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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다 여주인공이 입은 옷이 마음에 들었다. 리모컨을 움직여 그 옷을 클릭하자 화면 한쪽에 제조업체와 재질, 가격 같은 정보가 뜬다. 리모컨을 몇 번 더 클릭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의 옷을 주문하고 값까지 치른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소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가는지 관광·여행 정보도 그 자리에서 확인한다. 호텔, 식당 예약도 한다. 10월부터 시작되는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시대의 새로운 홈쇼핑방식이다.
▶IPTV의 외형상 구조는 케이블 방송과 비슷하다. 디지털 TV와 함께 셋톱박스를 갖춰야 한다. 다만 셋톱박스가 케이블망이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에 연결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 셋톱박스에 다시 TV·컴퓨터·전화를 연결해 사용한다. 방송은 전파나 케이블을 통하고, 통신은 전파나 전화선을 통해야 했던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것이다.
▶IPTV는 우선 채널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국민 누구든 개인 채널을 확보해 자신만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낼 수도 있다. 방송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영화 감상, 홈쇼핑, 홈뱅킹, 온라인 게임까지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흑백→컬러→디지털→모바일(DMB)에 이은 제5의 TV혁명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IPTV 사업자로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을 선정했다. 방통위는 3개 사가 계획대로 매년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면 2012년까지 10조원 생산 유발, 5만9000명 고용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련 업계 이해 다툼으로 5년을 허송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들에 뒤처지게 된 것을 서둘러 만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갈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이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 해 수백억원을 요구하고 있어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채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IPTV가 우리 경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으려면 방통융합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