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는 후라이 팬이 없었다.
후라이 팬 대신에 조선솥 뚜껑을 뒤집어 엎어서 후라이 팬 대신에 썼다.
아궁이에는 무쇠솥이 걸려 있으니까 마당 가에다 큰 돌멩이를 주워다가 임시 아궁이를 만들어 소두방을 엎어 놓고
거기다가 고추 찌짐도 부쳐 먹고 전구지 찌짐도 부쳐 먹고 참깨를 볶기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우리집은 산골에서 마산 바닷가로 이사를 했는데
이웃에 사는 홍씨네 집에서는 오동동 다리 부근 냇가에 붙은 집이었는데 헌 도라무깡을 망치로 두드려 펴서 가위로 적당히 잘라서 후라이 팬을 만들어 팔았다. 시커먼 골탕을 담았던 도라무깡도 냇도랑에서 불을 질러 태워 버리면 깨끗해졌다. 연기가 나도 누구 한 사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없었고 하루 종일 쇠망치 소리로 시끄럽게 해도 시비거는 사람이 없었다. 다 벌어먹고 살려면 으례 그렇게 하는 줄로만 알았다.
배를 타면서 아침 식사 땐 살롱 보이나 쿡이 계란 후라이를 해 주었다.
후라이 팬에 계란을 넣고 한 쪽이 다 익으면 뒤집어서 반대편을 익혔다.
계란 후라이도 그 때 처음 먹어 보았다. 그 전에 시골에서 닭을 칠 때에는 갓 낳은 달걀을 둥지에서 꺼내면 온기가 그대로 손에 전해졌다. 그 계란을 쌀독에 가져다 넣고 여나무개가 모이면 짚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싸서 장에다 내다 팔았다. 가끔씩은 어머니가 생계란을 하나 깨서 먹으라고 하시면 날계란을 먹기도 했지만 보통 밥솥에 쪄서 반찬으로 해서 먹거나 그냥 삶아 먹었다.
후라이도 완숙과 반숙 그리고 서니 사이드와 보스 사이드로 나누어 기호대로 해 먹는 줄도 그 때서야 알았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갤리에서 쿡이나 살롱보이가 계란 후라이를 하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한쪽이 다 익으면 반대편으로 뒤집을 때 후라이팬 손잡이를 잡고 바닥에 있는 계란 후라이를 공중으로 휙 던지면 잠시 후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한바퀴 돈 다음에 정확히 후라이팬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두 신기해서 나도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쉽사리 되지는 않았다. 여러번 해보면 될 것 같기도 하였으나 묘기 대행진에 나갈 것도 아니었으므로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얼마전 코스트코에 갔을 때 후라이 팬 작은 것을 하나 사왔다. 집에 몇개가 있었지만 아침에 계란 한 두개 후라이 하기에 적당한 크기 없을뿐만 아니라 오래 되어 계란 후라이가 바닥에 잘 누러 붙었기 때문이었다. 후라이팬 치고는 꽤 비싼편이었다. 새 후라이 팬이어서 그런지 계란 후라이를 하면 종이작처럼 잘 일어났다. 아마도 코팅이 잘 되어 있는 탓이겠거니 생각하였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자 그 후라이팬에 다른 음식을 하면서 태운 쩌거지가 남아 있어 깨끗하게 소제를 한답시고 철수세미로 몇번 박박 문질러서 청소를 했다. 그랬더니 코팅이 다 벗겨졌는 지 계란 후라이를 해도 잘 일어나지 않고 누러 붙는 것이었다. 아뿔사! 코팅을 벗기는 게 아닌 데... 이미 엎지는 물이 돼 버렸다.
첫댓글 남마담은 머리 회전 좋아 하나하나 사물이 글이 되고
달걀 귀했지 우짜다 닭장 나와 마루청 아래 알낳어면 몰레 집뒤로 가서 먹던시절
껍대기는 소죽 끍일시 꼰밥 해먹고
당시는 달걀 모아 장날에 팔아 학용품 마련시대 .우린 이제 추억으로 먹고 사는 시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