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설날이 몇일 남지 않았네요. 엊그제가 추석이더니 또다시 설날이 코앞에 다가 왔네요.
똑같이 흐르는 세월인데도 어릴적에는 명절날이 왜 그렇게 길게 돌아오는지 했는데, 이제 나이를 먹으니
왜 그리 빨리 돌아 오는지..돈 쓸데가 한두군대가 아닌데 ..
요즘이야 시대가 많이 변해서 핵가족으로 집안 어른분이나 친척분들을 모시지 않고 차례상을 간소히
치르지만, 예전에는 갖추어야할 음식과 절차를 모두 지켰지요. 특히 제 고향 안동지방에서는 아직도
웃 어른들이 계시는 집안에서는 차례상 음식들을 많이들 옛날 전통방식으로 지켜지는가 봅니다.
오늘은 이 차례상의 여러 음식중에서 반드시 놓아야할 과일에 대하여 저의 소견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차례상이나 제삿상에 반드시 두고 지내야할 과일 3가지-무슨 과일인지 다들 아시지요 ?
사과, 배, 밤, 포도, 귤, 수박, 대추, 복숭아, 바나나, 감, 등등이 있지만 반드시 놓아야할 3가지가 있습니다.
다른 과일은 놓지 않아도 꼭 조상앞에 두고 지내야 할 과일은 바로 감, 밤, 대추 이 3가지 입니다.
순서도 반드시 감이 최우선이고, 다음이 밤이며, 그 다음이 대추 입니다. 잘 기억하세요.
차례상이나 제삿상에서 최우선시 하는 과일은 언제나 감 입니다. (감이 없으면 곳감으로 하지요)
차례(제사)는 자손, 후손이 있어야 지내는 조상에 대한 의레입니다. 자손이 없으면 그 제사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어린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서 집안을 융성하게 하여 차례(제사)를 후손대대로 지내도록
합니다. 차례상의 다른 여러 음식은 몰라도 과일은 이 자손을 훌륭히 키우는 것을 바라는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 3가지 감-밤-대추를 놓는것입니다. 왜 그런지 아래를 한번 보시지요...
1. 감 (枾): 흔히 "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나고, 감 심은데는 ?" 하고 물으면 대다수가 "감" 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 아니지요. 감 심은데는 절대로 감이 열리지 않습니다.
여러 과일중에서 그 씨앗을 심으면 그 과일 열매가 열리는데 오직 감 만큼은 감이 열리지 않습니다.
감 심은데는 먹지 못하는 감, 소위 돌감이 열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감을 심은데는 조금 자라서는
반드시 고염나무에다가 접을 붙여야 합니다. 고염나무의 열매 고염도 조그마한 열매이고 잘 먹지는
않습니다. 어린 감나무가 되면 미련없이 줄기를 잘라서 고염나무라는 새로운 나무에 접을 붙여서
자라게 되면 고염도 아니고, 돌감도 아닌 크고, 많이 열리는 풍성한 감이 됩니다.
이것은 어린 자손을 옹야 옹야 두지 말고 10세 전후가 되면 집을 떠나 멀리 새로운 환경속으로
보내서 공부을 해야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어린 자손(어린 감나무)은 반드시
환경이 전혀 다른 새로운 큰 스승이나 선생 문하 (고염나무)에서 공부를하고 가르침을 받아야
(접 붙임) 나중에 큰 인물이 되어 (풍성한 감이 달림) 가업을 이어 받고 제사를 계속 지내는
것이지요.
이런 뜻에서 조상들이 후손에게 바라는 가르침으로 감을 반드시 제일 순위로 올리는 것입니다.
2. 밤 (栗): 모든 과일중에서 가장 탐스러운 열매로 보이는 과일은 바로 밤송이가 열려져 있는 알밤 입니다.
다른 과일도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은 물론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밤송이에 알밤이
벌려져 있는 그모습은 "탐스럽다"고 표현하지요. 밤이 다른 과일과 다른점이 이것입니다.
이것은 자손을 훌륭히 키워서 밤송이의 알밤처럼 탐스럽게 키우라는 가르침과 교훈입니다.
잘 자라는 아이나 후손을 두고 "그놈 밤송이 알밤처럼 통통하구나 " 하신 옛어른 말씀이 이를 두고
한것입니다. 밤이 여타 과일보다 모습과 자태에서는 최상위였기에 후손들도 이렇듯 바라는
마음에서 차례상에 오르게 된 것이지요. 그 집안의 자손들이 밤송이의 알밤처럼 탐스러운 후손으로
계속되기를 바라는 조상들의 염원이 밤을 차례상에 올리는것으로 봅니다.
3. 대추 (棗) : 여러 과일 나무 중에서 대추나무 만큼 신비로운 나무는 없을 겁니다.
흉년이 들면 그해 농작물과 과일들은 수확이 형편 없어지는데도 유난히 대추만큼은 흉작이
없습니다. 긴 장마, 긴 가뭄, 잦은 태풍등 자연이 주는 여러 재해에 여타 과일들은 직격탄을
맞아 수확이 엄청 적은데도 대추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그런 재해가
있을때 더 많이 대추가 열립니다. 풍년이 들때는 대추가 흉년때보다는 적게 달린다고 합니다.
대추는 자연 재해와 정반대로 수확을 합니다. 참 신기하지요.
이것은 시련이나 어려움이 더 많을수록 더 큰 사람이 되라는 후손에게 주는 가르침입니다.
고난이나 어려움, 고통속에서 그것들을 참고 견디는 인고(忍苦)가 밑거름이 되어서 바로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는 조상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차례상에 이 대추를 올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추를 딸때도 그냥 따면 않되지요. 굵은 장대로 사정없이 마구 때려야 합니다.
속된말로 나무를 반틈 죽이듯이, 골병들듯이 마구 때리면서 대추를 따야 한답니다.
그럴수록 다음해에는 언제 그랬나 하듯이 대추가 더 많이 달린다고 합니다.
그냥 곱게 대추를 따면 다음해에는 대추가 형편없이 적게 열린다고 합니다. 참 이상하지요..
이것도 자손에게는 그저 옹야옹야 하면서 키우지 말고, 한번은 꼭 거칠게 매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인것 같습니다. 대추에서 이 교훈을 보면 좋을것 같네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
뭐 굳이 차례상에 아무런 과일이나 놓고 지내면 되지.. 그게 다 형식적인 것인데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지요.
이렇게 하지 않아도 자손을 훌륭히 키우면 되는데 하시겠지요. 자손과 차례상의 과일이 무슨 상관이 있겠노
하시면 어쩔수 없지요.
일년에 두서너번 차례와 제사상에 놓는 감-밤-대추를 한번쯤은 생각하시고 이 3가지 과일이 주는 참된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설날에 차례상의 감-밤-대추에 대해서는 자녀, 여러 조카,
손자들에게 이 교훈을 한번 들려주셨으면 하는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저의 짧은 소견에도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
(흐르는 음악은 베르너 뮬러 악단이 연주한 Mouldy Old Dough-Werner Muller 입니다.
베르너 뮬러 악단은 한동안 리카르도 산토스란 악단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리오 카니발 이란 이름으로도
연주했습니다)
Mouldy Old Dough-Werner Muller.mp3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몰랐던 깊은 뜻을 알게 돼서고맙습니다.
과일 진설할 때는 조율(률)이시의 순서이며 그 뜻은 棗는 씨가 하나이니 영의정을, 栗은 밤송이엔 밤톨이 대개 셋이니 삼정승, 梨와 枾는 씨앗수가 여섯이니 이는 육판서가 후손중에 나와달라는 뜻이라는데 맞는지요?
옛 어르신 말씀으로 과일이 그런뜻을 가진것이라고들 합니다. 중요한것은 제사나 차례상이 후손이 벼슬해서
잘되어 조상 제사를 지속적으로 지내라는것이 중요한 포인트 인것 같습니다.
대추나무가 참 특이하군요. 매가 보약인가 봅니다.
요즈음 애들에게 매드는 보약은 사라지고, 돈드는 보약만 많아져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속출하여 걱정스럽습니다.
맞습니다. 매가 필요할때가 있지요. 다음에 매에 관한 글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추나무 참 신기한것을 음미해 보시면 제사(차례)상이 뜻있게 보일 겁니다...
해마다 지내는데도 참뜻을 잘 몰랐는데
충허님 덕분에 알게대서 감사합니다..담아갑니다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어서,,,
덤에 또 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