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올바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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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장내세균 생태계는 매일 새롭게 유입되는 세균들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나사의 초기 우주비행 실험 당시 우주인의 건강을 책임지던 의사들은 우주비행사들이 멸균식만 장기간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귀환한 우주비행사들의 배변을 검사해 보니 우려했던대로 유해균이 많이 증식한 것이 관찰됐다. 이들의 배변은 지구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을 회복했다.
우리는 1960년대의 우주비행사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멸균 처리한 음식, 방부제, 항생제 등 장내세균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들을 일상적으로 먹고 접하고 있다. 음식에 포함된 친구 세균의 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와 일반 채소를 비교하면 표면에 붙어 있는 토양 세균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균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기는 쉬워도 무너진 세균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치료 목적의 세균 수를 발효식품에서 얻기에는 무리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세균의 생태계를 되돌리는 데 효과적이다. 무너진 장내세균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면 상당히 많은 양의 살아 있는 균이 필요하다. 김치, 청국장, 요구르트, 치즈 같은 전통 발효식품은 그 자체로 우수한 프로바이오틱스지만 치료 목적의 세균 수를 발효식품에서 얻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작은 요구르트를 수백에서 수천 병 정도는 마셔야 치료 목적에 도달하는 세균 수를 얻는다. 이 때문에 질병치료와 항생제 부작용 개선 같은 효과를 위해서는 보충제 형태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보충제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특별한 균주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르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시판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종류도 많고 제조사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균을 넣은 것도 있고 두세 가지 균을 넣은 것은 물론 수십 가지 균을 섞어서 만든 것까지 다양하다. 가루 형태도 있고 캡슐, 알약, 액체 형태도 있다. 사용되는 균주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다 열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하려면 임상 실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된 균주인지, 충분한 개체 수를 함유하고 있는지, 포장과 보관에 문제는 없는지, 균주가 살아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 목적에 따라 제품 선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캡슐 제품을 선택하면 충치와 구강 질환 예방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함께 먹는 음식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더라도 섭취한 균주가 살기 어려운 식품을 같이 먹는다면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의 균주는 대부분 사람의 장에서 분리한 것들이다.
선택된 균주는 보통 맥주공장의 발효통과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발효탱크에서 배양된다. 배양액으로는 주로 우유가 사용된다. 세균이 높은 밀도로 배양되면 배양액을 원심분리기로 제거하고 미생물 덩어리를 깨끗한 소금물로 세척한다. 세균의 보전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물기를 완전히 없애야 하는데, 보통 동결건조 기법을 사용한다. 세척한 세균 덩이를 얼린 후 진공으로 수분을 완벽하게 뽑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남은 미생물가루는 다양한 형태로 포장돼 판매된다. 우리가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섭취하면 체내에서 수분을 다시 얻은 미생물은 깨어나 번성한다.
현재까지 안전성이 입증된 프로바이오틱스균에는 비피더스균, 락토바실러스균, 스트렙토코쿠스 섬머필러스(Streptococcus thermophilus), 프로피오니박테리아(Propionibacterium), 락토코커스 락티스(Lactococcus lactis), 사카라마이세스 보울라디(Saccharomyces boulardii) 등이 있다. 이들 균주는 적당한 양을 섭취했을 경우, 상처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한 부작용의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균과 상당히 유사한 것들도 있다. 대장균 E. 콜리, 엔테로코코스 페시움(Enterococcus faecium) 등이다. 이런 균주는 특정 질환에 특효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가 있지만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므로 의사의 지시가 아니고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들어가는 균주는 대부분 세균이다.
하지만 중요한 프로바이오틱스균으로 이스트(Yeast)도 있다. 이 균은 1920년대에 동남아시아를 여행 중이던 프랑스 미생물학자 앙리 보울라디가 발견했다. 감염성 설사병이 유행하던 마을에서 그는 주민들이 리치의 껍질을 우려낸 물을 먹고 설사병을 이겨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음료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 성분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스트의 한 종류였다. 빵을 발효하는 데 사용되는 이스트인 사카라마이세스 세레비시아와 유사했으므로 그는 이것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사카라마이세스 보울라디라고 명명했다. 이 균주는 항생제에 의한 설사, 급성 장염 등에 효과가 있다.
주의해야 할 사람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사람들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때문에 감염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면역 결핍이 우려되는 경우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에이즈 환자, 심각한 소화관 이상으로 치료 중인 경우 등이다. 그리고 임신 중인 여성의 경우에는 사카라마이세스 보울라디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얼마나 먹어야 하나?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 용량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며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 최적의 섭취량을 정확히 모른다. 보통 프로바이오틱스 라벨에는 CFU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것은 콜로니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세균의 수를 표시한 것인데, 사실상 살아 있는 세균의 수와 같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CFU 대신 알기 쉽게 ‘마리’라고도 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목적에 따라 섭취량이 달라진다. 증상이 심할수록 프로바이오틱스 용량도 올라가야 한다.
건강 유지
현재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전통 발효식품에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보충제를 먹는다면 하루에 30~50억 CFU면 충분하다.
알레르기 질환 예방
건강이 악화될 염려가 있다고 예상되는 경우나 알레르기 질환의 문제가 예견되는 경우에는 하루에 60억~100억 CFU를 먹는 것이 좋다. 태어날 아기의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부에게 하루 100억 CFU를 섭취하게 한 사례가 있다.
일반적인 질병 개선
하루에 200억~300억 CFU 분량의 세균은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예를 들면 감염성 설사병으로 입원한 아이들에게 하루 240억 CFU를 2회에 나누어 먹였더니 회복 속도가 더 빠른 사례가 있다. 나이는 2개월~6세까지였고 부작용은 없었다. 하루 200억 CFU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게 하여 아토피 피부염이 개선된 사례가 있다.
중증 질병 치료
큰 질병이 있어 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의사에 지시에 따라 고단위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할 수도 있다. 하루 4,500억 CFU 이상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여 염증성 대장염, 비염, 천식 등에 효과를 보인 사례가 있다. 시중에서는 4,500억 CFU의 고단위 프로바이오틱스도 판매한다.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의 부작용을 없애준다.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프로바이오틱스를 같이 섭취하여 장내 미생물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항생제를 복용하기 며칠 전부터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효과가 크다. 이때 필요한 용량은 최소 100억 CFU이다. 주의할 점은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가 함께 위장에서 섞이지 않도록 시차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균주마다 항생제에 저항하는 능력이 다르므로 최대한 다양한 균주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야 한다. 항생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것은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균이다.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스트균인 사카라마이세스 보울라디도 효과가 있다. 항생제 복용이 끝난 후 최소 1주일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 식물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설탕과 밀가루 음식을 줄여서 유익균들이 다시 증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
프로바이오틱스는 기록상 상당히 안전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알레르기 치료제나 두통약 같은 일반 약품에 비하면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 하루 1조 CFU를 수주일 섭취한 경우에도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처음 섭취할 때, 특히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속이 부글거리거나, 복부팽만, 설사가 있다. 이때는 용량을 낮추었다가 증상이 사라지면 서서히 올려주면 된다.
어떤 균을 먹을까?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의도가 무엇이든, 되도록 다양한 균주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락토바실러스 그룹과 비피더스 그룹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 두 가지에 더하여 스트렙토코쿠스 섬머필러스가 포함돼 있다면 더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여러 종류가 같이 섞여서 번성할 때 더 강한 콜로니를 형성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구입할 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냉장 유통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이므로 유통 중에 깨어나 죽는 경우가 있다. 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냉장 보관하는 제품이 가장 믿을 만하다. 그리고 오래된 제품보다 막 제조된 제품이 더 좋다. 오래될수록 균이 죽어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집에서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미세캡슐형성 기술이 개발되어 실온에서도 죽지 않도록 캡슐 코팅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출시됐다.
속, 종, 균주를 명기한 제품을 구입하라
제품 라벨에 균주의 이름이 명확히 표시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비피더스균 또는 비피도박테리룸 락티스라고만 쓰인 것보다는 ‘비피도박테리룸 락티스 HN019’라고 특정 균주를 밝힌 것이 좋다. 특허받은 혼합물 같은 애매한 표현이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균주의 수 대신 무게로 표시된 제품도 피하는 게 좋다.
캡슐형과 패키지형
냉동건조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적은 열과 물, 공기다. 먹기 직전까지 물과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캡슐이나 1회용 개별포장으로 나온 패키지 제품들을 구입해야 한다. 큰 용기에 포장되어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액체 상태의 큰 병으로 나오는 제품들은 사용 도중 변질될 우려가 있다.
장용성 제피
작은창자에 도달한 이후 녹도록 코팅으로 처리된 제품들도 있다. 위산에 죽지 않고 정확한 용량이 장에 도달하므로 배탈 같은 장 질환에는 이런 제품이 유리하다. 가루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도 위산을 통과해 상당수가 장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구강, 식도, 위를 지나면서 충치와 구취 예방, 위궤양 예방 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줄 수 있다.
프로바이틱스 100% 활용법
프로바이오틱스는 음식이나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대부분 가루를 입에 털어 넣고 물로 삼키는데, 더 좋은 방법은 음료에 섞어서 마시거나 음식에 뿌려 먹는 것이다. 다만 음료나 음식이 체온 이상으로 뜨거워서는 안 된다. 뜨거운 국물에 넣으면 균이 죽을 염려가 있다. 음식에 섞어 먹으면 프로바이오틱스가 구강에서 대장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훑고 간다. 구강에 남은 프로바이오틱스는 비강으로 옮겨가서 비강의 감염을 막아주기도 한다. 캡슐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도 먹을 때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최소 100mL 정도는 같이 마셔야 미생물이 물을 다시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이 먹어서 좋은 음식은 칼슘이 포함된 요구르트, 우유, 치즈 등이다. 칼슘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벽에 잘 붙도록 도와준다. 한꺼번에 먹는 것보다 나누어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하루 2캡슐을 먹어야 할 경우 아침, 저녁으로 1캡슐씩 먹는 것이 좋다.
보관상 주의점은 최대한 냉장 보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상온에 두지 말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균은 상온에서 2주 정도는 생존하므로 여행할 때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단 여름철 뜨거운 차 안에 두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젖지 않게 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습기가 차면 깨어나는데 캡슐이나 봉지 안에는 균의 먹이가 될 것이 없으므로 봉지 안에서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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