주차장에 제비가 돌아왔다.무려12년 만이다.“여보,저기 밖에 전깃줄 봐봐 제비가 돌아왔다.”나는 집에 들어서며 크게 소리쳤다.“어머머 정말?,당신 환갑 축하해 주러 왔나 보다”아내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 부부 제비를 보면서 활짝 웃었다.제비 부부는 며칠 동안 주차장을 둘러보더니12년 전에 반쯤 짓다 말았던 그 제비집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오늘도 열심히 지푸라기와 진흙을 날라서 짓는 중이다.집이 완성되면 알을 낳고 **를 부화시킬 것이다.“그래,다시 찾아와 줘서 너무 반갑고 고맙다.** 잘 키우고 행복하길 바란다.”전깃줄에 앉아서 지지배배 울어대는 제비를 베란다에서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12년 만에 찾아와서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제비 부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나도 이제 늙어 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