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만 살다가 산이 좋아 무작정 지리산 산청으로 귀농 아니 귀촌
그렇게 어영부영 살아가는 적을 두기 위해 몇년을 허겁지겁 살아가다가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텃밭 하나 얻어 마늘을 심고 수확하고 그 곁
또 하나의 텃밭 얻어 생전에 처음으로 삽질 하고 쇠스랑 가지고 두둑 만들어
각종의 야채들을 심었으나 흠미야 봄 5월 한참 파종할 시기
나는 너무 바빴다
산청의 유명한 약초축제 참석차 준비하랴 그에 인륜지대사인 아들의 혼례까지 겹쳤음이라
남들보다 근 한달 뒤 늦게 모종 심고 파종 하고 그에 거름인들 한적 없고
약 쳐본적 없음이니 이웃 밭과는 사뭇 다른것 그에 하필이면 파종 할 당시 극심한 가뭄
오호라 통재라
게으른 농부의 극을 달하는구나 그러나
오며가며 늦은밤이면 헤드라이트 켜가며 가꾸워 결과
열무며 알타리무며 몇 번의 솎음 김치 해먹게 되고 오늘은
알타리무우 제대로 알 차지 않음을 알게 되니 너무 촘촘하게 씨앗이 자라났다란 것
그것은 바로 가뭄 끝 요즘 장마철 뒤늦게 바지런 떨듯 우후죽순 솟아나는 싹들 이런...
하느수 없이 새벽부터 밭에 나가 풀 뽑고 솎아내고
결국 공부하고는 영 취미 없는 낭랑 18세 조카 이른? 아니다 10시는 족히 넘어 11시쯤
뙤약볕 이글거림에 나 스스로 자신 없음에 일깨워 밭으로 투입
저 낭랑 18세 소녀가 밭에서 흙과 함께 열무 솎고 알타리무우 솎고
그에 쌈채 쏙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음이니 나는 쉰 넘어 처음 해보지만
내 조카는 낭랑 18세에 벌써....흠미 외숙모를 너무 잘못 만난 탓인게야 아무렴
그래도 장갑 끼고 토시 끼고 외삼촌의 카우보이 모자 쓰고
투덜거리지 않고 따라 하는 것이라니 그 참
기특도 하지만 안탑까기도 한 내 심정이라니
그렇게 저렇게 각종 야채들 즉 토마토, 양배추, 호박, 고추, 쌈채, 열무, 알타리무우,
파프리카, 옥수수 등등 안 심은것 없이 내 손바닥만한곳에 몽땅 심어놓은 텃밭
때늦은 농사에 파프리카가 저리 실하게 와우 ~
스스로에게 환호성 절로...한 낮의 뙤약볕 아량곳 하지 않음이라
그리고 나 좋아하는 아욱이라니
긴 가뭄탓에 씨앗조차 발아하지 못했던 바
요즘 장마철 간간히 내리는 비
그를 머금어 쑥쑥 쑤욱 자라나는 아욱
조만간 아욱된장국 끓여 먹게 생겼네
실은 나 어릴적 내 할머니 아욱국 끊어다가 아욱 줄기껍질 벗겨내고
박박 문질러 쌀뜨물 넣고 푹푹 끓여 아욱죽 해주었던 그 아슴프레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어쩌면 내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를것이다
알타리무우
생전에 처음 파종한지라
저 눈곱만한 씨앗이 설마 하고는 무지막지하게 씨앗 뿌렸더니
처음 너무 촘촘 그에 무우 자랄생각 없더라니
그나마 몇 번 솎아주었다고 저리 튼실한 알타리무우를 탄생한거라
앗싸 첫 농사치고는
그에 남들처럼 거름 안 주었지
약 치였지
그나마 유난스레 요즘 유행하는 그 머시더라 잊어뿌렸다
음식찌꺼기 가지고 천연 비료 만드는 것 흠미 역시나 알콜성 치매가 제대로 온것 같다
그렇게 솎아온 열무랑 총각무우 텃밭 곁 은행나무 그늘아래 정자곁에서
낭랑 18세 조카랑 다듬기 씨름 한판
그리고는 나의 약초 씻기 아지트인 마근담 계곡 가서 곧 바로
열무며 총각무우며 약초며 세척 시작
그렇게 오며가며 세척하는 과정
계곡에는 무수한 물고기들 오락가락
그러나 내 아무리 이리저리 야채들 씻는 한 곳에 이 종류의 민물고기 떼를 지여 햇살맞이 하더라니
막상 카메라 렌즈 찰칵
모두가 줄행랑 그러나 단 한마리 나의 포즈에 유유자적 나를 놀리고 있네 그려
참으로 도도하기 짝 없는 놈 같으니
나 이럴적엔 저렇게 생긴 놈들을 가지고 기름종이라느니 기름종지라느니 했는데
경상도 와서 살게 되다 보니
또 하나의 이름이 있음이요
또한 얼마전 덕산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난 생태계학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는
저러한 종자들이 한 둘이 아니란 것 서로가 각기 다른 이름 다른 색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다란 것을 듣게 된 그 이후
어려서 흔하게 본 물고기조차 함부로 이름을 못 부르겠다란 것이다
그에 나는 계곡 한 곳을 막아
오늘 나의 텃밭에서 채취하여 온 쇠비름 세척하느랴 정신 없고
이렇듯 맑은 물
지리산 줄기 청정 지역 마근담 계곡에서 세척한 약초의 참 맛
나 역시나 이곳 산청에 와서부터는 진정 살아있는 물을 마시고 있노라 큰 소리 뻥뻥인것을
우야둥둥 낭랑 18세 나의 조카와 함께 텃밭에서 수확한 열무, 총각무우
다듬고 세척하여 절구고 이렇듯 건저 놓으니 오호 제법이란 것
이쯤이면 나도 어느정도 농사의 소질 있지 않을까 내심 의기양양
빨간고추, 생강, 마늘 갈아넣고
풋내 없애려고 우리밀가루 풀 써어 넣고 간은 남해안 멸치액젓으로...
그렇게 김치의 양념소스 만들어
절구어 놓았던 총각무우 씻어 건저 쪽파까지 숭덩숭덩 썰어놓아 함께
버물 버물 총각김치 두통
열무물김치 한 통
생전에 처음 농사 지여 이만큼 김치 해먹을 양이면 성공 아니겠느가 싶은것이다
나이 쉰 넘어 조만간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만한 농사 짓고는 의기양양이냐고요
아무렴 내 생전에 호미? 그러나 나 이제 서서히 촌생활에 물 들어가고 있음에
나름의 행복과 꿈을 심는 곳
작으면 어떠랴 많은들 어떠랴 주눅들지 말고 우쭐대지 말고
지금의 나로서 그저 그렇게 물과 함께 숲과 함께 구름과 함께 이끄는데로 살아보자꾸나 싶은것이라
그에 모든 김치를 마무리 하고는
뒷설거지 하는 나의 뒷모습
테블위 올려놓은 카메라 들고 낭랑 18세 나의 조카 구부정한 진정 나의 나이를 제대로
인증샷 한방 날렸구랴
그나 저나 약초에도 농사에도 관심 있는 낭랑 18세 소녀
이 참에 나도 최연소의 농사꾼? 약초꾼제자 하나 키워볼까 싶다
첫댓글 와우~~~ 파프리카 하고 열무 정말 잘 키우셨네요
처음 밭에 씨뿌리고 가뭄에 첫 수확 못하실줄 알았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짝짝짝 ~~
그에 낭랑 18세 제자까지 잘 키워 보세요
어여쁘고훌륭한 제자가 되겠습니다.
감사 감사
김치가 어찌나 맛나게 되였던가
내일모래쯤 맛볼 수 있을것 같아 기대가 사뭇 큽니다요
글쎄 잘 해나갈지...도시처녀가 촌생활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을터인데 말이죠
요즘은 제자를 받들어 모셔야 하는 세상이라 힘들지 않으실런지ㅎㅎ
제자 스스로 따르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최고겠지요~~
ㅎㅎ 힘들거이 뭐 있겠어요
하기 싫음 보내버림 되는거고 하겠다고 하면 가르치면 되는거지요
언제부터 제자란것을 키웠다고...사실 혼자 하는것이 편하긴 더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