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가 흡사 봄날같다 꽁꽁 싸맨 겨울옷의 단추라도 하나쯤 풀고싶다 살짝살짝 귓볼을 스쳐가는 바람결이 그리 싫지가 않다 벌써 봄의 언저리로 가는 해빙을 시작한듯 찔지럭하게 대지가 눈물을 쏟아낸다 아직 계절의 봄은 요원할텐데... 하기사 오늘 비가 내리고 내일은 다시 영화의 추위속으로 곤두박질 칠거라고 이미 일기예보상의 예령은... 퇴근할때쯤에는 봄날의 기분을 맞춰주려는듯 계절을 망각한채로 봄비가 봄날처럼 내리더니만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풀풀풀 어느새는 눈이 쏟아진다 펄펄 휘날리며 군무라도 추듯하다가도 휘몰리장단에 넋 놓고 어지럽게 굿판을 벌린다 20층쯤에서 바라보는 눈이 내리는 바깥 풍경은 그야말로 정관이다 어찌보면 낭만처럼 보인다 인정사정없이 하얗게 쏟아지는 눈 그림속으로 내 눈길이 내마음을 데려간다 아무 생각없이 모처럼 풍경화가 그려지는 수채화속으로 한참을 푹 젖어본다 들어가 본다 좀 아이러니하게도 유리창 한장 너머에는 저리도 눈발이 성성한데 베란다에는 어쩌다 함께 살게된 도토리나무에는 어느새는 새순이 내 손톱보다 쫴끔 더 길게 자랐는데... 그리도 앞이 안보이게 내리던 함박눈이 가는 잔설로 내린다 눈들의 축제는 끝이 난듯 한소큼 쉬어가는듯 ... 축축하게 젖은 풍경안으로 어설픈 추위는 살을 에는 추위는 그 얼마나 몽니를 부릴런지 벌써부터 마음이 내일 새벽출근길을 걱정하면서 다 씩어빠진채로 머그잔 밑바닥에 남겨진 커피를 입안 가득 털어 넣고선 다시 책장속으로 마음이 눈길을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