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안탕산에 약초를 캐는 한 노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임동(任冬)이라고 불렀다.
그는 험한 안탕산을 마음대로 오르내리며
늑대, 호랑이 표범 등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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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안탕산 밑의 마을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코와 입부터 시작해서
온몸에 고름이 나오게 되는 괴질 피부병이 유행했다.
수많은 사람이 괴질에 걸려
온 몸에서 고름이 나오고 고통으로 신음했으나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은 없었다.
임동 노인은 이 괴질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캐오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약초 망태기를 둘러메고 안탕산 백이봉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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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 노인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었는데
이름을 금화(金花)와 은화(銀花)라고 했다.
아버지가 안탕산으로 올라간 뒤로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임동 노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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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쌍둥이 딸이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집 앞에 있는 큰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꿈에 아버지 임동 노인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한 손에 금색과 은색의 꽃이 피어 있는 풀을 쥐고 있는 것이었다.
꽃에서는 맑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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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꿈을 꾼 자매는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아버지가 하던 약초 캐던 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하고
준비를 갖추어 안탕산 백이봉으로 올라갔다.
안탕산 백이봉은 늘 구름에 가려 있었고
61개의 봉우리와 46개의 동굴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이들 봉우리와 동굴을 모두 다니면서 약초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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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화와 은화가 지나간 발자국에서
한 개의 푸른 덩굴이 자라나 금빛과 은빛의 꽃을 피우더니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푸른 덩굴이 말을 하였다.
“괴질을 고치려면 끓여 먹어야 해.”
금빛과 은빛의 꽃이 대꾸했다.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려면 끓여 먹으면 낫지.”
푸른 덩굴과 금빛 은빛의 꽃들이 서로 말을 하기 시작하니
건너편에 있는 봉우리에서도 메아리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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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는 점점 커져서
마침내 온 산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 모두 산으로 올라가
금빛 은빛 꽃을 따고 덩굴을 잘라 끓여 먹으니
곧 열이 내리고 피부병이 나았다.
그러나
임동 노인과 금화 은화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임동 노인은 약초 덩굴이 되었다 하여
그 덩굴은 인동(忍冬)이라고 불렀고,
금화 은화 자매는 꽃이 되었다 하여
그 덩굴의 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불렀으며
그 뒤로 괴질 전염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