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 줍고: 계산동(대전) 근처에서 (2025.09.30화)
이 가을에 밤주우러 나선 길
대전 현충원역 3번 출구 밖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만난다.
학의 뜰 113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간다.
(계룡산국립공원) 수통골을 지난다.
빈계산 (牝鷄山) : '암탉'이라는 뜻의 빈계산 아래에 계산동이 있고.
종점이라는 버스 기사의 말에 허둥지둥 내린다.
몇년 전에 왔다는 데,, 나는 처음이고....
원계산동이라는 표석이 보인다. 계산동과 원계산동.
대전에는 신흥동과 원신흥동, 내동과 원내동 등 땅이름이 있다.
오른쪽 산줄기는 진잠에서 수통골로 이어지는 산장산(産長山)이 빈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계룡산 줄기 하나가 동쪽으로 뻗어내린 곳의 한 가닥.
학이 내려오는 곳이라 하여 학하동이라는 동네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명당터가 많은 듯
탄허스님은 일찌기 이 근처에 자광사라는 절을 짓고 수도했었다는 데...
옛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 길.
길은 소삽한데,, 곳곳마다 울타리가 쳐져 있어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몇 번 허탕친 끝에 되돌아 나온다.
계절의 시계인 감나무는 떫은 맛이 익어가는 빛깔로 바뀌어 가고....
길가에 밤나무 아직도 밤은 싱싱하게 매달려 있는데 성미급한 놈은 이미 영글어 떨어져 있다.
절 이름도 모르고(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떻게 어떻게 찾아 들어가는 길에는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cosmos)가 한창이다.
길 옆 울타리에는 예쁜 붉은 꽃이 넝쿨져 있다. : 보배가 일러준다. 유홍초라고
찾아보니 귀화식물 (1920년 대 이후 들어온,, 留紅草) ..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 별 모양이 인상깊다...
드디어 찾아낸 밤줍기 골짜기에서
길가에 떨어진 밤을 줍는다.
개울 건너 숲속에까지 찾아들어 간 곳에는 기도처가 버려진 채 있고..
그 앞에는 알밤, 산밤이 밤송이 사이에 널브러져 있다.
수도하던 사람이 머물던 곳으로 보이는 곳도 있고..
한 삼십여 분 줍고는 가잔다.
다시 나오니 멀리 식장산과 서대산 줄기가 아스라하게 보인다.
붉은 점 하나가 식장산이 동쪽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 아래 뒤로는 점 두 개의 서대산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큰길로 나서서 간식이라도 할 요량으로 마을회관 앞까지 다가간다.
가는 길에 특이한 집도 만나고...
대전광역시 건축상을 받은 집이란다. 2019년도에 건축가 동상을 받은 집...
집앞의 솟대 오리는 나중에야 발견하고...
남의 집 선조 조상 묘 마당 노송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광주 이씨....
휴식 후 나오다가 다시 지나가던 집앞에서 솟대오리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지나치는 일은 흔한 일.....
빌고 또 빌고, 기원하고. 하늘 향한 솟대 오리,
현대식 건물에 옛 솟대라니 현재와 과거가 함께 논다.....
길옆 화단에 심은 고구마 두둑에서 꽃핀 고구마 모습을 본다.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동네 이름 표석이 이채롭다.
주루바위 : 대정(大井)이라는 땅이름에서 이 근처에 큰 우물이 있었나보다.
한 우물 골, 대정동.... 오가는 사람들이, 온 동네 사람들이 사용하는 우물물...
그 곳에 주루바위가 있단다...
<주루바위> 지명에서 지형을 다시한 번 살펴보고,,,
옛사람들의 이정표 이었을 주루바위,,,, 지명 전문가인 성지기가 보충설명을 하고,
멀리 빈계산 남동쪽(산장산) 줄기 점 표시 부분에 주루바위가 보인다.
"주름치마 바위가 줄줄이 있어" 주루바위라는 설명이다.
백제시대부터 진잠 성북동산성 아래로 난 길..당산이 있는 당산말,, 주루바위 ..
옛길을 가리키는 도로 이정표 노릇을 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쌍암약수터 표지판이 울창하게 커버린 나무그늘에 가려 있다.
옛날 나그네, 길손들이 즐겨 마셨을 약수터, 쌍암약수터,
목이 마른 길손의 갈증을 풀어주었을 약수를 생각해본다.
고개 근처에는 있는 약수터의 의미를 돼새겨보면서...
대전- 목포 호남고속도로 오른쪽으로는 산장산 산줄기를 오른쪽으로 옆에 끼고 걷는다.
옛날 진잠현 (진잠장)에서 유성현 (유성장) 보러 오갔을 길을 생각하면서 걷는다.
지금도 유성장은 전통시장으로서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4일날이나, 9일날이면 북적거리는 유성장 풍경이다.
장날을 이용해서 독립만세운동도 했고...
터벅터벅 옛날을 생각하며, 진잠으로 넘어간다.
멀리 구봉산을 앞으로 바라보면서...
구봉산 연봉이 멀리 전신주에 걸려 보이고,,,,,
가을 풍광이 아름답기만 하다. 길가에는 밤이며 감이 널려 있고...
인생길도 저런 것인가!
교촌동도, 진잠성당도 지나고...
걷기에 지쳐서 시내버스 타고 돌고 돌아서 '이비가짬봉집' 까지 찾아간다.
점심인지 새참인지 알 수 없는 점심을 전자방식으로 주문해서 먹는다.
무인시대, 자동판매시대가 일상화 되고 있음을 체험한다....
'이비가'는 <입이 가, 손이 가요, 손이 가>'와 같은 우리 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설아닌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식사 후에 각자 버스 타고 헤어진다.
급행버스 3번 타고 둔산경찰서 앞에서 내려 실수 하기.
김유신 장군 말처럼 되어버린 (천관녀 찾아가는) 나.
익숙한 갈마역만 생각하다가, 그만 '아차 아니지' 대전둔산경찰서 근처에 '정부청사역'이 있지,
( 우째 이런 일이. 오늘 하도 많이 걸어서 정신이 좀 이상해졌나 보다.. 2만 보 가까이 걸었으니...)
황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 오니, 보배가 어리둥절해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 소득이라면 아는 사람 현수막이 횡단보도 앞에 있는 것만 확인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나 보다.)
정식으로 헤어지고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추석명절도 잘 쇠고, 어데로 갈른지...
(기다리던 한글날 사진 영상 공모전 수상자 발표는 오늘도 소식이 없다.)
(2025.10.11 토 카페지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