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4일
나의 하루를 소개할게요.
나의 아침 루틴은 무얼까? 음, 여섯 시 정도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창가에 어둠의 자락이 남아있다. 창문에 커튼을 달지 않고 지낸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고 환기를 자주 시킬 수 있어서 좋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새벽 창가의 느낌이 너무 좋다. 그래, 여섯 시쯤 되었을 거야.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면 거의 정확하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다. 열 가지가 넘는 동작을 20년 가까이 꾸준히 한다. 물론 몇 가지는 더해진 동작도 있다. 몸을 풀고 거실로 나와서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수를 한 컵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천천히 마신다. 물을 마시면서 제일 먼저 물에 사랑한다고 인사하고 그리고는 몸과 마음이 평안하길, 내 피가 맑아지길, 오장육부가 편안하길 기도한다. 베란다로 나가서 탁 트인 풍경을 한참 바라본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오늘도 사랑이 넘치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기도한다.
7시에는 유튜브로 영어 회화를 듣는다. 그냥 틀어놓고 2시간을 듣는다. 당근주스를 만들고 남편 출근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귀로 듣고 입으로는 따라 하면서 한 시간 정도는 이리저리 오가면서 듣는다. 꼭 하는 것 중에 남편 구두를 닦아서 현관에 놓아둔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전투화는 내가 닦아 드렸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전투화를 반짝반짝 닦아놓으면 아버지가 출근하시면서 참으로 좋아하셨다. 남편 회사 동료가 당신은 어떻게 구두가 늘 깨끗하냐고 물어서 장난으로 집사람이 다 닦아주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금도 남편 구두를 아침마다 닦아주는 아내가 있냐고 하면서 한 번 웃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해 온 일이라서 그다지 신기해할 것도 없는 아침 루틴 중의 하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한 시간 정도 다시 영어 회화를 듣는다. 그리고 아침을 꼭 챙겨서 먹는다. 간단하게 먹는 게 아니고 밥과 국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식탁에 다 차려놓고 행복하게 밥을 먹는다. 천천히 맛있다고 연신 노래하면서 혼자서 먹는 아침이지만 언제나 즐겁게 먹는다. 내가 만든 것이니 더 맛있다. 주변에서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고 하는데 글쎄, 나는 혼자서도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는 것도 좋아한다. 식사 후에 커피나 차를 마시는데 그 시간은 언제나 달콤하다. 겨울철에는 햇살이 거실까지 들어온다. 베란다 바닥에 깔아놓은 에어매트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세상에서 나만 행복한 것 같아서 가끔은 불안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점심은 아들만 먹는다. 나는 아침을 10시 정도 먹으니까, 점심은 부담스럽다. 점심은 아들이 원하는 식단을 준비한다. 아들에게 첫 끼인 점심을 위해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점심을 차려준다. 아들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고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너뛴다.
잠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컴퓨터에서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으로 강의를 듣는다. 간단하게 견과류나 과일을 간식으로 먹고 산책하러 나간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아침에 나가고 겨울에는 오후에 주로 나간다. 때로는 한밤중에도 걷는다. 너무 추운 날에는 계단을 20층까지 오르내리면서 운동을 한다.
저녁을 준비해서 하루 열심히 일하고 온 남편을 위해서 따스한 밥상을 차린다. 세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이 나는 좋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다. 저녁 시간에는 주로 영화를 본다. 각자 할 일이 있는 날에는 서재에서 일을 한다. 열 시쯤 되면 나는 하품부터 나온다. 하루 동동거리며 살았으니, 기운을 다 소진했다. 새벽 다섯 시에는 눈이 떠지니 오후 열 시쯤 되면 졸음이 온다. 먼저 잠자리에 든다. 남편은 올빼미형이다. 베란다에 나가서 하루도 평온하게 잘 보냈음에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그리고 모든사람이 편안히 잠자리에 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