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의 변이종인 ‘오미크론’ 공포가 확산되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백신 개발사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균주나 감염 경로및 활성화 과정 등과 같은 데이터를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벌써부터 새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두세 달 안에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최근 확산된 '델타' 변이의 전파 속도에 놀란 백신 개발사들이 더욱 강력한 변이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화이자 백신을 개발한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최근 “늦어도 2주 안에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더 많은 '오미크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새 백신을 약 100일 이내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더나도 성명을 내고 '오미크론'에 특화된 부스터샷(재접종용) 백신을 조속히 개발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용 백신으로 만드는 데 60~90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개발 작업/사진출처:스푸트니크백신.com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 등 다른 개발사들도 “새 변이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거나 "보츠와나 등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된 지역에서 이미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하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기존 백신의 효과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측 언론에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4대 백신'에 속하는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측도 신속하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분석및 대응에 나섰다.
가말레야 센터 긴쯔부르그 소장:10일 후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기능)을 분석한다/얀덱스 캡처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그 소장은 29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기존 백신(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효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이 설 경우, 백신의 개량이 필요하다며 "긴급 상황에서 '오미크론 맞춤형' 새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5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말레야 센터 측은 서방측 백신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오미크론 맞춤형 새 백신을 개발하기에 앞서 기존 백신의 효능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오미크론 변이 균주에 대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는 시험에는 10일 이상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개발사들은 우선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기존 백신을 '오미크론'에 맞게 개량, 혹은 재개발해야 하는지 판단할 예정인데, 기존 부스터샷의 투여 용량을 늘리는 방식도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일종의 '약물 재창출'(기존 약물에서 또 다른 효과를 발견해 내는 것)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긴츠부르크 가말레야 센터 소장/사진출처:트윗
백신의 '약물 재창출' 시험에서는 백신 개발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긴츠부르크 소장은 26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효과를 이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스푸트니크 V는 다른 백신들에 비해 가장 광범위한 중화항체 스펙트럼을 제공하기 때문에 새 변이에 대한 효과도 높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스푸트니크V(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버지니아 조지메이슨대학의 안차 바라노바(Ancha Baranova) 시스템 생물학 교수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바라노바 교수는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백신인 '스푸트니크V'가 다른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보다 '오미크론' 변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백신이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보다 광범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접종되는 코로나 백신 중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 방식으로, 스푸트니크V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mRNA 방식으로 개발된 모더나(위)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스푸트니크V 백신/SNS 캡처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는 최초 코로나바이러스와는 크게 달라진 구조를 갖고 있어 특정 바이러스 구조에 대한 '타깃형 백신'보다 '포괄적인 백신'이 더 효과적인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은 우리 몸의 세포(수용체)속으로 침입하는 열쇠로 불리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무려 32개나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마치 왕관처럼 보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수용체로 침투하는데, 여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감염력및 속도가 달라진다.
'오미크론'은 또 '스파이크 단백질'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루트'를 뜻하는 '도메인'(RBD)이 10개나 된다고 한다. '델타' 변이는 2개였으니 무려 5배나 많은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서둘러 '오미크론' 경계론을 내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