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41권》
45. 마왕품魔王品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 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하고 얼굴이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너는 지금 어떤 삼매에서 노니는가?"
사리불이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에서 노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사리불아. 공삼매에서 노닐 수 있다니, 무엇 때문인가?모든 허공삼매가 가장 제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비구가 공삼매에서 노닌다면 그는 '나와 사람과 수명이라는 것이 없음을 알고 또 중생을 보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모든 행의 본말을 보지 않을 것이고, 이미 보지 않으므로 행의 근본을 짓지 않으며, 이미 행이 없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받는 일이 이미 없어졌으므로 괴롭거나 즐거운 과보를 다시는 받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알아야 한다.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 중생들이 어떤 법을 얻지 못해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가?'
이때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삼매가 없으면 곧 생사에 떠다니게 되고 끝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이 공삼매가 있더라도 중생들이 그것을 닦지 않으면, 중생들은 집착하는 생각을 내게 되고 세상이라는 생각을 일으킨 뒤에는 곧 생사의 흐름을 받게 된다. 만일 이 공삼매를 얻고 원하는 것이 없게 되면 곧 무원삼매無願三昧를 얻게 될 것이며, 무원삼매를 얻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고 전혀 아무 상相도 없을 때, 그 행자는 다시 무상삼매無相三昧를 얻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생들은 다 삼매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는 것이다.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공삼매를 얻을 것이요, 공삼매를 얻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나는 그때 공삼매를 얻고 이레 낯 이레 밤 동안 보리수를 관찰하면서 눈도 깜짝인 일이 없었다.
사리불아,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공삼매가 모든 삼매 중에서 가장 제일의 삼매임을 알 수 있다. 왕삼매王三昧란 바로 공삼매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아, 부디 방편을 구해 공삼매를 갖추도록 하라. 사리불아,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