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13/12/16 ‘애국’하는 양들은 ‘어쩌다’ 목자들을 걱정하게 됐나 - 교회 관계자들,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태도”에 우려 · 비판적인 반응

[성기화 요셉]

‘애국’하는 양들은 ‘어쩌다’ 목자들을 걱정하게 됐나

‘종북’ 사제와 수도자들에 ‘교회 떠나라’ 선언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교회 관계자들,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태도”에 우려 · 비판적인 반응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승인 2013.12.16  11:27:12

지난 11월 22일 군산에서 열린 시국미사 이후, 미사를 주최한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다음으로 관심을 끌어 모았던 천주교 평신도 단체가 있다. 언론보도와 인터넷 상에서 ‘대수모’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이 바로 그들이다. (이하 대수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단체 관계자들은 단체의 약칭이 ‘대수모’가 아닌 ‘대수천’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대수천’으로 표기한다)

이들이 교회 안팎에서 관심을 받게 된 데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시국미사 다음 날인 23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문화방송(MBC)> 등이 교회 안에서 시국미사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대수천이 발표한 성명서를 인용 보도한데 이어, <채널에이>와 <제이티비시> 등 종편채널에서도 대수천 지도신부인 원로사제 김계춘 신부와의 인터뷰를 경쟁적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사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9월 말이었다. 대수천은 주요 일간지와 여러 지역신문에 게재한 “어쩌다가 양들이 목자들을 걱정하는 천주교회가 되었습니까?”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대한민국을 헐뜯는 사제들”로부터 “예우와 존경을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10월 초에 낸 두 번째 광고에서는 “정의의 이름으로 오히려 공동선을 해치는 것 아니냐”고 주교회의와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난하면서, 천주교 장상들을 향해 “종북사제 · 정치사제들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하시렵니까”라고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대수천은 신문광고 게재를 시작으로 주일에 전국의 주교좌성당을 찾아가 성당 주변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하고, 직접 제작한 자료를 신자들에게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달 28일 주한교황청대사관을 통해 교황청에 정의구현사제단을 고발하는 서한을 전달하고부터는 주한교황청대사관 앞 일인시위도 시작했다.

▲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신문광고

나라사랑기도회, 한미우호증진협의회 등 보수단체 활동 천주교인들로 구성
대수천,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종북 투쟁을 위한 미사’로 규정

대수천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는 전화통화에서 “올해 여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성당에서 공공연하게 종북, 반미, 반정부 선동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 종북 투쟁을 위한 미사는 미사가 아닐 뿐더러 그런 미사에서 봉헌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대수천의 구성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한국 천주교회 및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운동과 북한 인권 운동을 활발히 해온” 이들이다. ‘나라사랑기도회’의 다수 회원들과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본부’, ‘반국가교육척결연합’, ‘대한민국정체성수호포럼’ 등에서 활동하던 천주교인들이 결집해 만든 것이 바로 대수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 변호사는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본부’ 대표를, 대수천의 공동대표인 김찬수 씨와 이계성 씨는 ‘나라사랑기도회’의 간부를 맡고 있다.

서 변호사는 “신문광고를 내고 자료집을 배포하면서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1월 말 대수모의 회원 수는 이미 1,100명을 넘어섰다. 연령층이 대부분 60~80대인 회원들은 신문광고비와 자료집 인쇄비용을 위해 회비를 갹출하고, 재정 부담이 어려운 회원들의 경우에는 자료집 배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대수천은 12월 중순까지 자료집이 약 5만부 가량 전국에 배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의 “이적(利敵)” 활동 사례를 언론 보도 사진과 함께 12쪽에 걸쳐 ‘고발’하고 있는 이 자료집의 제목은 <종북의 온상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교회를 떠나라!>이다.

서 변호사는 “저 역시 사비를 털어 대수천에 꽤 많은 재정적인 지원을 했지만, 놀라운 사실은 신문광고를 내는 과정에서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에서도 신자들이 성금을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수천 활동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들 중에는 냉담자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찬수 대수천 공동대표는 “사제가 정치발언이나 하고, 시대의 흐름도 모른 채 아무렇게나 자기 말만 하는걸 보고 냉담을 하면서도 종교를 버리지 못한 이들이 후원금을 보내왔다. 이런 상황을 가톨릭 종교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12월 1일 수원 정자동 주교좌성당 앞에서 피켓시위 중 (사진출처/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보도자료)

“레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제들 부끄럽다”는 대수천 인사들...
보수정권에 밀착된 정치인과 평협 지도층 많아

대수천이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를 비판하는 이유를 이들이 낸 신문광고와 자료집에 근거해 정리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정책이나 입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에 동조한다는 것, 그리고 교회를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어 분열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찬수 공동대표는 “박홍 신부님이 말씀하신 ‘레드 바이러스’에 정의구현사제단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면서 “이들은 정의와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은 빠뜨렸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도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FTA 반대, KAL 폭파범 가짜 주장 등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북한의 세습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정의를 말할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여기에 소위 ‘여자 문제’나 ‘돈 문제’ 등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사제들의 사례를 덧붙이면서 “(교회) 자정활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부들이 “타락”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잘못된 신학교 교육을 꼽았다. 그는 “1982년 설립된 수원가톨릭대학 출신 사제들이 하나같이 엉터리 말을 내놓는다”고 주장하는 한편, 사회교리가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아 퇴색되었고,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 사제들이 이를 교황의 뜻과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대수천의 발기인으로 명시된 총 112명의 명단에는 정치권에 밀착된 인물들이 여럿 눈에 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직접 의사봉을 두들겨 탄핵안을 통과시킨 인물이었고, 과거 전경련 부회장과 서강대학교 총장 등을 지낸 손병두 이사장은 지난 10월 28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이 더 좋았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강동순 전 감사는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던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언론을 활용한 대선 전략을 논의한 사실이 폭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발기인 중 40%가 천주교 평신도협의회의 전 · 현직 임원인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대학교수와 의사, 사업가, 대기업 임원, 전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로 분류될만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신부와 주교 등 성직자들 일부도 대수천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공동대표는 “지도신부인 김계춘 신부님 외에도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여러 원로 사제와 주교님들이 대수천 활동에 참여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인터넷 카페 화면 캡처

교회 관계자들, 대수천의 행동은 ‘가톨릭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지적

반면, 교회 내에는 대수천의 활동에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수천이 “대한민국 수호”라는 가치관으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특정 이념으로 규정하는 태도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애국 교우’라는 말마디가 가톨릭교회가 갖고 있는 보편성을 비틀어대는 어감을 풍기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치야말로 사회적 사랑’이라고 했다. 사회적인 사랑은 가능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지역감정과 배타적 국가주의나 인종주의를 초월하며, 심지어 이념까지 초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에 의해서 나누어진 세계는 죄의 구조에 종속된 세계”(<사회적 관심> 36항)이며, “교회의 사회 교리는 자유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집단주의에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양 쪽 다 그 자체 내에 제국주의 또는 일종의 신식민주의를 내포하고 있다”(<사회적 관심> 21, 22, 26항)는 교회 문헌을 예로 들면서 “반공사상을 내세워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할 경우 이와 같이 경고한 교황님들의 가르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개신교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반공 사상과 많은 연관을 갖고 있다. 본래 그리스도교와 반공은 관련이 없지만, 해방 이후 좌우 이념 대립 과정에서 묶이게 된 것”이라면서, “대수천의 주장도 이들처럼 애국은 곧 반공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회 관계자는 “대수천의 활동은 자칫 교회 내에서 이념논쟁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일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면서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을 비판할 수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토론할 건 토론하고 반박할 건 반박하면 될 문제다. 이념적 잣대로 상대를 매도하고, 타도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교회가 극복해야 할 태도인데, 오히려 똑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9월 23일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문양효숙 기자

특정 집권세력 중심의 사고, 가톨릭신앙과 상관없어..
“평신도사도직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이 기준이다”
대수천은 보수적인 교회가 아니면 언제든 욕하고 떠날 교회 안의 세속주의자

또한 대수천이 주장하는 ‘종교분리’ 논리나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상반된 해석은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수천은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를 향해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하지만, 오히려 대수천이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교회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한다는 것이다.

장동훈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신자들이 나름대로 교회의 가르침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여과 없이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서 본질적으로 교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종교의 가르침 이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난한 이에 대한 측은지심과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교회는 인간들이 여기에 더 헌신하라고 가르친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따르는 활동을 두고 교회를 분열시킨다고 공격하는 행위는 교회의 본뜻을 보지 못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신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우선 교회에 있다고 봤다. “일차적인 책임은 그리스도교적 가치관과 세속 질서의 차이를 신자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성직자들과 교리교육 사목자들에게 있다”면서 “이들도(대수천) 예수님을 따르는 마음이 있을 텐데, 정말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성 전 주교황청 대사는 이들이 신문 광고에서 자신들의 활동 근거로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제시한 것을 두고, 정작 이들의 활동 내용은 “평신도 사도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복음에 맞게 구현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평신도들에게 있다는 말은 정확히 맞지만, 그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사회의 모든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라면 나라를 사랑하고 수호하지만, 국가를 책임진 집권세력과 정부가 국민의 인권과 사회정의를 심대하게 훼손할 때에는 가차 없이 비판하고 수정토록 행동할 의무가 있다”면서 “국정원이 국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유린한 죄상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주교단과 사제단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활동이야말로 평신도 사도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주교든 사제든 교황이든 성직자들을 가볍게 욕하는 자들..
사실 ‘반(反)가톨릭주의’, ‘반(反)교황주의’에 물든 독성죄 범하고 있어

이와 관련해 한 교회 관계자는 대수천의 발기인 중 다수가 과거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임원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가톨릭 평신도 지도급 인사들인 그들은 과거 교회와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누렸던 사람들”이라며, “보수적인 교회가 아니면 언제라도 욕하고 떠날 준비를 해 놓은 교회 안의 세속주의자”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사제와 수도자들을 ‘종북’이라고 비난하고, “북으로 가서 출세를 하든 순교를 하든 마음대로 하라”는 등의 거친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하면 주교든 사제든 교황이든 가리지 않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성직자들을 가볍게 욕하는 자들은 사실 ‘반(反)가톨릭주의’, ‘반(反)교황주의’에 물든 사람으로, 이들은 독성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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