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루마니아는 그저 들른 곳일 뿐이었습니다.
혹시 숙소가 잡히면 머물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숙소가 잡힐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그렇다고 노력한 것도 없고)... 느낌도 별로여서(나를 끄는 어떤 특별한 매력도 없어서)...
게다가 나처럼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혼자 살 수 있는 주방이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보니(여러 정보 등) 독립된 주방이 딸린 숙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
차라리 ‘돌아가는 길’인 ‘이스탄불’과 가까운 불가리아가 낫겠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나에겐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나 거기가 거기니까.
그래서 겨우 이틀 밤만 자고 그냥 떠나기로 했던 것입니다.
루마니아에서 밤버스를 타고(11시 반), 표에는 2시 40분 도착이라고 나왔던데, 예상 외로 여권심사가 빨리 끝나 (국경검문소를 통과하는 일이라,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어서 그랬던 듯) ,
1시 15분에 불가리아 쪽의 국경 도시 ‘루세’(Ruse)에 도착했는데,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나 혼자,
낯선 도시에(그것도 버스 터미널도 아니고 대합실도 없는 도시의 거리에) 밤 1시에 도착한 나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 밤에 어디로 갈 것인가?'
물론 주변에 호텔 네온사인이 보이긴 했지만, 내가 돈이 얼마나 많다고 그 시각에 호텔로 찾아들어간단 말인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그런 경우엔 꼭 호객이 되기 십상인데...
그나마 다행히, 내가 전 날... 인터넷 지도 검색으로, 그 도시에는 기차역이 있다는 것과, 기차가 새벽 5시에도 있다는 걸 알고 왔기 때문에,
기차역만 찾아가면, 새벽차가 있기에 거기에 따른 승객도 있을 터라... 그런 믿음(?)으로,
사람도 없는 거리에서 택시 기사에게 물었더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차역이 있다기에,
거기로 찾아갔지요.
건물은 고풍스런 그럴싸한 기차역이었는데, 들어서자 대합실엔 아무도 없었고,
매표실에 한 여자가 졸면서 앉아 있기에, 겨우 물어보니...
새벽에 기차가 있다고 해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옆에 대기실이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열자, 거기는 또 난방이 된 듯, 그러면서도 두 사람(나중에 알고보니 걸인인 듯)이, 남자는 의자에 누워 자고 있었고, 여자인 듯한 사람은 구석에서 졸고 있드라구요.
나도 한 의자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는데, 그러면서 보니 거기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잘됐다며 거기에 전원을 연결시켜,
이 틈을 이용해서 동영상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작업이 끝나면 바로 유튜브에도 올리면 되니까.
왜냐면, 얼마 전(불가리아 숙소에서 첫날 밤) ‘뻬르니크’에서 한 독일인이,
"불가리아는 의외로 치안이 좋고, 못 살긴 해도 공공와이파이 되는 곳이 많아 편리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인데,
그래서 여기서도 와이파이가 되는지 시도했더니,
정말 와이파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노트북을 꺼내... 동영상 스페인어 버전을 완성하고,
유튜브에까지 올리면서, 여기저기 보내는 일까지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의외로 편하고 따뜻하게 국경도시의 기차역 대합실에서 밤을 새울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새벽 6시 10분에 출발한다는 ‘부르가스’(흑해 연안 항구도시)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물론 잠을 못잤기 때문에, 졸다가 깨다가... 기차 안에서 날이 새는 걸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차는 한낮이 되어서야, 중간역(스타라자고라 Стара Загора )에서 내렸는데(다른 기차로 갈아타야만 했는데),
물 사먹을 틈도 없이 다음 기차가 와서,
아침도 굶고... 물도 못 마신 채,
‘부르가스’까지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행히 옆에 앉았던 젊은 여자와(영어로) 얘기가 돼,
불가리아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결국 흑해 연안 항구인 '부르가스'에 내려,
바로 지방버스로 갈아타고... ‘소조뽈(Созопол)’이란 바닷가 마을로 갑니다.
거기는 한국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해봤던 곳으로, 조용한 바닷가 휴양지였습니다.
일단 제일 싼 에어비앤비를 찾아갔고, 일단 거기에 머물면서 숙소를 알아보려고 했던 것인데,
이틀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조리할 수 있는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한심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내 발로 직접 걸어다니면서 알아보기로 하고...
'소조뽈' 마을의 ‘구도심’을 돌아보다, 운 좋게 한 여인을 만나(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숙박업을 하는 여인이었습니다.),
처음에 한 달, 1500레바(750유로)라기에,
좀 깎아달라고 했더니,(사실 나는 에누리를 못하는 사람인데,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동절기라 1300레바까지 깎아줘서...
결국 그 여인을 만난 게 집문제가 해결된 꼴이어서, 거실(2층)과 주방(1층)이 층이 달랐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방을 얻기에 이릅니다.
사실 그마저 안 됐다면 바로 '튀르키에'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비록 바다가 보이는 집은 아니었지만, 그 마을의 한 언덕에(주택가) 자리잡은...
어쨌거나, 날더러 불가리아에서도 살아보라는 운명의 지시로 받아들이게 됐던 겁니다.
이 마을은 불가리아에서도 유명한 휴양지였는데, 동절기라 '비수기'여서... 건물 전체를 나 혼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일단 숙소를 잡자마자 나는 장을 봐왔고...
'나 만의 생활'로 접어들게 되었던 거지요.
첫댓글 용기에 박수를
그런 것도 '용기'에 속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