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성 추락 전날...한국판 사드, 초음속 미사일 요격 시험 성공
지난달 30일 태안서 공개 시험 성공
2023년 5월 30일 국방과학연구소가 북한 전술핵 미사일을 잡는 '한국형 사드' 엘샘(L-SAM) 요격시험에 성공했다.엘샘의 요격 고도는 50~60km, 사드는 40~150km, 패트리엇(PAC-3)은 14~40km이기 때문에 엘샘이 실전 배치되면 한국의 방공망은 더욱 촘촘해진다./국방부 제공
노석조 기자
입력 2023.06.01. 10:50업데이트 2023.06.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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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30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이종섭 국방장관, 방사청장, ADD소장 등 참관한 가운데 ‘한국형 사드(THAAD)’인 ‘L-SAM(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의 탄도탄 요격 시험에 첫 성공했다. 요격 순간 적외선 영상에서 불꽃 2개가 날아가다 하나는 터지고 하나는 그대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요격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불꽃 하나는 L-SAM 요격탄의 최상단 머리부분으로 표적탄을 최종적으로 추격 요격하는 ‘직격비행체(KV·Kill Vehicle)’이다. 다른 불꽃은 KV와 분리된 요격탄의 2단 부위가 분리 이후에도 관성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요격탄은 추진기관인 1·2단과 KV 등 총 3단으로 구성돼 있다. /국방부 제공
군이 지난달 30일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하는 ‘한국형 사드(THAAD)’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엘샘)’로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1일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표적 탄도미사일을 엘샘 요격탄이 정확하게 명중시켰다”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샘의 요격 고도는 50~60km, 사드는 40~150km, 패트리엇(PAC-3)은 14~40km이기 때문에 엘샘이 실전 배치되면 한국의 방공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군은 북한의 대남(對南) 타격용 전술핵탄두 탄도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엘샘을 비롯한 각종 방공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격 시험은 지난 30일 충남 태안군 ADD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됐다.
2023년 5월 30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한국형 사드(THAAD)’인 ‘L-SAM(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이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해 11월을 처음으로 최근까지 총 3번 비공개 시험에서 요격 성공은 했지만, 국방장관과 기자단 등이 참관한 공개 시험에서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요격 참관 현장은 표적 탄도탄이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때부터 요격탄이 발사돼 초음속으로 표적탄을 추격해 공중에서 명중 폭파하며 불꽃을 터트리는 순간까지 참석자 전원이 숨 죽이는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9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직후여서 관심이 컸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우리의 요격 시험은 ‘성공’이었다. 국방부는 기상 예보, 엘샘 개발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공개 시험 계획을 수주 전에 기획했으며, 군사 기밀 보안 규정 검토와 기자단 협의 등을 거쳐 이틀간의 엠바고(보도유예)를 설정한 뒤 이날 엠바고를 해제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30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독자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ㆍ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의 탄도탄 요격시험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충남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L-SAM 탄도탄 요격시험을 참관하던 중 L-SAM의 요격 미사일이 교전 목표지점에서 표적 미사일에 명중하며 요격에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축하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여기는 출입통제원, 지금부터 초읽기를 시작한다. 발사 30초 전, 15초 전, 3, 2, 1, 발사!”
서해 남부 무인도의 이동식 발사대에서 표적탄이 발사됐다. 굉음을 내며 치솟은 표적탄은 불 줄기를 그리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ADD 카메라로 추격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ADD 관계자는 “군사 기밀 사항으로 정확한 속도는 밝힐 수 없지만 초음속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했다.
얼마 뒤 서해 중부 해상에 떠 있는 바지선 발사대에서 날렵한 모양의 엘샘 요격탄이 발사됐다. 요격 초읽기가 들어갔다. ADD 연구진, 이 장관 등 참석자 모두 바짝 긴장했다.
요격탄은 추진기관(1·2단)과 직격비행체(KV·Kill Vehicle) 등 3단으로 구성돼 있었다. 요격탄은 1단을 분리하더니 2단 분리에 이어 KV를 분리했다. 표적탄과 요격탄은 초를 다투는 추격전을 벌였다. 이 광경은 열상감지장비(TOD) 화면을 통해 시험 참관 현장으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요격탄 KV는 아슬아슬하게 표적탄을 따라가더니 순식간에 표적탄을 때리며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분리됐던 요격탄 2단은 관성에 의해 계속 비행해 표적탄과 KV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화염과 연기구름 앞으로 나아갔다.
군이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엘샘이 공개 시험 발사에서 성공한 순간이었다. 비공개 성공까지 포함하면 네번째 성공이었다.
참관 현장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침 이날 아침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재차 입장문을 내고 한미 방위태세를 운운하던 상황이어서 엘샘 연구진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컸다. 북한 정찰위성을 쏘는데 사용되는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기술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실패 가능성도 없지 않았던 시험이었다”면서 “ADD 소장은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자고 마음을 졸이며 긴장했다”고 말했다. 박종승 ADD 소장은 “요격해서 맞춘 부분이 표적탄의 추진기관”이라며 “지난 시험발사 때 탄두를 맞추니 파편이 너무 많이 생기길래, 연구원들이 미리 추진기관을 맞출 수 있도록 입력값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어느 부분을 타격할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레이더의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2021년 유도탄 기본 비행시험을 시작한지 2년만의 쾌거인 셈이다. 요격 실패한 적도 있는 등 말 못할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이 장관은 “엘샘의 요격고도는 미국 사드에 버금간다”며 “추후 다음 단계인 ‘앨샘-Ⅱ’까지 만들어지면 사드 수준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엘샘으로 타격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북이 핵 사용을 기도하면 김정은 정권이 종말이 될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ADD는 이날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파괴할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의 시험 영상도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노석조 기자 편집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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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北위성 추락 전날...한국판 사드, 초음속 미사일 요격 시험 성공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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