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남 의령에서 벼농사와 한우 사육을 병행하는 김용옥씨(70·봉수면 천락리)는 4월5일 만기가 된 트랙터의 농기계종합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지역농협을 찾았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으로 현재는 지방비 지원분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 그는 과거 트랙터 작업 중 사고당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결국 지방비 지원분(보험료의 20%)을 자신이 부담하고 재계약했다. 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사고라도 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
#2.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보험담당 직원인 고영희 과장대리는 6월말 아찔한 경험을 했다. 무인항공방제기 소유자가 가입한 농기계종합보험이 1년 만기 도래로 갱신을 앞둔 차에 국비 예산이 6월26일자로 소진돼 이후 보험계약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고 과장대리는 “농기계종합보험은 보험료를 국고에서 50% 지원해주는데, 무인항공방제기는 한대당 보험료가 1500여만원에 달한다”면서 “나중에 잘못된 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만약 국고 예산이 소진됐더라면 가입자가 당장 700만~800만원의 목돈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농업정책보험 중 하나인 농기계종합보험에 농가들이 마지못해 자비를 추가로 들여 재계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 지원예산이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올 국비 예산마저 조기 소진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보험 가입농가와 지역농협이 일대 혼란에 빠진 어이없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업계는 고령화에 따른 기계화가 시대적 흐름인 만큼 농기계종합보험에 대한 국고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방비 지원을 정례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 가입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고시에도 비용 걱정 없이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농민들은 이참에 농기계종합보험에 대한 현장 수요를 파악하고 2019년도 국비와 지방비 예산안 수립 때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촌에서 갈수록 농기계 의존율이 높아지고 드론 등 고가 농기계 보급도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해 농기계종합보험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남·경북·제주 등 농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오히려 농기계종합보험 보험료에 대한 지방비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강영철 NH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장은 “국고에서 지원해주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농가 부담 보험료가 높아선지 제주지역 가입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지방비 지원을 해주도록 제주도에 지속적으로 촉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현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주무관은 “농기계종합보험 국고 지원예산을 2016년 113억원에서 2017년 125억원으로 11% 늘렸고, 내년도 예산안 수립 때도 현장 수요를 고려해 예산을 확대 편성하도록 하겠다”면서 “지자체에서도 농기계종합보험 지원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