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좋은 글에 대해서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월가 IB의 big 4는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라더스 였습니다. JP모건은 1930년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엄격한 분리를 규정한 글래스스티걸 법 시행으로 투자은행 부문이 떨어져 나와 모건스탠리가 됐고, JP모건은 상업은행으로 커왔습니다. 90년대 중후반 그램-리치-블라일리 법 전후해서 다시 몸집을 키워 투자은행 시장에서도 메인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흔히 월가 IB의 메이져리그는 Bulge Bracket이라 불리며, 위 빅4와 씨티그룹, 크레딧스위스, 도이치뱅크,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정도가 포함됩니다.
기업 대상의 금융시장은 가장 크게 직접금융시장과 간접금융시장이 있습니다. 간접금융시장은 기업들이 은행이란 매개체 혹은 유통업자를 통해서 가계의 예수금을 대출하는 시장을 말하고 상업은행(Commercial Bank)들이 영위하는 시장입니다. 투자은행은 글래스스티걸법이 유명무실화되기 전까지는 여수신 기능이 금지됐었습니다. 여수신 기능이 있는 금융기관이란 미국의 연방예금보호공사(FDIC)에 가입되어 예금보호가 되는 금융기관에 한정됩니다. 여타 저축은행이나 신용조합 등은 넣은 만큼 대출받는 상호거래 형식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며, 또한 정부의 엄격한 규제 하에서 여신업무를 수행하는 보험사도 성격이 다릅니다.
이에반해 직접금융시장은 기업들이 직접 증권(흔히 주식,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이 기업의 증권 발행을 도와주고 발행한 증권을 인수(underwriting)이란 프로세스로 유통시키게 됩니다. IB들이 돈을 버는 구조는 상업은행에 비해 훨씬 적은 인원들이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란 복잡하고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엄청난 수수료(주식을 1발행하면 발행금액의 통상 그 5~10%정도가 발행을 주간한 IB에 수수료로 나갑니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 상위 10개 증권사가 67건의 주식공개(IPO)를 주간하였고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물량이 1조 7천억원이었으니 수수료율을 5%로 잡아도 850억원을 챙기는 셈입니다)를 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채권이나 각종 구조화 증권의 발행, 기업 인수합병 자문사 역할 등등을 통한 수수료 수입이 주를 이룹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과 달리 이들은 증권중개수수료가 수익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한 편입니다. 미국의 경우 소매중개업은 찰스스왑이나 이트레이드 같은 온라인 중개업체가 가격경쟁력으로 장악하고 있고, 이들 IB들은 주로 블럭트레이드(대규모 증권물량의 장외시장 중개 알선)을 통해 중개 수수료를 챙깁니다.
위에서 유통이란 말을 썼는데, 금융업이란 기본적으로 유통업입니다. 상업은행은 가계의 저축을 받아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대출해주고,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를 챙깁니다. 투자은행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증권발행을 돕고 또한 이렇게 발행된 증권들이 제대로 시장에서 소화(팔릴)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market-making)하고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나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마케팅을 해주며 유통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통마진으로 돈을 버는 금융회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돈이 돌도록 하는 것입니다. 흔히 유동성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채권도 대출자가 연체를 하면 대출해준 금융기관(주로 중소 모기지샵들)이 망하면 끝입니다. 근데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계속 창출해내기 위해서, 모기지 채권을 자산(담보)으로 또 증권(MBS)을 발행하고, 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기지채권의 현금흐름을 뭉뚱그리고(CMO) 증권에 트렌치를 만들어서 CDO란 증권의 발행을 주간하고 연금이나 각종 기금 등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에게 팔고, 또 자신들의 자산운용회사나 헷지펀드 자회사가 이에 투자하도록 하고... 이렇게 한 가지 증권에 유동성을 퍼낼 수 있을만큼 퍼내온 것입니다. 이렇게 유동성을 퍼내는 대상이 주택담보대출이 된 것이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증권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채권이고, 부동산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데 대출기관의 유동성이 마르니 매력적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최종 투자자가 약속된 현금흐름을 받지 못하게 되어(증권이 부도나서) 상환을 요구할 시, 이 여파가 줄줄이 물려가게 되고, 이런 자산유동화 증권 류를 인수하여 유통시킨 투자은행들은 유동화 한 자산의 부실화와 투자자들의 요구가 양방향에서 닥치게 되어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 안게 됩니다. 또한 유동성을 퍼내기 위해 거미줄처럼 엮여버린 각종 증권들을 갖고 있는 이들은 어떤 증권이 어떻게 갑자기 부실화할 지 예측할 수 없게 되 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신용위험을 피하기 위해 각종 신용파생상품의 거래까지 여기 엮이게 되면 이건 며느리도 모르는 악몽과 같은 사태가 되버리는 겁니다. MBS시장의 강자는 이미 사라져버린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였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치게 될 영향은, 가장 크게는 달러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게 될 것입니다. 누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이러한 시기에 누가, 김정일이 핵을 없앨까말까 하다가 갑자기 죽내사내하고 있고, 정부당국이 환율을 올린댔다가 내려야한다고 쌈짓돈을 시장에 쏟아부으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나라에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이렇게 달러가뭄이 오면, 글로벌 약세인 달러에 대해(EU와 일본이 최근 죽써서 상대적으로 강세로 돌아섰지만) 달러 수요만 넘치고 공급이 적어진 한국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주시시장에선 계속 달러 투자자들이 주식을 빼고 원화를 팔아치우겠죠. 작년 이맘때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기미로 들어섰다 vs 이제 시작일 수 있다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라더즈, 그리고 설마했던 메릴린치까지 간판을 내리는 사태로 왔습니다. 골드먼과 모건스탠리, 그리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인 나머지 벌지브래킷 은행들은 괜찮을까요?
그리고 내년 2월 자통법이 시행되면 글로벌 투자은행이 되기 위해서 증권업계가 박터지게 싸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한국계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해 비관적이내요. 투자은행의 꽃은 인수업무인데, 인수업무의 핵심은 발행되는 증권을 시장에서 좋은 값에 소화시키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국내 증권사가 '저 이번에 좋은 물건 나왔는데...'하고 전화라도 돌려볼 수 있는 큰손(기관투자자/개인투자자)이 워낙 제한적인지라 일본처럼 자국 내 투자수요가 일정 규모 이상인지라 그래도 세계시장에 명함이라도 내밀어 볼 수 있는 투자금융회사가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첫댓글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이게 마지막이길 빌지만..
좋은글 잘읽었요..당장 오늘은 얼마나 빠질까요.ㅜㅜ
출근하니 더더욱 피부로 와 닿는군요.... 지금 분위기 장난아닙니다. 지점은 다 난리고,,, 본사 IB나 딜링, 법인브로커리지...등등 에궁...
으아아악...우리 만수가 여기에 메이저리그 삽질 까지 더하면 안될텐데요...
잘읽었습니다. 나름 공부가 되네요 ^^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글에서 내공이 뿜어져 나오는군요 ^^
공부하고가요. 걱정이 되네요. 연휴 끝나자마자 오늘도 환율이 춤추고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