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동의, 야권도 찬성하지만
뚜껑 열기도 전에 사회적 혼란 가중
복지부.여당 당초 500명 증원 공감
대통령실로 주관 변경, 대폭 증원설
1000명, 3000명 미확인 관측에
의협 '일방 추진 땐 강경 대응' 경고
정부, 뒤늦게 사회적 대화 강조해
18년 만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확정적이지만 정부는 공식 발표를 늦추며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국민 60% 이상이 동의한다는 각종 여론 조사에 이례적으로 야권까지 동의하는 정책인데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이유로는
일파만파로 커진 사회적 혼란이 지목된다.
방향은 맞아도 매끄럽지 못한 정책 결정 과정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올해 의대 정원을 늘려 내년도 입시부터 반영하는 것은 당국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사안이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뻉이' 등이 반복되자 복지부는 올해 1월 주요 업무 계획으로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보고했고 같은 달 말 대한의사협회와 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렸다.
8월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논의도 시작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당초 500명 수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놓고 여당과 논의를 거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00명 정도면 의사들이 반발하지 않고 증원할 수 있는 인원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대폭 증원설이 돌기 시작한 건 이달 들어서다.
의대 정원을 포함해 당초 복지부 차원에서 19일 발표 예정이었던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대통령실 주관으로 급변경됐다.
이즈음 언론에 익명의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보도들이 나오면서
'1000명 이상 증원' '정부 임기 내 3,000명까지 증원'등 미확인 관측이 퍼졌다.
이런 상황에 대한의사협회는 '증원 인원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언론플레이 혹은 여론 간 보기용 애드벌룬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일방적 추진시 초강경 대응을 선포한 의협은 특히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와 의협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9.4 의정합의'를 맺었는데, 합의 내용 중에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을
강행하지 않는다'가 포함됐다.
의협 관계자는 '무작정 반대가 아닌대 국민적 중대사를 이런 식으로 결정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사들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호아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했지만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단 진료 거부
등으로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
당시 응급환자들이 사망하기도 했는데,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혼란을 부른 정부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되지 않았는데도 파격적 확대를 기대한 학원가는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안 그래도 '의대 광풍'인데 반수.재수생 증가와 이공계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러시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한다.
전남에서는 의대 신설을 압박하고 충북에서는 최소 158명 이상 최우선 배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과열된 지역 유치전도 정부에 부담이다.
설사 증원 규모와 지역별 인원 배정을 결정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는다고 해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둬
지역 간 갈등은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1주일 정도 의대 정원 발표를 미루고 뒤늦게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얻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창훈 기자
총선 앞 윤 대통령 '정치적 시험대'...증원 규모 함구
증원 의지 강하지만 의견 수렴 필요
민생 외치는 당정에 매력적 카드
문 정부 의대 증원 실퍄 반면교사
정부가 투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는 여야와 국민들이 바라는 해묵은 과제라는 점에서 호나영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해 대통령실과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으로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이념보다 정책과 민생'을 외치고 있는 당정 입장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매력적인 카드다.
야당에서도 정부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협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성과를 거둔다면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책 발표 전부터 증원 규모에 대한 수치가 언론 등에 언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추잔력이 강한 윤 대통령이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올 정도로 신중해진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증원 수치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지만 의료계나 이해 관계자들과의 의견 수렴, 소통을 통해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게끔 경청하는 자리나 과정이 현재로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원만하게 추진하기 이해선 의료계의 설득 과정이 충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정부 관계자도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수가 체계나 전달 체계, 인력 수급 등의 종합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아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의대 정원 확대가 실패한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에도 국민적 기대는 컸지만 전공의 파업과 집단 휴진 등 의료계의 반발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과제이지만,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추진에 나설 경우 뒷심을 발휘하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내년 4월 총선과 집권3년 차를 앞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의료계가 파업을 할 경우 또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파업은 원칙과 법에 따라 대응한다는 게 정부의 기조이기 때문에 의료계 파업에 대한 부담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
여, 의대 증원 공감대 속 규모.속도엔 신중
야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 가속페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의대 정우너 확대에 국민의힘은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규모, 속도 등 각론에는 신증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18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큰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해 관계자들이 많으니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 의장은 공공 의대와 지역 의대 설립, 지역 의사제 도입 등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선 '필요성에 대해선 크게 공감하지는 않고
있지만, 야당 주장이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여지를 두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여당 감사인 강기윤 의원은 통화에서 '당은 큰틀에서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뿐이고
얼마나 확대할지 등에 대해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없다'고 거리를 두었다.
국민의힘의 신중한 기조에는 국민 여론이 의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이지만, 의료 대란 등 자칫 혼란으로 번질 경우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허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8일 최고 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는 필수, 공공, 지역 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확대 및 지역의사 도입은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후보 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해 공공.필수 인력을 양성하고, 학비 등 지우너 대가로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의무 복무를 미이행할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ㅆ다.
전남 지역의원들은 숙원 과제인 전남권 의대 신설의 실마리가 보이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남 지역에 의대가 없는 데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5명으로 전국 평균(2.13명)을 밑돈다.
김원이(전남 목포). 소병철 (전남 순천 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각각 삭발을 감행했다.
두 의원의 지역구에는 국립대학교(목포대.순천대)가 있는 만큼, 전남에 의대를 신설할 경우 유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성태. 김도형기자 베시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