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買履)
신을 사러 간다는 뜻으로, 실제를 무시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買 : 살 매
履 : 신 리
(유의어)
각주구검(刻舟求劍)
망본(忘本)
묵수성규(墨守成規)
정인매리(鄭人買履)
중국 춘추시대 정(鄭)나라에 자기 딴에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지 확실하게 잘 한다고 생각하여, 잘 따지고 원칙을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막힌 사람, 멍청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언젠가 그가 신고 있던 신이 떨어져 새로 사야 할 형편이었다. 그래서 장이 서는 어느날 신발을 사기 위해 문을 나섰다. 그는 출행하기에 앞서 자신의 발을 쟀다. 끈으로 발을 잰뒤 시장에서 자신의 발에 꼭 들어 맞는 신발을 사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시장에서 그는 신발파는 장사치를 찾았다. 아뿔싸 신발을 사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그는 노끈을 집에 두고 온 사실이 생각났다. 가만히 생각 해 보니 의자에 걸쳐 둔 채 문을 나서고 말았던 것이다.
이 정(鄭)나라 사람은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갔다. 급히 문을 들어선 뒤 의자에 걸쳐 놓았던 끈을 찾아서 그는 시장으로 다시 향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다. 신발을 팔던 상인도 철시를 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에게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영문을 알아본 다음에 사람들은 물었다. “끈으로 재는 것보다 당신 발로 신발을 신어 보면 되는 것 아니었느냐?”라고 하자, 이 사람은 “내가 재어 둔 치수는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은 믿을 수 없지요.”라고 대답했다.
정(鄭)나라 사람 신발을 사려 하다라는 정인매리(鄭人買履)라는 우화(寓話)이다. 한비자(韓非子) 제32 외저설좌상편(外儲說左上篇)에 소개된 뒤 가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내용이다.
신발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발일 것이다. 신발을 파는 노점에서 직접 신발을 신어 보면 모든 답이 나온다.
그러나 그는 뭔가 크게 매달린 눈치다. 끈으로 자신의 발을 쟀던 행위에 생각이 빠졌던 것일 텐데 그는 그만 근본을 잊어 버리고 말단에 빠져 버린 꼴이다.
자신의 지향이나 이상, 또는 원칙같은 것에 빠져 발과 신발이라는 현실의 그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시장에서 신발을 살수 없게 된 처지 결국에는 망상 등으로 자신을 그르쳐 현실의 여러 기회들을 놓치는 경우다.
낡은 관습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일컬어 묵수성규(墨守成規)와 근본을 잃어버린다는 뜻의 망본(忘本)이 모두 같은 뜻일 것이다.
이 정나라 사람은 참으로 융통성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 사람이 한 행동을 비웃으면서도, 실제로 우리들 자신이 이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엉뚱한 원칙을 들먹이며, 사태를 점점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관청이나 회사, 학교 등의 규정 가운데 고쳐야 하는데도 아직 고쳐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국민이 반대하고 싫어하는데도 그대로 시행되는 정책이 많이 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교수나 대학생들이 반대하고 그 불편과 불합리를 호소하는데도, 정부에서는 대학에 학부제(學部制)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것이 그 한 가지 예다.
대통령이 인재를 발탁해 쓰는 데 있어서도, 그 사람이 그 일을 할 능력이 있는가를 따져봐야지, 능력은 별로 중시하지 않고, 자기와 전에부터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서 자기와 사고방식이 같은 사람만 골라 쓴다면, 정나라 사람이 신을 사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눈 수술은 안과 의사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자기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제껴 두고서, 자기와 코드가 맞는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와 눈 수술을 맡긴다면, 그 환자는 실명이 되고 만다.
오늘날 우리 정부에서는 동북아 중심국가를 건설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를 찾지 않고, 우리 나라 기업마저도 중국이나 동남아, 미국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 설립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계속 법률 조항만 들먹이면서 복잡한 설립에 필요한 수속 절차를 요구한다면, 우리 나라를 찾는 외국인 투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고지식한 원칙만 고수해서는 정보화 시대에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 買(살 매)는 ❶회의문자로 买(매)는 간자(簡字)이다. 貝(패; 물건)와 罒(망; 그물)의 합자(合字)이다. 그물로 떠내듯이 물건을 사서 모으다라는 뜻, 사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매점(買占)하여 이익(利益)을 얻음을 이르는 말이다. ❷회의문자로 買자는 ‘사다’나 ‘세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買자는 网(그물 망)자와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网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罒자로 바뀌게 되니 買자는 그물과 조개를 함께 그린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買자가 그물로 조개를 잡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자에서 貝자는 ‘화폐’나 ‘재물’을 뜻하고 있으니 買자는 그물로 재물을 쓸어 담는다는 뜻이다. 買자는 그런 의미에서 ‘사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買(매)는 ①사다 ②세내다 ③고용(雇用)하다 ④불러오다, 자초(自招)하다 ⑤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 구(購),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팔 매(賣)이다. 용례로는 물건 따위를 사들임을 매입(買入), 물건을 사들이기를 매수(買收), 물건을 사는 값을 매가(買價), 차표나 입장권 따위를 사는 일 또는 선거에서 표를 사는 일로 투표할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얻음을 매표(買票), 상품을 사들임을 매상(買上), 음식을 사서 먹음을 매식(買食), 물건을 사들이는 일을 매득(買得), 물건을 사 모으는 것을 매집(買集), 물건을 사서 넘겨받는 것을 매수(買受), 값이 크게 오를 것을 내다보고 막 몰아 사들여 쟁이는 일을 매점(買占), 남의 웃음거리가 됨을 매소(買笑), 어떤 일로 말미암아 남의 원한을 삼을 매원(買怨), 물건을 팔고 사고 하는 일을 매매(賣買), 물건을 삼을 구매(購買), 물건을 받기 전에 미리 값을 쳐서 삼을 예매(豫買), 물건을 거두어 사 들임을 수매(收買), 강제로 물건을 삼을 강매(强買), 물품이나 권리 등의 사고파는 일을 매개해 주고 영리를 얻는 일을 중매(仲買), 몰래 사는 것을 밀매(密買), 사지 아니함을 불매(不買), 도둑이 훔쳐 낸 물건인 줄 알면서 사는 것을 고매(故買), 물건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많이 사두었다가 값이 오른 뒤 아껴서 팖을 매점매석(買占賣惜), 죽은 말의 뼈다귀를 산다는 뜻으로 귀중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먼저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을 매사마골(買死馬骨), 천금으로 말의 뼈를 산다는 뜻으로 열심히 인재를 구함을 이르는 말을 천금매골(千金買骨), 검을 팔아 소를 산다는 뜻으로 병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게 함 곧 평화스런 세상이 됨을 매검매우(賣劍買牛), 천금을 주고 웃음을 산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함을 비유하는 말을 천금매소(千金買笑) 등에 쓰인다.
▶️ 履(밟을 리/이, 신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尸(시; 사람)와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뒤져올치(夂; 머뭇거림, 뒤져 옴)部(둘 다 걸어감)와 舟(주; 나막신의 모양; 본자의 구성자)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신고 다니는 것의 뜻이 전(轉)하여 밟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履자는 ‘밟다’나 ‘행하다’, ‘겪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履자는 尸(주검 시)자와 復(돌아올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고문(古文)에 나온 履자를 보면 舟(배 주)자와 正(바를 정)자, 頁(머리 혈)자가 겹쳐진 모습이었다. 이것은 사람이 배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모습이 크게 바뀌게 되었지만 履자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밟다’나 ‘행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履(리/이)는 ①밟다 ②(신을)신다 ③행(行)하다 ④겪다 ⑤지위(地位)에 오르다, 자리에 나아가다 ⑥신, 신발 ⑦괘(卦)의 이름 ⑧복(福), 복록(福祿: 복되고 영화로운 삶) ⑨행실(行實), 행하는 바, 행동(行動) ⑩밟는 땅, 영토(領土) ⑪예(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제로 행하는 것을 이행(履行), 지금까지 학업이나 직업 따위의 경력을 이력(履歷), 학문의 과정을 순서를 밟아서 닦음을 이수(履修),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행함 또는 이행함을 이천(履踐), 사람이 다니는 발자국 소리를 이성(履聲), 그해의 첫머리를 지내고 있다는 뜻으로 정월을 이르는 말을 이원(履元), 얇은 얼음을 밟음을 이빙(履氷), 품행이 고상함을 이상(履尙), 범의 꼬리를 밟는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의 비유한 말을 이미(履尾), 새로운 것을 밟는다는 뜻으로 신년을 달리 이르는 말을 이신(履新), 밟은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사람이 다닌 자취를 이르는 말을 이종(履蹤), 나막신을 목리(木履), 흙으로 구워 만든 신을 토리(土履), 가죽으로 지은 신을 혁리(革履), 흰 빛깔의 가죽신을 소리(素履), 신을 신음을 섭리(躡履), 짚신을 달리 이르는 말을 망리(芒履), 깨끗한 행실을 청리(淸履), 실천함으로 몸소 이행함을 천리(踐履), 하늘을 이고 땅을 밟는다는 뜻으로 이승에서 살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대리(戴履), 이익을 늘림을 식리(飾履), 마음으로 지키는 지조와 몸으로 행하는 행실을 조리(操履), 계약을 맺을 때에는 갚을 능력이 있었으나 나중에 갚을 수 없게 되는 일을 이행불능(履行不能), 마른 날에는 신으로 신고 진 날에는 나막신으로 신는다는 뜻으로 모든 일을 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의 비유한 말을 이극구당(履屐俱當),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몹시 빨리 걸어 감을 이르는 말을 족불리지(足不履地), 봉황을 수 놓은 관과 꽃무늬를 놓은 신이라는 뜻으로 여자의 잘 차린 단장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봉관화리(鳳冠花履),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엷은 얼음을 밟듯이 세상의 처세에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박빙여리(薄氷如履), 관과 신발을 놓는 장소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하의 순서가 거꾸로 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관리전도(冠履顚倒), 애꾸가 환히 보려 하고 절름발이가 먼 길을 걸으려 한다는 뜻으로 분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는 오히려 화를 자초함을 이르는 말을 묘시파리(眇視跛履), 옷은 헤어지고, 신발은 구멍이 났다는 뜻으로 빈천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의리폐천(衣履弊穿), 깊은 곳에 임하듯 하며 얇은 데를 밟듯이 세심히 주의하여야 한다는 말을 임심이박(臨深履薄)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