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28대 진덕여왕 때 유명했던 재가불자인 부설거사(浮雪居士)의 시입니다.
오종평등행무등(悟從平等行無等)
깨달은 이는 평등하지만
차별을 쓰고
각계무연도유연(覺契無緣度有緣)
인연을 떠났지만
인연을 잘 따른다.
처세임진심광의(處世任眞心廣矣)
세상살이를 진리에 내맡기니
마음은 걸림이 없다
재가성도체반연(在家成道體?然)
재가에서도 도를 이루니
특별한 자리를 찾지 않는다
원주악장단청별(圓珠握掌丹靑別)
일체를 융섭하는
둥근 구슬(마음)을 손에 넣으니
명경당대호한현(明鏡當臺胡漢懸)
이 맑은 거울은
차별 없이 온갖 것 다 비추네
인득색성무괘애(認得色聲無?碍)
보고 듣는 온갖 것
둘 아님 깨달아 걸림 없으니
불수산곡좌장연(不須山谷坐長連)
산에 들어가 오래도록 좌선할 필요가 없다
[부설거사]
거사의 도가 승가의 도와 다를 수 있을까?
깨달은 이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차별 없는 가운데 스님을 만나면 스님 합장도 하고, 마음껏 평등 가운데에서 차별을 내어 쓴다.
인연을 떠난 사람은 세간을 떠나 산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인연을 떠났으니, 인연 속에서 온갖 풍파와 함께 인연을 받아들이며 산다.
세상살이 온갖 풍파 속에서 그 속에 사는 '나'가 없으니, 오직 진리 뿐이어서, 진리에 내맡기니 걸림이 없다.
도는 재가와 출가를 나누지 않는다.
도를 깨달을 특별한 자리는 따로 없다.
마음구슬, 맑은 거울, 이 밝은 자기 본성 하나를 깨달으면, 온갖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비춘다.
다 비추면서도 분별하지 않으니 걸릴 것이 없다.
애써 산에 들어가거나, 오래 앉아 좌선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법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