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추구하는 욕망 가운데 하나, 권력입니다. 사실 모든 것 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권력만 쟁취하면 다음 것들이 쉽게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돈, 섹스 그리고 명예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누구나가 바라보는 추구의 대상입니다. 최고가 되지 못하면 최고의 측근에서 나눠 누리려고 애씁니다. 그러므로 권력투쟁은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밑에서도 자리다툼이 일어납니다. 최고의 권력을 힘입고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예컨대 권력기관의 장들의 가족이 누리는 호혜와도 같습니다. 부인들의 모임에도 서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군의 부인과 부관들의 부인들은 다릅니다. 자신이 장군이 아니더라도 남편의 권력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입니다.
가족은 좀 특별한 경우이기도 합니다. 비서관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비서와 장관의 비서는 급이 다릅니다. 그 행사하는 힘도 당연히 다르지요. 그러므로 한 회사에서도 이왕이면 이사의 비서보다는 사장의 비서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옛날 궁중에서 내시가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게 되면 왕의 권력을 힘입고 자기가 왕처럼 행사하는 것입니다. 대신들이라고 똑같은 것이 아닙니다. 급수나 계급이 같을지라도 누가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가에 따라 누리는 힘이 다릅니다. 그러니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남모르게 쟁투합니다. 창칼을 들고 싸우는 것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암투가 전개됩니다. 여자들 세계에서 오히려 더 치열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창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혀와 입 아닙니까?
막강한 여왕의 측근에서 왕을 보필하며 왕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하기야 공작부인이니 최고급의 귀족입니다. 그보다는 왕의 가장 가까이서 왕을 돕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타 귀족들이나 대신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몰리부인이라 칭하는 ‘사라’는 왕궁 안에서 왕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달리 말하면 국사를 주물럭거린다는 말입니다.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화친을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자기가 결정해서 왕의 입으로 전달합니다. 전쟁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됩니다. 전쟁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고 국민까지 군인으로 징집되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들 특히 야당은 전쟁을 반대하고 화친을 도모하지고 설득하지만 사라에게 막힙니다.
퇴출된 귀족의 딸인 ‘애비게일’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궁궐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사라와는 친척관계라는 명분이 있기에 궁에 들어오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사라는 거들떠보려 하지도 않습니다. 궁에 들어오는 초장부터 텃세로 인해 모욕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귀족의 당당함은 지니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그 당당함과 천부적(?) 기지로 버팁니다. 물론 궁 안에서 가장 궂은일부터 시작합니다. 동료들, 어쩌면 먼저 자리를 차지했으니 선배라고 하겠지만, 그들의 천대와 보이지 않는 학대도 묵묵히 견디며 어려운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그리고 궁 안의 환경에 익숙해져갑니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오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할 기회이지요.
막강한 권력의 핵심인 왕이라 해도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약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 점을 간파한 것입니다. 애비게일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 기회와 맞닥뜨립니다. 잠깐의 고통이 있기는 하였지만 일단 여왕의 눈도장은 받아놓은 셈입니다. 말단직에서 어려운 날들을 지냈지만 이제 왕 가까이 나아가는 기회가 종종 생깁니다. 그리고 사라와 여왕의 극비 상황도 알게 됩니다. 왕도 사람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신분이 높든 낮든 모두가 욕구를 지닌 인간이란 말입니다. 독신으로 산다고 해서 기본적인 욕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사라가 여왕의 측근이 될 수 있었던 통로가 그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만의 은밀한 쾌락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관계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제 왕의 측근이 두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라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던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애비게일의 야망이 대단하기도 합니다. 역시 귀족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아비로 말미암아 잃었던 자리를 회복하고 싶기도 합니다. 애비게일은 왕의 측근의 자리를 넘보며 사라를 물리치기 시작합니다. 사라로서는 위기를 느꼈지만 상황은 자기에게 결코 순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애비게일은 하녀의 자리에서 귀족의 부인으로까지 상승됩니다. 왕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 싸움이 쫓겨나는 것으로 끝날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자리싸움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궁 안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 안에서도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로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화려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놓은 대궐이라 해도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인간들의 군상들이 그 우아하고 웅장한 겉모습을 얼마든지 더럽고 추잡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이라니, 머리에 무슨 관을 쓴다 한들 별 것입니까?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