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궂은 날...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고...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보낼 짐을 붙였다.
언제나 붐비는 2월의 남부산우체국이었지만, 그의 짐은 고작 3박스 정도 뿐이었다. 그나마 하나는 책들이었다. 그리 크지도, 많지도 않았다.
강향진 자매가 있는 부산구치소로 향했다.
택시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 북구에는 눈이, 해운대구에는 우박이, 수영구에는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깔깔거리며 웃을 정도로 유소년적 감수성도 지닌 그이다...
공식적으로는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대만)이어서, 절차가 까다로울 줄 알았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늘 그렇듯이, 여자구치소 쪽은 면회오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다.
강향진 자매가 흘리는 눈물에, 자신도 울어줄줄 알고
업무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도, 뭔진 모르지만 끄적끄적 적어가며 자기의 역할을 감당하려고 애를 쓸줄도 안다.
위로의 편지를 남기고 돌아오는 길...
함께 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내하였다.
초량의 중국인교회를 섬기시는 어머니를 도운 후에
지인의 장례식을 찾는 것이 부산에서 그가 보낼 마지막 하루의 밤낮 풍경이다.
남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 분주할 때
마지막 날까지... 구치소에서... 장례식장에서... 슬픈 마음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
이제 반년 후, 어쩌면 1년 후에야 그를 다시 볼 수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더 선한 만남을 허락하시사, 그의 공백을 멋지게 메우시고도 남음이 있게 하시리라 믿고 또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