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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11
씬1. 만보건설 회의실 안 (전편에 이어서)
(최사장을 비롯한 십여 명의 하도급업체 사장들이 모여 있다.
민우가 회의를 주재중이고... 정연과 문성중, 기획실 직원들이 한쪽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사장들의 거센 반발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최사장 : 대체 여기서 뭘 어떻게 더 깎자는 겁니까?
사장1 :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장2 :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민우 : 아직 제 설명 끝나지 않았습니다. 잠시만 제 말을 경청해 주세요.
최사장 : 우린 더 들을 것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만보건설 살찌워야 되니깐 우리 보고 뼈를 깎으란 소리 아닙니까?
사장1 : 우린 절대 이 가격에서 한 푼도 못 깎아 줍니다.
민우 : 우리가 살아야, 여러분들도 삽니다.
최사장 : 그건 우리가 할 소리에요. 우리 같은 하도급업체들이 살아야, 만보건설도 살 것 아닙니까?
(정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보며... 마음 무겁게...
이때, 강모가 회의실 앞문으로 들어선다. 정연, 뭔 일인가 싶어서 보는데...)
민우 : 뭐야?
강모 : ... (잠시 민우를 보다가 좌중을 본다, 눈빛) 여기계신 사장님들..!
우리 만보건설과 가격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좌중, 저건 또 뭐야? 웅성대는데...
이때, 시덕이 김사장을 데리고 들어선다. 소란스러웠던 좌중이 김사장을 보자 조용해진다.
민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강모를 보는데...)
강모 : (김사장에게) 김사장님... (보면)
김사장 : (그 눈빛을 받고, 좌중에게) 전 황정연씨 요구대로... 이번 지하철 공사 용역비를 낮출 생각입니다.
민우, 정연 : ..! (놀란다)
좌중 : ... (웅성대는데)
씬2. 만보건설 전경
태섭 : (E) 웃음소리
씬3. 동, 회장실
(민우와 정연, 강모가 와 있다. 황태섭과 주영국이 소파에 앉아있고...)
태섭 : (흡족하게) 수고 했어, 조실장.
민우 : 칭찬은 이 두 사람한테 해주십시오. 하도급업체 담합을 깬 사람은, 제가 아니라 황정연씨와 이강몹니다.
강모, 정연 : ... (민우를 본다)
태섭 : (헛기침 한번 하고) 지금부터가 문제야. 무조건 대륙건설보다 입찰단가가 낮아야 해.
민우 :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태섭 : 물론 우리 쪽 준비도 철저해야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어. (민우를 본다) 대륙건설의 입찰가를 알아내게.
좌중 : ..! (놀란다)
영국 : 입찰단가는 극비에 부쳐지는 사안입니다. 아무리 조실장이라도...
태섭 : (민우에게) 난 자리만 지키는 사람은 필요 없어. 이제 자네도 뭔가 보여줘야 할 때가 되질 않았나?
민우 : (오기 어린) 알겠습니다... 알아내겠습니다.
태섭 : 다들 나가 봐.
(강모와 정연, 민우, 일어서는데...)
태섭 : 강모는 잠깐 남아.
(민우, 이상한 듯 보다가.. 정연과 함께 나가고... 강모, 자리에 앉는다)
태섭 : 대륙건설 입찰가.. 강모 네가 알아 내.
강모 : ..! (놀란다)
영국 : (의아해서) 방금 조실장한테도...
태섭 : 분명 홍기표도 우리 쪽 정보 빼낼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그런 능구렁이 상대하는 데는, 경험이 부족한 조실장보다 강모 네가 나아.
강모 : 해보겠습니다.
태섭 : 가 봐.
강모 : ... (인사하고 나간다)
태섭 : 주이사, 자네가 조실장한테 이 사실을 전하게.
영국 : 둘을 경쟁 시킬 셈이구만.
태섭 : ... (의미심장한 미소)
씬4. 기획실장실
(들어서는 민우... 들고 있던 서류철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강모에게 졌다는 사실에, 분에 못 이겨서 씩씩대는데...)
씬5. 중정, 사무실 안
(성모가 전화중이다)
성모 : 지금 만보건설 입찰 단가를 알아내 달라는 말입니까?
씬6. 대륙건설 회장실 안
(김비서가 있고... 홍기표가 전화중이다)
기표 : 염치없는 줄은 알지만, 한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씬7. 중정, 사무실
성모 : ... 생각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죠.
(성모, 수화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다. 이때, 다시 전화벨소리...)
성모 : (수화기 들고) 네... 어, 민우야... 어쩐 일이야?
민우 : (F) 오늘 시간 어떠세요? 제가 긴히 부탁드릴 게 있는데...
성모 : 부탁? (뭔가 직감하고, 눈빛) 알았다... 저녁 때 보자.
(성모, 수화기 놓고, 잠시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8. 용역반 사무실 안
(강모가 들어서는데 반원들이 여기저지 깨지고 부상당한 채 패잔병들처럼 앉아 있다.
시덕,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인상 구기다가 강모를 보고..)
시덕 : 강모야..!
강모 : 어떻게 된 거야?
시덕 : 주민들한테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박소태, 그 자식들이... (억울해서)
강모 : ..!!
시덕 : 우리한테 동의서를 써준 주민들도 협박을 받고 있는 거 같아.
강모 : 그놈들 지금 어디 있어?
씬9. 동, 밖 복도
(강모와 시덕, 사내 대여섯 명들이 우르르 나오는데 정연이 와 있다.
강모, 정연을 보자 멈추는데... 시덕, 눈치 쓱 보고는 사내들과 나가고)
정연 : 지금 어디 가?
강모 : (둘러댄다) 현장에... 일이 좀 있어서요.
정연 : 그럼 일 끝내고, 일곱 시까지 한강호텔 레스토랑으로 와.
강모 : 레스.. 토랑이요?
정연 : 늦지 마. 나, 사람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간다)
강모 : ... (보는데)
씬10. 당구장 안
(박소태와 패거리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박소태, 진지하게 공을 겨냥하다가 냅다 때리는 데 삑사리가 나고...
이때, 강모와 시덕들이 들어서고...)
사내1 : (놀라서) 혀, 형님... 저기...
소태 : 아, 새끼... 부장님이라구 부르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강모를 보더니 굳어진다) 저 놈들, 막아..!!
(달려드는 소태네 패거리들... 강모, 달려오는 놈을 후려치고는 당구대 위에 뛰어 오르고...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당구장 안...)
씬11. 레스토랑 안
(클래식이 울려나오는 고급스러운 실내... 화사한 옷차림의 정연이 메뉴판을 보고 있다. 지배인이 옆에 있고...)
정연 : 일행 오면 오늘 주방장 특선 요리 이인분 준비해 주시고요. 샴페인은...
씬12. 당구장
(박소태, 당구 큐대를 들고 강모의 머리통을 후려치는데..
강모, 아랑곳없이 박소태에게 주먹을 날리더니 멱살을 잡아 당구대에 눕힌다. 당구공을 집어 들고 당장 내리칠 듯이 치켜들고는)
강모 : 다들, 움직이지 마..!!
(일순, 싸움을 멈추는 사내들... 강모, 당장, 당구공으로 내리칠 듯이 노려보는데..!)
소태 : (겁나지만, 이 악물며) 까, 깔테면 까 봐, 새끼야..
(강모, 당구공을 내리친다. 소태의 얼굴 옆쪽으로..!! 소태, 기겁을 하는데...
이때, 강모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더니 소태의 얼굴 위로 한 방울 뚝 떨어지고..
강모, 다시 공을 치켜드는데.. 그제야 소태가 겁에 질려서..)
소태 : 사, 살려 줘...
강모 : .. (살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본다)
소태 : 살려 줘, 강모야...
강모 : 살려주면..? 넌 나한테 뭘 해 줄 건데?
소태 : 주민들 동의서... 방해 안 할게.
강모 : 그거 말고... 니가 할 일 따로 있어.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강모, 손에 든 당구공을 소태 얼굴 옆에 툭, 떨어뜨린다. 소태, 움찔 놀라는데...
강모, 일어서서 나간다. 시덕들 우르르 당구장을 빠져 나가고...)
소태 : (길게 한숨 한번 내쉬고는, 패거리들에게) 니들은 망도 안 보고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씬13. 동. 밖 승용차 안
(운전석의 시덕이 강모의 찢어진 머리 상처를 살피고 있다)
시덕 : 안되겠다. 병원 가자.
강모 : (시덕의 모자를 집어 와 머리에 쓴다) 그럴 시간 없다. 아가씨 기다려. 한강호텔로 가.
시덕 : 머리는 꿰매야 할 거 아냐.
강모 : 괜찮다니깐.
시덕 : (답답하고, 화난다) 찢어진 거, 니 살이야. 정연이가 너 아픈 거, 눈곱만큼이라도 알아 줄 것 같아?
강모 : 나, 택시타고 간다?
시덕 : 어휴, 머저리 같은 놈. (시동 건다)
강모 : 너, 박소태네 집 좀 알아 놔.
시덕 : ..? (본다) 왜? (하다가) 성질 죽여, 임마. 이 정도 하면 됐어. (차를 몰고 나가는데)
씬14. 레스토랑 안
(정연이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때, 모자를 눌러 쓴 강모가 뛰어서 들어서자 지배인이 막아서며)
지배인 : (쓱 훑어보고) 예약 하셨습니까?
(이때, 강모가 정연을 발견하고... 지배인이 강모 시선을 따라서 보면 정연, 강모에게 손을 들어 보인다.
지배인이 비켜주면 강모, 정연에게 다가가고... 사람들, 강모의 차림새에 힐끔 거리며 쳐다보는데...)
정연 : 앉아. 밥 먹자.
강모 : ...
정연 : 오늘일 고마워서 저녁 사주려는 거야.
강모 : (주변 살피고) 딴 데 가죠? 저, 옷차림이 이래서, 아가씨까지 창피하겠어요.
정연 : 그딴 걸 왜 신경 써? 얼른 앉기나 해.
강모 : ... (앉는다)
- 시간 경과 -
(테이블에 스테이크 두 접시가 놓여있다. 강모와 정연이 마주앉아 있고...)
정연 : 나랑 약속해. 더 이상 몰래 날 돕는 일 없을 거라고...
강모 : 미안하지만... 아가씨 도와주려고 한 거 아니거든요? (포크와 나이프를 든다)
정연 : 바뀌었잖아.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
(강모, 쑥스럽게 포크와 나이프를 바꿔 잡는다. 고기를 썰려는데 서투르고..)
정연 : (씩 웃더니) 너 이거 첨 먹어 보지? 잘 봐...
(정연, 자신의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능숙하게 썬다. 포크로 고기 한 점을 찍더니 강모 앞에 내밀고..
강모, 쑥스럽게 보다가 손으로 집으려는데... 정연, 그 손길을 피하더니 강모 입 안에 고기를 한 점 넣어준다)
정연 : 어때? 맛있어?
강모 : .. (씹지 못하고 물끄러미 보는데)
정연 : 왜? 별로야? 이집 스테이크 유명한데...? (고기를 썬다)
강모 : 포크 주세요. 새 걸로 바꿔 드릴게요.
정연 : (강모가 먹은 그 포크로 고기를 찍어 먹고) 음, 맛있네.
강모 : ... (그런 정연을 보다가 고기 써는데)
정연 : (고기 썰며) 너 오늘 참 멋졌어.
강모 : ...!! (놀라서, 본다. 가슴 쿵하게 울리는)
정연 : 니가 내 친구라서 참 다행이야.
강모 : ... (친구구나... 왠지 가슴 한쪽이 저리는)
정연 : 난 니가 내 옆에 없다는 거 상상 하기도 싫어.
강모 : ... (태연한 척, 먹는다)
정연 : 넌 어때? 넌 내 옆에 있는 거 좋니? 나 가끔 그거 궁금한데...
강모 : 회장님 걱정하세요. 얼른 먹고 일어나요.
정연 : 어휴, 바보... 데이트 중에 남자가 먼저 집에 가자고 하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아?
강모 : ..! (데이트란 말에, 보면)
정연 : 나 너랑 있는 거 너무 재미없고 싫다, 그 뜻이야. 나하고 있는 게 그렇게 싫어? 재미없어? 지루해 죽겠니?
강모 : 장난 그만 하세요.
정연 : 장난 아니야. 나 오늘 정말 너하고 신나게 놀고 싶단 말야.
(강모, 목덜미 쪽에 뭔가 흐르는 느낌.. 손바닥으로 무심코 쓱 문지르는데, 머리에서 흘러내려온 피다.)
정연 : 뭐해? 안 먹고?
강모 : (놀라서, 얼른 손 감추고) 그럼, 내가 가자는데 한번 가볼래요?
정연 : (솔깃해서, 본다) 어디 좋은데 있어?
씬15. 로열클럽 홀 안
(무대 위... 장중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드레스 차림의 여가수가 개여울을 부르고 있다.
강모와 정연이 테이블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다. 정연, 노래에 심취해 있고...
강모, 그런 정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다시 옆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
씬16. 동, 사장실
(경옥이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개여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고...
경옥의 손에 든 사진 한 장... 대학교 정문쯤에서 책을 가슴에 끼고 지나가다가 돌아보는 정연의 모습 정도...
사진을 물끄러미 보는 경옥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다. 이때, 지배인이 들어와서...)
지배인 : 사장님, 무대에 오르실 시간 입니다.
경옥 :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 다른 애 올려.
지배인 : 예, 사장님.
경옥 :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씬17. 동, 화장실 안
(물을 틀어놓고, 강모가 피가 묻은 손을 씻는다. 손수건에 물을 묻혀서 목덜미와 머리 쪽을 쓱쓱 문지르며...
머리 쪽에 통증이 있는 듯이 인상을 써보고.. 아픔을 참고 거울을 보며 상태를 확인해 보는데...)
씬18. 동, 홀 안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조민우와 성모가 들어선다.
민우, 무대 앞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정연을 보더니 의외인 듯...)
성모 : 왜? 아는 여자야?
민우 : 아니에요. 먼저 들어가세요.
성모 : 그래...
(성모,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룸으로 가는데.. 민우, 정연 쪽으로 다가가고)
민우 : 잠깐 앉아도 되죠?
정연 : ..! (놀란다)
민우 : (앉으며) 이런데도 오다니, 의왼데요?
정연 : 일행 있어요. 방해 받고 싶지 않으니까 가주실래요?
민우 : (얼굴 가까이, 본다) 정연씨는 왜 나만 보면 화를 내는 겁니까?
정연 : ....
민우 : 여자가 화를 낼 땐 두 가지던데... 정말 싫어하거나 관심 있거나?
정연 : 뭐예요?
민우 : 어느 쪽이든 내 앞에선 티 내지마세요. 피곤하니까.
정연 : 하...!! (기막혀, 술을 벌컥 들이키는데)
강모 : (E) 제 자립니다. 비켜 주시죠.
민우 : ...!! (보면 강모다. 비웃듯) 이런 데까지 니 아가씨 지키러 온 거냐?
강모 : 비켜 달라고요.
민우 : (일어서며, 강모에게) 할 말 있는데, 잠깐 밖으로 나가지.
강모 : .. (보는데)
민우 : 잠깐이면 돼.
정연 : 내가 피해 드릴 테니까 얘기들 나눠요. (일어서서 나가고)
민우 : (잠시 정연을 보다가) 회장님께서, 너한테도 대륙건설 입찰단가를 알아내라고 시키셨다고?
강모 : ...
민우 : 내가 충고 하나 하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넌 니가 원하는 걸 못 얻어.
강모 : ... (노려보다)
민우 : 지금 이 말 새겨들어라. 곧 무슨 뜻인지 알게 될 테니까...
씬19. 동, 밀실 안
(경자가 성모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경자 : 뭐하시는 분이세요?
성모 : (본다)
경자 : (배시시 웃으며) 우리.. 같은 편이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성모 : 난 말 많은 거 딱 질색이야. 묻는 말 외에는 입 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경자 : (무안해서, 샐쭉) 죄송해요...
(이때, 민우가 들어선다)
성모 : 그만 나가 봐.
경자 : ... (나가면)
민우 : (자리에 앉고) 늦었죠? 미안해요, 형,
성모 : 아냐, 괜찮아. (술을 따라주며 살피듯) 근데,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아까, 홀에 있던 여자가 속 썩이냐?
민우 : 세상에 널린 게 여잔데, 여자 때문에 왜 속을 썩어요?
성모 : (피식 웃고) 나한테 할 부탁이란 게 뭐야? (술 마시려는데)
민우 : 이번 지하철 공사... 대륙건설 입찰 가격 좀 알아내 주세요.
성모 : ..! (본다)
민우 : 어려운 일이라는 거 알아요.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는 거구요.
성모 : (술 한 잔 털어 넣고) 아버지한테 말씀드려보지 그래.
민우 : 이번 일만큼은 아버지한테 손 내밀기 싫어요.
성모 : ... (보면)
민우 : 도와주세요.
성모 : 니 부탁인데,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냐. 방법을 찾아볼게.
민우 : 고마워요, 형.
(성모, 미소 지어 보이며 잔을 들고 민우와 건배한다. 이내 싸늘해지는 눈빛으로...)
씬20. 박소태 방 (그 밤)
(불이 꺼져있다. 허름한 비키니 옷장과 라디오 한 개만 놓여 있는 궁색한 방 안..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젊은 시절 엄마쯤의 사진들.. 들어서는 소태... 백열전구를 켜고는 옷을 벗어서 비키니 옷장에 넣으며...)
소태 : 배고픈데, 밥이나 좀 해먹고 잘까?
강모 : (E) 쌀 다 떨어졌더라.
(소태, 화들짝 놀라서 보면 강모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소태, 급한 김에 옷걸이를 손에 쥐고...)
소태 : 뭐, 뭐야 임마, 너..? 나, 죽이려구 온 거냐?
강모 : ... (보다가) 앉아, 술이나 한잔 하자.
(강모, 가져온 봉지 안에서 소주를 꺼내서 이빨로 딴다. 소태, 의심쩍게...)
강모 : 여기 니 집이야, 앉아.
소태 : ... (앉는다)
강모 : ... (소주를 병째 건넨다) 자, 마셔.
소태 : 너... 거기다가 쥐약 탄 거 아니지?
(강모, 자신이 먼저 병을 입에 대고 벌컥 마신다. 소태에게 건네면, 그제야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
강모 : 소태, 니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소태 : ..? 뭘?
강모 : 이번 지하철 공사... 니네 대륙건설 입찰가 좀 알아내 줘.
소태 : ..!! (소주를 마시다가 푸, 뿜고, 강모를 본다) 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강모 : 너, 홍회장 차 운전도 하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소태 : 야, 너 나 똑똑히 봐. 나, 박소태야. 대륙건설 용역부장 박소태..!
강모 : 알아... 한때 나한텐 가족과도 같았던 친구란 것도...
소태 : 너.. (하다가 말문 잠시 막히고) 날 보고 우리 회장님 배신하라고? 나, 아무리 시궁창에서 컸어도 그런 놈 아니거든?
강모 : 니네 회장님이 너한테 뭘 해 줬는데? 이 거지 같은 집에서 끼니 걱정하고 사는 거, 지겹지도 않냐?
소태 : 그러는 너는? 넌 나하구 뭐가 다른데?
강모 : 내가 꿈꾸는 세상.. 남들이 생각하는 거 보다 훨씬 커. 그 꿈... 소태, 너랑 같이 꾸고 싶다.
소태 : ... (잠시 보다가, 소주를 마시고) 미친놈... 나두 임마, 꿈 있어..! 너만 꿈 있는 줄 알아?
강모 : 나하고 손잡는 거,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다음에 내가 널 이 방에 찾아 올 땐... 그땐 적으로 오는 거다.
소태 : ... (노려보면)
강모 : 승낙한 걸로 알고, 연락 기다릴게. (일어서서 가려다가) 참, 쌀하고 연탄 좀 사서 들여놨다. 밥 좀 잘해 먹어, 임마.
(강모, 밖으로 나간다. 소태, 남겨놓은 소주를 질질 흘리며 들이키고는)
소태 : 하, 저 꼴통새끼...
씬21. 홍기표 집 , 거실 (이른 아침)
(정자가 휠체어에 앉아서 요란하게 종을 흔들어대고 있다)
미주 : (E) 예, 사모님, 들어가요.! (후다닥 밖에서 들어오며) 회장님, 조깅 가시는 거 배웅했어요.
정자 : .. (노려본다)
미주 : 일어나셨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놀래셨죠?
정자 : 썩을 년... 내가 어린 애야? 그런 걸루 놀라게?
미주 : (밝게 웃으며) 배고프시죠? 아침 뭐 해 드릴까요?
정자 : 넌 남의 집, 일하면서 뭐가 좋아서 맨날 실실 거려?
미주 : 그럼, 맨날 인상 쓰고 다녀요?
정자 : 웃지도 말고 인상도 쓰지 마. (방으로 들어간다)
미주 : (씩 웃으며 따라가고) 그냥 웃을 게요, 사모님..
씬22. 조깅 코스
(큼직한 공원쯤에서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
그 속에 기표도 있고... 기표가 양면으로 된 긴 벤치에 앉아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데...
그 반대편 벤치에 누군가 앉는다. 후드티 차림에 고글을 쓴 성모다)
성모 : 홍회장님?
기표 : ...? (뒤돌아보려는데)
성모 : 돌아보지 마십시오.
기표 : (멈칫, 목소리 알아듣고) 그렇지 않아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모 : 그쪽 입찰가를 알아내려면 확실한 미끼가 필요합니다. 대륙건설 입찰 기획서를 제게 넘겨주십시오.
기표 : ..! (긴장) 우리쪽 입찰가를 알려달란 말입니까?
성모 : 어차피 만보건설 입찰 단가를 알아내면, 기획서는 다시 작성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기표 : 그건 그렇지만...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성모 : 절 믿지 못하신다면, 저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기표 : ... 제가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성모 : 오다가 보니 집근처 공원에 우체통이 하나 있더군요. 제가 연락을 하면, 즉시 입찰 기획서를 그 우체통 안에 넣어두십시오.
회사 사람들은 위험하니까 집에서 일하는 아가씨한테 시키세요.
기표 : 알겠습니다.
(성모, 일어서서 구보하듯 간다. 기표, 성모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는데서...)
씬23. 만보건설, 기획실장실
(민우, 성모와 전화 중이다. 기분 좋은...)
민우 : 그럼, 내가 언제쯤 대륙 건설 입찰 기획서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사이) 알았어요. 고마워요. 형.
(수화기 놓고 잠시 생각하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정연이 서류를 들고 들어선다)
정연 : (서류를 내놓으며) 이번 하도급 업체와 재협상된 가격 현황입니다.
민우 : ... (서류를 살펴본다, 심각한 표정으로..)
정연 : 뭐가... 잘못 됐나요?
민우 : (수화기 들고) 문 과장님 좀 들어오세요.
정연 : 잘못된 게 있으면 제가 고칠게요. 다른 사람에게 업무 넘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때 문성중이 들어오면...)
민우 : 대륙건설 입찰단가를 알아내는 즉시, 합숙을 하게 될 겁니다.
정연 : ..! (놀라며)
성중 : 알아낼 수 있는 겁니까?
민우 : (자신감 있게) 남자 직원들한테 준비시키세요. 보안 잘 되는 호텔도 미리 알아보시고요.
성중 : (신나서) 알겠습니다, 실장님.
정연 : 합숙이라뇨?
민우 : (정연에게) 지금까지 수고 했어요. 나머지는 동료들한테 맡기세요.
정연 : (오기 생기는) 저도 같이 합숙할게요.
민우 : 황정연씨...
정연 : 여자라고 편의 봐 주실 필요 없어요.
민우 : 이번 입찰은 저번과 달라요. 보안이 생명입니다.
정연 : 그런데요?
민우 : 입찰 끝날 때까지, 한 방에서 남자직원들과 같이 생활해야 합니다. 출입도 통제 될 거구요.
정연 : (오기어린 표정) 문제없습니다.
성중 : (눈치 보다가, 끼어든다) 저.. 아가씨 때문에 남자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정연 : 저 때문에 불편한 일 만들지 않을게요. (민우에게) 제가 여자란 사실, 지금부터 머릿속에서 지워 주세요.
민우 : ... (보는데)
씬24. 호텔 커피숍 안
(남숙과 정식, 문성중이 만나고 있다)
남숙 : (화가 나서) 그래서요? 정연이 그 기집애가 입찰 문제까지 관여한단 말예요?
성중 : 예, 사모님...
남숙 : (버럭) 대체 문과장 뭐하는 사람이야? 회사에 발 못 붙이게 하랬더니, 왜 점점 큰일을 맡게 하냐구요..!
성중 : 죄송합니다. 조민우 실장이 결정하는 일이라...
정식 : 아, 씨... 엄마, 이러다가 정말 정연이한테 회사 뺏기는 거 아냐? 나, 그럼 확 죽어 버릴 거야.
남숙 : 얘가 엄마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러니깐 너도 뭣 좀 해 봐. 허구 헌 날 한량처럼 이러구 있지나 말구.
정식 : 사실은 나.. 곧 누구 만나기로 했어.
남숙 : 누구?
정식 : 아, 말 안하려구 했는데... 내 친구가 대륙건설 비서실에 있거든? 그 놈 만나서 이번에 입찰가격 알아내려구.
성중 : ..! (놀라서) 도련님께서 그 일을 해내시기만 한다면, 단숨에 우리 회사의 일등 공신이 되십니다.
남숙 : 정말 알아낼 수 있는 거야? 니 친구, 누군데?
정식 : 누구라면 엄마가 알아? 일을 할려면 총알이 좀 필요한데...
남숙 : 총알?
정식 : 돈 말야, 돈... 정보를 빼내려면 맨 입으로 되겠어?
남숙 : 얼마든지 마련해 줄게. 얼마야? 응? 말만 해.
정식 : 빳빳한 신권으로 한 석장쯤..?
남숙 : 석장? 사, 삼백만원이나?
정식 : 명색이 뇌물인데 그 정도는 줘야지... 입찰만 따내면 그 돈이 얼만데..
남숙 : 일어나, 당장 은행부터 가자. (문성중에게) 아무튼, 문과장은 정연이 그 기집애, 회사에서 쫓아낼 구실 좀 만들어 봐요.
성중 : 알겠습니다. 사모님.
씬25. 달리는 차 안
(뒷자리에 홍기표와 민홍기가 타고 있다. 운전 중인 소태의 날카로운 눈매가 백미러에 비쳐지고...)
홍기 : 언제라고 했소?
기표 : 나중에 따로 연락 한다고 했습니다. 보안을 위해서 우리 집 식모애더러 가지고 나오라고...
홍기 : 입찰기획서, 넘겨줍시다.
기표 : ..!! (놀라서) 괜찮겠습니까?
홍기 : 자기 입으로, 황태섭한테 원한이 있다고 했다면서요?
기표 : 예.
홍기 : 그간의 정황으로 볼 때, 우릴 돕는 건 틀림없소.
기표 : 그럼... 전 국장님만 믿고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홍기 : 한 가지 맘에 걸리는 게 있는데...
기표 : 뭡니까?
홍기 : 그 정도면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처리가 너무 완벽하다는 거요.
기표 : 혹시, 중정 요원이 아닙니까?
홍기 : 글쎄요... 우리 애들 중에 몰래 이런 일을 할 놈이 없는데...
(운전 중인 소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씬26. 다방 안
(박소태와 강모가 단 둘이 만나고 있다)
강모 : 뭐? 홍회장이 입찰 기획서를 넘겨줘? 누구한테?
소태 : 그건 모르지.
강모 : 언제 넘겨준다는데?
소태 : 그것도 모르고..
강모 : (답답해서) 머리 떼고 꼬리 떼고, 너 대체 뭘 들은 거야, 임마.
소태 : 야, 그거 엿듣기가 쉬운 줄 알아? 근데... 기획서 빼내려는 놈이 황태섭 회장하고 무슨 원한이 있는 거 같더라?
강모 : ...! 그래?
소태 : 아, 그리고...! 회장님댁 식모한테 심부름을 시키라고 했어.
강모 : ..! (놀라서) 식모?
소태 : 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모 : ... (생각)
소태 : 그 아가씨,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아냐? 난 처음에 식몬지 모르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지 뭐야.
담에 만나면 순대국이라도 근사하게 대접 하면서...
강모 : ..!! (급히 일어서서 나간다)
소태 : 야, 어디가? 커피 값은 내고 가, 임마.
씬27. 홍기표네 집 근처
(미주가 장바구니에 반찬거릴 잔뜩 사들고 다가온다. 열아홉 순정,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각에서 강모와 시덕이 몸을 숨기고 미주를 보고 있다)
시덕 : 쟨가부다.
(미주, 열쇠로 대문을 따더니 기표네 집 안으로 들어가고.. 강모, 그런 미주를 살피듯이 보는데...)
시덕 : 근데, 박소태 그 자식 말을 믿어두 되는 건지 모르겠다.
강모 : 어쩌면 우리 쪽에 대륙건설 프락치가 있을 지도 몰라.
시덕 : 프락치?
강모 : 저번 입찰 때, 막판에 실패한 것도 뭔가 좀 이상했어.
시덕 :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거야?
강모 : 분명히, 회장님한테 원한이 있는 놈이라고 그랬어. 그 놈을 잡아서 누군지 밝혀내야 돼.
시덕 : 언젠지도 모르고 마냥 여기서 기다려야 되는 거냐?
강모 : 별수 없지 뭐.
시덕 : 난 오늘 일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 되는데... 애들 좀 보내 줄까?
강모 : 쪽수 많으면 그 놈이 눈치 챌지도 몰라. 나 혼자 있을게. (집 쪽을 살피듯이 보는데)
씬28. 홍기표네 집, 욕실 안
(욕조 안에 거품이 가득하다. 미주가 정자의 등을 밀어주며 목욕을 시키는 중이다)
정자 : 아퍼, 이 년아..! 살살 좀 해.
미주 : 가만 좀 있어 봐요. (문지르며) 어휴, 드러워. 이 때 좀 봐.
정자 : (발끈해서 본다) 뭐? 더러워?
(정자가 밀어버리면 미주,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정자 : 그래, 이 년아, 내 몸둥아리, 더럽다. 더러운 걸 왜 만져..?
미주 : (한숨) 저, 빨래두 해야 되고 할 일이 태산이거든요?
(다가가 등을 문 지르며) 자꾸 이러시면 다음부터 목욕 안 시켜 줄 거예요?
정자 : 누가 너더러 목욕시켜 달랬어? 못된 년... 속으로 날 비웃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미주 : 우리 사모님, 이제 돗자리 펴두 되시겠네.. 어쩜 그렇게 딱 알아 맞춰요?
정자 : 뭐야?
(이때,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미주 : 잠깐만 기다리세요? (나가는데)
씬29. 동, 거실
(미주, 앞치마에 물기를 닦고 수화기를 든다)
미주 : 여보세요? (하다가) 예, 회장님...
씬30. 대륙건설, 회장실
(홍기표가 전화중이다)
기표 : (수화기 들고, 급하게) 서재에 가면, 서류 봉투가 있을 거야. 그거, 집 앞 공원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와.
미주 : (F) 지금 사모님 목욕시키는 중인데...
기표 : 급한 일이야. 그것부터 해. 꼭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씬31. 홍기표네 집, 욕실 안
미주 : (들어선다) 저, 지금 회장님 심부름 가야 되거든요? 금방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간다)
정자 : 너 어디가? 야..! (옆에 있는 종을 집어 들더니 마구 흔들어대며) 너 빨리 안와? 야, 이 기집애야..!
씬32. 동 대문 밖, 일각 (밤)
(으슥한 곳에서 강모가 몸을 숨긴 채 빵과 우유를 먹고 있다. 이때, 대문 안에서 봉투를 손에 들고 나오는 미주...
강모, 놀라면서 얼른 빵을 집어던지며 일어서는데...!!)
씬33. 공원
(조그마한 마을 공원이다.
미주가 주변을 둘러보며 다가온다. 빨간 우체통이 보이고... 미주, 우체통에 다가가서 봉투를 안에다가 집어넣는데...
일각의 강모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고... 미주, 무심코 강모 쪽을 보는데 강모, 얼른 몸을 숨긴다.
미주, 다시 돌아가는데... 그런 미주를 보는 강모..)
씬34. 동, 공원 근처
(한쪽에 서 있는 지프차 옆을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미주...
그 차 안... 운전석의 성모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미주를 보는데...)
씬35. 홍기표 집, 거실
(욕실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요란하다. 미주가 급하게 들어서며...)
미주 : 지금 왔어요, 사모님..!! (급히 뛰어가는데)
씬36. 동, 욕실 안
(미주가 급하게 들어선다. 이때, 정자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미주를 향해 뿌린다. 미주, 흠뻑 물벼락을 맞는데..
정자,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보고)
미주 : (손으로 물기를 훔쳐내며 다가온다) 죄송해요. 회장님께서 급한 일이라고...
(정자, 미주의 뺨을 후려친다)
정자 : 썩을 년! 너도 다른 년들하고 똑같아. 회장님 있을 때만 살살거리고 회장님 없을 땐 나, 무시하고...
미주 : 죄송해요. 사모님.
정자 : 뭐해? 나, 물에 퉁퉁 불려서 죽일 셈이야?
미주 : 금방 닦아 드릴게요. (손으로 등을 문지르며) 근데요 사모님. 때가 불어서 훨씬 잘 닦이는 거 있죠.
정자 : 뭐?
미주 : 제가 더 잘할게요. 이제 그만 화 푸세요.
정자 : 썩을 년...
(미주, 손으로 물을 끼얹어 주며.. 힘이 드는지, 이마 한번 훔치는데...)
씬37. 공원 안
(우체통 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성모다.
그 일각... 몸을 숨기고 성모 쪽을 보는 강모.. 손에 작은 곤봉이 들려져 있고...
성모, 주변을 둘러보고는 열쇠를 꺼내더니 우체통을 연다. 우편물들 중에 서류봉투를 꺼내서 살펴보는 성모...
이때, 성모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곤봉... 성모, 억, 하며 쓰러지는데...
강모, 바닥에 봉투를 집어 들고는 입찰기획서를 꺼내 본다)
강모 : 너 누구야?
성모 : .. (엎드린 채, 머리를 잡고 신음)
강모 : 말 해. 이거 누구한테 전해주려고...
(이때, 후레쉬 불빛이 강모 얼굴 쪽에 비쳐진다. 방범대원 두 명이 다가오고 있고..)
방범1 : 거기 누구요?
(강모, 성모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급히 그 자리를 도망치는데...!!
성모, 그제야 일어나서 이를 악물며 강모의 뒤를 쫓아간다)
씬38. 골목들 (몽타주)
(여기저기 미로처럼 나 있는 골목을 뛰어가는 강모... 그 뒤를 성모가 뒤쫓아 달린다.
잠시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씬39. 다른 골목
(강모,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내밀어서 살피는데 성모가 없다.
따돌렸구나..! 한숨 돌리고 봉투에서 입찰 기획서를 꺼내서 살피는데...
이때, 강모의 뒤통수에 총구가 겨누어진다)
성모 : (땀방울 맺힌 채, 낮은 목소리) 움직이지 마.
강모 : ..! (흠칫 놀라는데)
성모 : 이거 권총이다. 허튼 수작 하면, 넌 죽어.
강모 : ...
성모 : 그 서류, 이리 내...
(강모, 재빨리 서류 앞쪽을 부욱 찢어 놓는다. 서류를 어깨 뒤로 건네면, 성모가 받아 들고...)
강모 : ... 혹시 조민우실장이 보냈냐?
성모 : ...! (본다)
강모 : 나두 조실장한테 부탁 받고 온 사람이야. 우리 같은 편끼리 이러지 않는게.. (은근슬쩍 돌아서려는데)
성모 : (철컥 소리 나게 장전한다)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넌 죽는다.
강모 : ..! (긴장)
성모 : 그대로, 손 머리 위로 올려.
(강모, 손을 머리위에 올린다. 이때,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골목으로 경찰 순찰차가 들어선다. 성모, 놀라고..!!
강모, 뭔가 생각하고는...)
강모 : 니 얼굴을 보면 죽는다고 했지?
성모 : ..! (긴장)
강모 : 어디 한번... 쏠 테면 쏴 봐... 난 꼭 네 놈 얼굴을 봐야겠어...
(강모, 돌아서려는 순간 성모가 권총으로 강모의 뒤통수를 내려친다. 강모, 그대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데...
성모, 강모의 얼굴이 궁금하지만 순찰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피하는데.. 강모, 쓰러진 채, 신음하며)
씬40. 호텔 커피숍 (낮)
(정식과 대륙건설 비서실 직원이 만나고 있다. 두 사람, 악수하는 순간이 찰칵, 사진으로 박히고...)
정식 : 요즘 입찰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지?
남자 : 용건만 얘기 해. 대륙건설 직원이 만보건설 아들 만나는 거 알면, 큰일 난다.
정식 : 우선, 이것부터 받아. (조그만 돈 가방을 건넨다)
(정식의 손에서 가방이 옮겨지는 그 순간이 사진으로 찰칵, 박힌다)
남자 : 이게 뭔데?
정식 : 그 돈이면, 너 근사한 차 한 대는 뽑을 수 있을 거다.
남자 : ..!! (놀라며) 돈?
정식 : 그건, 그냥 착수금 같은 거구... (은밀하게) 니네, 입찰가 좀 알려 줘. 나중에 그 돈에 열배 줄게.
(일각의 다른 자리.. 찬성이 소형 카메라로 두 사람의 모습을 찍고 있다)
씬41. 동, 호텔 로비
(정식이 가방을 손에 든 채 걸어 나온다)
정식 : 아, 까탈스런 새끼.. 누군 시궁창이구, 지만 옹달샘인가.. 깨끗한 척은. 돈이 적었나?
(손가방 한번 보고는) 에이 몰라..! 덕분에 목돈 생겼는데 술이나 진탕 먹어야지.
(기둥쯤에서 기대 서 있는 찬성... 그 앞을 지나가는 정식을 노려보는데..)
씬42. 황태섭 집, 행랑채 방안
(짧은 치마의 경자가 와 있다. 염재수와 복자가 있고...
재수, 경자가 사다 준 구두를 들여다보며 싱글벙글... 복자, 경자가 선물로 사다 준 원피스를 입고 좋아하며..)
복자 : 어쩜 이렇게 딱 맞아? 어때? 귀티 좀 나 보이니?
경자 : 엄마, 완전히 오드리 햅번이야.
복자 : 오드리? 정말?
재수 : 우리 집안에 심청이 하나 났네. 돈 벌어서 엄마 아빠, 선물도 다 사다주구.
복자 : 공장 생활 힘들지? 기숙사에서 밥은 잘 나와?
경자 : 난 잘 지내니깐 걱정 마, 엄마.
복자 : (안으며) 어이구 이쁜 내 딸...
재수 : 얘가, 고등학교 퇴학 맞고 속 엄청 썩이더니 뒤늦게 철났네.
복자 : 얘가 괜히 그랬어? 당신이 집안 말아먹는 바람에 잠시 삐딱하게 나간 거잖아.
재수 : 또, 또 그 소리.. 에이, 증말...
씬43. 동 밖, 마당
(작은 나무의자가 놓여 있고, 강모와 시덕이 앉아서..)
시덕 : 권총? 너한테 권총을 겨눴단 말야?
강모 : 어쩌면, 그 기획서, 조민우 쪽에서 입수하려는 걸지도 몰라.
시덕 : 맞다..! 민우 아버지가 중정 국장이라며?
강모 : 내가 입찰기획서를 조금 찢어 놨어. 만약 조민우가 그걸 가져온다면, 분명 함정일거야.
시덕 : 야, 이러다가 너, 중정에 끌려가는 거 아냐? 거기 갔다 오면 멀쩡한 사람도 반병신 돼서 나온다던데.
강모 : 당분간, 조민우를 잘 주시해야 할 거다.
시덕 : 아, 몰라.. 나, 총 맞아서 객사하구 싶지 않다. (일어서는데)
(이때, 경자가 나온다)
시덕 : (쓱 훑어보더니) 기집애가 치마가 그게 뭐야? 허벅지를 다 드러내고..
(시덕이 안으로 들어가면 경자, 강모에게 다가오고...)
경자 : 강모 오빠..!
강모 : (힐끔 보고) 어, 왔냐?
경자 : (슬그머니 엉덩이를 밀며 바짝 다가앉으며) 오빠, 혹시 정연 언니하고 연애 해?
강모 : 뭐?
경자 : 아니지?
강모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가씨가 들으면 클나겠다.
경자 : 하긴, 아닐 거라고 생각 했어.
강모 : 근데 그런 걸 왜 물어?
경자 : 그냥... 근데 오빠 나, 내일 쉬는데.. 시간 있어?
강모 : ..? (본다)
경자 : 우리 뚝섬유원지로 놀러 갈래? 아니면, 남이섬두 좋구... 돈은 내가 낼게. 나 요즘 돈 많이 벌어.
강모 : 좀 떨어져 앉아줄래? 다리 좀 오므리고...
경자 : 나 오빠한테 할 말 있는데... 잠깐만 귀 좀 빌려 줘 봐.
(경자, 주변을 살피고는 강모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댄다.
강모, 뭔가 싶어서 듣는데 경자, 슬그머니 손을 뻗더니 강모의 허리춤을 끌어 앉는다.
이때, 대문이 열리며 불쑥 들어서는 정연...
강모, 화들짝 놀라서 얼른 경자를 확 밀치고 일어서는데.. 경자, 아얏..! 벌러덩 뒤로 나자빠지고...
강모, 당혹해 하는데... 정연, 대수롭지 않게 경자를 보더니 안으로 들어가고)
강모 : 아가씨.. 잠깐 할 얘기가 있어요.
정연 : 나 지금 합숙 들어가거든? 나중에 얘기 해.
강모 : 합숙이라뇨?
정연 : (급히 들어가 버린다)
경자 : (성깔) 내가 공사판 푸대자루냐? 집어던지게?
씬44. 정연 방
(정연이 짐을 꾸리고 있다. 노크 소리...)
강모 : (E) 아가씨...
정연 : 들어와도 돼.
강모 : ... (들어와서 본다)
정연 : (트레이닝복 꺼내서) 이거 어때? 잠옷으로 쓸까, 하는데.. 불편할까? 나 잠자리 바뀌면 잘 못 자는데 걱정이다.
강모 : (침대 위, 배개 짚어주며) 이거 챙겨 가세요. 쓰던 베개면 좀 나아요.
정연 : 됐어. 그렇지 않아도 조민우 시선 곱지 않은데..
(민우 어투 흉내) 지금 놀러 온 겁니까? 아예 침대를 가져 오시죠? 안 봐도 뻔하다.
강모 : ... (보다가) 근데, 벌써 합숙을 하세요? 아직 대륙건설 쪽 입찰가도 못 알아냈는데..
정연 : 조민우가 알아냈어.
강모 : 네?
정연 : 조민우가, 대륙건설 입찰가 알아냈다구.
(강모, 놀라서 뛰어나간다. 정연, 짐 싸다가 이상한 듯 보는데..)
씬45. 만보건설, 회장실 안
(조민우가 와 있다. 주영국이 있고... 황태섭이 대륙건설 입찰 기획서를 들여다보며)
태섭 : 수고했어, 조실장..! 자넨 역시 날 실망 시키지 않는구만...
민우 : 감사합니다. 회장님.
태섭 : 총 공사비가.. (들여다보고는) 홍기표가 우리 만보를 죽이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만...
(민우에게) 우린 이것보다 오억 더 낮춰.
영국 : 괜찮겠습니까? 그 정도면 손해가 막심한데...
태섭 : 공사비 부족분 메울 방법은 차후에 찾아내면 돼.
민우 :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이때, 노크소리...)
태섭 : 들어 와.
강모 : ... (들어선다. 민우를 노려보며) 그 입찰기획서, 어디서 구했습니까?
민우 : 그걸 니가 왜 물어?
강모 : 대답하세요. 누구한테 받은 겁니까?
태섭 :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강모 : 그 기획서가 가짭니다.
태섭 : ..!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이 기획서가 가짜라니?
강모 : 누군가가 대륙건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쪽에 스파이라도 있으면..
(민우, 강모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친다)
민우 : 그래서? 지금 내가 스파이라는 거냐?
영국 : 회장님 앞에서 무슨 짓들이야..!
강모 : (민우를 노려보다가, 태섭에) 그 기획서를 살펴보십시오. 분명, 찢어진 데가 있을 겁니다.
태섭 : ..!! (놀란다. 허겁지겁 기획서를 넘기며 찾는다)
민우 : 만약 이 안에, 찢어진 데가 없으면...?
강모 : (노려보며) 그럴 리 없어요. 분명 내 손으로 찢었으니까..
태섭 : 난 못 찾겠는데? 강모, 니가 찾아 봐.
(강모, 기획서를 받아들고 자신이 찢었던 곳을 펼쳐든다. 그러나 분명히 찢었던 곳이 멀쩡하다.
강모, 놀라서 급한 손길로 기획서를 뒤적여 보는데.. 없다. 놀라서 민우를 보는데...
민우, 강모를 보며 싸늘하게 비웃더니 그 기획서를 빼앗아 들고는 밖으로 나간다)
태섭 : 너, 도대체 뭘 찢었다고 이 소란이야, 소란이..!
강모 : ... (망연하게)
씬46. 호텔 전경
씬47. 호텔, 스위트 룸 거실
(민우와 정연, 성중과 기획실 남직원1, 2, 3들이 자신들의 간단한 짐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직원1 : 와, 역시 스위트룸이라 다른데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아 보고)
성중 : 먼저 잠자리 배정을 해야 하는데, 황정연씨가 있어서..
민우 : 원칙대로 하세요.
성중 : 그럼 직급대로 배정하겠습니다. 저쪽 침대 방은 실장님.. 다른 방은 저와 김대리... 거실 큰 소파는 박대리와 최대리...
황정연씨는... (머뭇거리면)
민우 : 거실 작은 소파를 사용하세요.
정연 : ... (입을 삐쭉대는데)
민우 : (좌중에게) 앞으로 입찰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하시게 될 겁니다. 저 외에는 외출은 물론 전화통화도 금하겠습니다.
씬48. 요정 안
(조필연과 황태섭, 오병탁과 한명석이 있다)
병탁 : 보내주신 국가발전기금, 잘 받았소.
태섭 : 죄송합니다. 좀 더 많이 기부를 했어야 했는데...
병탁 : (정색) 나, 액수 같은 거 따지는 사람 아닙니다. 황회장같은 애국자만 있으면 이 나라가 무슨 걱정이 있겠어?
태섭 :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병탁 : 요즘 중앙 정보부는 어때?
필연 : 아시다시피 경호실 차실장와 우리 부장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병탁 : 그 사람들, 각하나 제대로 모실 일이지, 대체 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술 한 잔 털어 넣는데)
필연 : 실은.. 위원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병탁 : ... (보면) 뭔데?
필연 : 다음 국회의원선거 때, 공화당 공천을 받고 싶습니다.
병탁 : 정치하려구? 그거, 골치 아파, 하지 마... 날 봐, 정치하면서 머리 다 빠진 거...
필연 : 농담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위원장님께서 절 추천해 주십시오.
명석 : 선거에 한번 뛰어들려면,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공무원이신데, 무슨 돈이 있어서 정치를 하신다는 겁니까?
필연 :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계신 황회장께서 절 밀어줄 겁니다.
태섭 : ...
병탁 : (못마땅하게) 이 사람들 이거.. (은밀하게) 엊그제 청와대 주례보고 때, 경호실 차실장이 중정 간부와 기업인들 간의
유착문제를 들고 나왔어. 당신들, 이렇게 붙어 다니다가 나중에 무슨 철퇴를 맞을라고 그래?
태섭 : ..!! (놀란다)
필연 : 우린 상관없습니다. 저와 황회장... (태섭을 보며) 곧 사돈지간이 될 사이니까요.
태섭 : ..! (본다)
병탁 : 사돈이라니?
필연 : 제 아들과 황회장 딸이 결혼을 할 겁니다. 집안끼리 서로 좀 돕는다는데, 누가 손가락질을 하겠습니까?
병탁 : 그래? 뭐 그렇다면... 아무튼 경사로운 일이구만. 축하해요, 황회장..
태섭 : 아, 예... (당혹해 하며 필연을 본다)
필연 : ...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씬49. 동. 밖
(걸어 나오는 조필연과 황태섭... 고재춘과 주영국이 뒤에 따라 붙고...)
태섭 :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돈이라니요?
필연 : 미리 질러 놓으면 뒷말이 없을 겁니다.
태섭 : 아무리 그렇다고...
필연 : 왜요? 그 말이 그렇게 기분 나빴습니까?
태섭 : 그런 건 아니지만... 당사자들 의사도 없이...
필연 : 꼭 결혼을 시키자는 게 아닙니다. 황회장은 지하철 공사를 따내고, 난 국회에 진출하고... 지금은 그게 중요해요.
태섭 : ...
필연 : 혹시 모르죠. 우리가 반대하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좋아서 결혼시켜 달라고 조를지...
(조필연, 웃으면서 간다. 고재춘이 따라가고...)
태섭 : (못마땅하게) 저게 우리 집안을 호구로 보나... 누구 맘대로 사돈을 맺어?
씬50. 호텔, 객실 안
(계산기와 타이프라이터, 입찰 서류가 즐비하게 널려 있다. 기획실 직원들 입찰 기획서 작성하고 있고...
민우, 정연이 정리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민우 : 황정연씨, 정신 못 차립니까?
정연 : 네?
민우 : 계산이 틀리면 어떡합니까?
정연 :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민우 : (좌중에게) 십 원이라도 틀리면 입찰 취소됩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세요.!
- 시간경과 (몽타주)
(직원들... 각자, 계산기를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계산한다.
시계가 저녁 8시, 11시, 새벽 1시를 지나고 있다. 다들 초췌해진 모습..)
성중 : 실장님, 이미 회사 이익이 마이너습니다. 총 공사비를 육백칠십육억에 맞추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립니다.
민우 : 공사비 부족 부분은, 지금 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우선 입찰 기획서 작성하는 데만 집중 하세요.
(정연,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고개가 무거워지더니... 쿵하고 테이블에 머리 박는...
정연, 화들짝 놀라서 보면, 민우, 인상 쓰더니...)
민우 : ... 내일 다시 하죠.
씬51. 호텔 거실 안 (밤)
(탁자 위에 서류들과 주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직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서 자고 있다.
정연, 작은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보려는데 남자들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겠고...
정연, 몸을 뒤척거리다가 벌떡 이어서며)
정연 : 어휴, 증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네...
(정연, 베개와 이불을 들고 일어서는데...)
씬52. 동. 욕실 안
(정연, 욕조에 이불을 깔고... 만족스러운 표정...)
정연 : 내일 안 졸려면 이렇게라도 눈을 붙여야지. (누우며) 황정연, 너 진짜 머리 좋다...
(정연, 샤워 커튼을 치고는 잠을 청하는데)
씬53. 동. 침대 방
(민우,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보며 일하는 중이다. 잠시 기지개를 켜고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데...)
씬54. 욕실 안
(샤워커튼이 쳐져 있고... 정연이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민우가 들어온다.
인기척에 눈을 뜨는 정연, 빠꼼히 얼굴 내밀고 보면 민우가 웃옷을 벗는다.
정연, 놀라서 얼른 누우며... 미치겠고... 다가오는 민우, 웃통을 벗은 채 커튼을 걷으면 정연, 눈을 질끈 감으며 자는 척...
민우, 잠시 정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는...)
민우 : (어이가 없어서) 뭐해요, 지금?
정연 : (눈을 배시시 뜬다, 씩 웃어 보이며) 아직 안 주무셨어요?
민우 : 취미가 아주 고상하군요...
정연 : 다, 다행이에요. 아직 바지를 안 벗어서...
(민우, 인상 쓰더니 허리띠를 끄른다)
정연 : (화들짝 놀라서) 뭐, 뭐하려구요?
민우 : 여자란 생각 머릿속에서 지워 달라면서요? 샤워 할 겁니다.
(민우, 허리띠를 확 잡아 빼면... 정연, 놀라서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민우 : 욕조도 써야 되니까 비키기 싫으면 같이 쓰던가..
(정연, 놀라서 이불 걷어들고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간다. 민우, 차가운 표정으로 보는데서..)
씬55. 동. 발코니
(비취 의자에 누워 있는 정연, 이불을 목까지 끌어서 덮고는 양주를 병째 들고 마시고 있다.. 오들 오들 떨며...)
정연 : 왜 이렇게 추운거야? 날씨도 꼭 누구 같네. (한 모금 마시고, 독한 듯 으, 소리 내고) 이거라도 있으니까 좀 살 것 같다...
치사한 놈.. (눈앞에 민우가 있는 것처럼) 내가 오죽하면 욕조에서 자겠니? 꼭 거길 빼앗아야 속 시원하겠냐?
(양주를 마신다, 카, 소리 내며) 이게 몇도 짜리야?
씬56. 호텔 로비
(강모와 시덕이 한쪽 구석의 소파에 앉아 있다. 호텔 매니저가 지나가며 눈치를 주고..)
시덕 : 기분 나쁘게도 꼬나보네... 꼭 이렇게까지 조민우를 감시해야 되냐?
강모 : 분명히, 기획서를 넘겨준 그 자를 만나러 갈 거야. 이대로 입찰되는 거 막으려면 현장을 잡는 수밖에 없어.
시덕 : 좀 아까 보니까 스위트 룸 불이 켜져 있던 거 같은데.. 밤새 작업하나부지?
강모 : .. (괜히 걱정스럽고)
씬57. 스위트 룸, 욕실
(샤워를 하고 있는 민우...)
씬58. 동, 발코니
(정연이 잠들어 있다. 실내 가운을 입고 다가오는 민우.. 정연을 본다. 거의 비워져 있는 양주병...
민우, 인상 쓰는... 정연을 보다가 안아서 들어 올린다)
씬59. 동, 침대 방
(민우, 정연을 안고 들어온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는데)
정연 : (몸을 뒤척이며, 비몽사몽) 조민우.. 이 쫌생이, 말미잘...
(민우, 정연을 차갑게 보다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두 손으로 정연의 얼굴을 잡고 정면으로 보는데...
정연, 조금 의식을 차리며)
정연 : 누, 누구...? (눈을 뜨려는데)
(정연, 술기운에 눈이 잘 안 떠진다.
민우, 무표정으로 그런 정연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데..)
씬60. 동, 로비
(소파에 누워 있던 강모가 뭔가 불길한 생각에 벌떡 몸을 일으킨다. 옆에서 졸고 있던 시덕이 놀라서..)
시덕 : 왜? 어? 왜 그래?
강모 : ... (급히 엘리베이터 쪽을 보는데)
시덕 : 야,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통금 풀리면 너 들어가 있어. (눕는다)
강모 : .. (괜히 불길한 생각에)
씬61. 동, 침대방
(새벽 여섯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 정연이 눈을 뜬다. 여기가 어디지? 어리둥절하다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주변 보는데...
조민우가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고... 잠시 생각... 조민우가 눕혔구나...
정연, 침대에서 나와서 가려다가 민우를 보고는 다가간다. 무릎을 굽히고, 찬찬히 민우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민우 : (눈을 감은 채) 몰래 엿보는 게 원래 취밉니까?
(정연, 화들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민우 : (눈뜨고) 직원들한테 오해 받기 싫으면, 빨리 내방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겁니다.
(정연, 놀라서 급히 나가는데.. 민우, 차가운 표정...)
씬62. 동, 밖 거실
(정연, 밖으로 나온다. 아직까지 자고 있는 직원들.. 정연, 뛰는 가슴 진정 시키며...)
정연 : 어젯밤에 꿈을 꾼 거 같은데.. (생각하다가 놀라며) 어휴, 꿈을 꿔도 꼭 그딴 개꿈을.. 악몽이다, 악몽..!!
(입술을 닦아내는데)
민우 : 뭐가 개꿈이고 악몽입니까?
정연 : (화들짝 놀라서, 뒤돌아보면)
민우 : (좌중에게) 자, 다들 그만 일어나세요. 회의 시작합시다.
정연 : ... (민우를 보는데)
씬63. 용역반 사무실 안 (낮)
(강모가 탁자에 턱을 괴고 성냥으로 탑을 쌓으며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답답하다.
손가락 끝으로 툭 건드려서 무너뜨리고는 한숨을 내쉬는데... 이때, 시덕이 급히 뛰어들며)
시덕 : 강모야..! 방금 조민우가 로열클럽으로 갔어.
강모 : ..! 뭐? (급히 뛰어 나간다)
시덕 : .. (따라 나가고)
씬64. 로열클럽 밀실 안
(성모가 술을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급하게 민우가 들어온다)
민우 :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성모 : 숨부터 한숨 돌려라. (술 따라 주는)
민우 : ... (받으며 본다) 급한 일이라는 게 뭔데요?
성모 : (심각하게) 만보건설 쪽에 스파이가 있는 거 같아.
민우 : 스파이라뇨?
성모 : 황태섭 회장 아들이 대륙건설 비서실 직원을 만났어.
민우 : 정식이가요?
성모 : 뒷조사를 해봤더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더군.
민우 : (생각하다가, 이내 픽 웃고)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 쪽 입찰가를 절대로 걔가 알 리 없거든요.
성모 : 그럼 다행이다. 난 또, 혹시나 해서.. 일은 잘 되고 있는 거지?
민우 : 물론이죠. 혹시나 해서, 금액 차이 좀 나게 했어요.
성모 : (슬쩍 떠보듯이) 얼마나 줄였는데?
민우 : ... (술을 마시려다가 본다)
성모 : (피식) 꺼림칙하면 말 안해두 돼. 나도 괜한 오해는 받기 싫으니까.. (술 한 잔 마시면)
민우 : (술 따라주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연대가 언젠지 알아요?
성모 : 글쎄..?
민우 : 지하철 공사건만 따내면... 우리나라 건설업계, 만보건설이 통일하게 될 거예요.
성모 : (알아챈다, 눈빛) 그래서? 입찰가가 삼국 통일 연대와 같다?
민우 : 누가 정보부 요원 아니랄까 봐... 일부러 맞추려고 한 건 아닌데, 딱 맞아 떨어졌어요.
성모 : ..!! 좋은 징조구나. 건투를 빈다.
민우 : 그럴 리는 없지만,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돼요?
성모 : 조국장님이 물어보면... 나, 대답 안 할 자신 없다.
민우 : (미소) 형이, 어련하겠어요?
씬65. 로열클럽 홀 안
(들어서는 강모, 지배인에게 뭔가를 묻는데... 이때, 경자가 오다가 강모를 보고는 급히 몸을 숨기며...)
경자 : 저 오빠, 또 왔네? 어휴, 이러다가 들키는 거 아냐? (본다)
(강모, 룸 쪽으로 가는데...)
씬66. 동, 복도
(복도로 들어서는 강모... 밀실 앞에서 잠시 한 호흡 쉬더니 노크를 하려다가 만다.
조용히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는 안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