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정경해
입맛이 까다로운 그는
오늘도 맛타령이다
딱딱한 식감이 도도해서
쫄깃한 전율이 실종됐다고
한입 베어 물고 질겅질겅 씹다가
기어코 부정어를 퉤퉤 뱉는다
입맛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이긴 한데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맛도 제대로 음미 못 하고
자기입맛 대로 쩝쩝 댈 때는
그의 독특한 오미[五味)가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긴 지금의 나도
그가 내 입맛에 맞지 않음을
토설하고 있으니,
난 누군가의 입맛에 한 번이라도
맞는 사람이었는지 깊숙이 턱을 괴어본다
가가운 사람들을 돌아보니
내가 그들의 입맛에 맞았던 게 아니라
그들이 내 입맛에 맞춰 주는,
오롯이 삼켜주는 마음이 있었음을 알겠다
내 입맛만 고집하며 편식했던
지난날들이 부끄러워지는 지금이다
사람은 혼자가 아닌 공동체적 운명을 지닌 사회적 동물이다. 대부분의 집단으로 생활하는 동물들이 많지만 사람과는 다르다. 일반 동물은 우두머리의 지배를 받으며 서로의 삶을 유지 하지만 사람은 전부가 우두머리로 나서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흐트러지면 금방 혼란을 일으키고 싸움으로 번진다. 다섯 가지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말하는데 사람이 혀로 느낄 수 있는 신묘한 체감이다. 자연에서 이 맛을 잃는다면 독초인지 익초인지를 몰라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정경해 시인은 이 맛의 근원을 찾아가다가 사람 관계의 맛을 찾아냈다. 사람은 내가 우선이다. 내가 있어야 우주가 존재하고 남을 인식한다. 그러나 내가 주인인 이상 남이 없다면 나도 없다. 그러므로 나와 너를 정확히 합쳐야 진정한 내가 된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려면 나보다 너를 더 위해야 하고 그게 진정한 도리다. 시인은 그런 도리를 사람의 기본인 맛으로 비유하여 은연중에 인간관계를 가르치고 바로 세우려 한다. 시인의 존재는 이런 맛에 있다. 사람을 가르치지 않고도 사회를 바로 세우는 역할이 시인이라면 정경해 시인은 진정한 시인이다. 지금 당장 난 누군가의 입맛에 한 번이라도 맞는 사람이었는지 깊숙이 턱을 괴어 볼 때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