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신호가 있었어요
부산 벡스코에서 청소년 대형 집회가 열렸다.
청소년 8,000명이 모였고, 강사진이나 스탭들까지 하면 족히 1만명이 함께하는 집회라 할 수 있겠다. 1월 7일~9일까지 진행되는 ‘청소년 월드캠프’에 나도 특강 강사로 참여했다.
그때 나처럼 강사로 오신 한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 한 끼 식사만 해도 1억이 넘어요!”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았다.
작년 부산 해운대 10만명 집회에 이어, 참 대단한 규모의 집회를 또 해내는 부산, 부산의 믿음의 사람들, 부산성시화운동본부와 교회, 사역자, 아이들 등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듣고 이동하거나 식사를 하러 갈 때면 만 명의 사람들, 그 흐름이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흐트러짐 없이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았다. 에스겔서에 나오는 ‘큰 군대’를 이룬 것 같았다.
강의를 할 때도 아이들의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참여한 아이들을 보니 비단 부산의 아이들만이 아니라, 전국의 여러 곳에서 그리고 해외에서도 부산으로 와 참여한 아이들이 꽤 있었다.
매년 이런 형태의 집회를 하긴 어렵겠지만, 수 년에 한 번, 그리고 필요할 때, 하나님께서 마음 주실 때 하는 대형 집회는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국의 여러 곳에 이런 집회가 가끔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벡스코 안 카페에 5명의 사역자들이 모였다. 그 중에는 내가 처음 만나는 분도 있었다. 청소년 월드 캠프와 교회 사역 이야기, 다음 세대 이야기 등을 나누던 중, N목사님이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목사님, 여기 P목사님에게 얼마 전 큰 일이 있었어요.”
큰 일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네? 무슨 큰 일요?”
P목사님과 다른 분들은 잘 알고 교제해 왔던 분이기에, 이미 사정을 아는 듯했다. 처음 만남인 나에게 P목사님은 살갑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사님, 제가 얼마 전 교회에 불이 났었어요.”
“네에?”
불이나 물로 인한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해결을 한 이후에도 후유증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건물만이 아니라, 그 안의 집기들까지 손상을 입고, 복구도 만만치 않고, 또 그것을 경험한 분들의 기억 속에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P목사님은 포항에서 목회를 한다고 했다.
“목사님, 교회 개척한 지 이제 3년 되는데, 옆집에서 시작된 불이 저희 교회까지 옮겨 붙어서요. 자그마한 교회인데~,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소방관이 와서 불을 끄는데~, 도끼같은 연장으로 교회 벽을 부수면서 끄는데~, 제 마음이, 마음이 막 무너져내리더라구요.”
이 말을 듣는 순간 2000년대 중반, 영훈학교 앞 지하 ‘왕도깨비’ 술집을 임대해, ‘영훈센터’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장마 때였는데, 빗물이 지하로 내려와 아무리 퍼내어도 현관 앞 물이 줄지 않았던 일, 결국은 119에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했던 일, 밤새도록 물을 밖으로 퍼내었던 일 등이 떠올랐다.
더욱이 장모님께서 작은교회를 개척하시고 20여 년을 목회하시며 수고하셨던 일, 현재 담임목사로 섬기는 처남의 상황 등을 떠올리며, 담임목사로서의 고충이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P목사님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교회 건반이나 집기들을 말려서 어떻게 사용해보려고 했는데, 모두 이상하게 되었더라구요. 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구요. 화재 보험도 안 되어서 현재를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옆집에서 발화된 거니까 보상이 나와도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구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겠지요? 목사님, 죄송합니다. 오늘 처음 뵈었는데, 이렇게 제 상황을 그냥 나오는대로 말씀드리게 되네요.”
나는 조용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네, 괜찮아요. 같이 기도하라는 하나님 신호라고 보여져요. 저도 상황을 알았으니까 기도할게요. 힘내시구요.”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목사님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가는 KTX를 탔다.
기도하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는 신호를 보내신다.
하나님께서 P목사님과 교회를 위한 기도를 하게 하셔서 잠시 눈을 감고, 기차 안에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도우라는 마음을 강하게 부어주셨다.
믿음 생활할 때 나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 나만의 ‘사인’ 같은 것인데, 그날 유난히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한다. 하나님께서 그분을 나에게 알려주시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락을 하면, 그분에게는 어떤 일이 있거나, 기도 제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곤 했다. 그리고 기도하게 하시고, 여러모로 돕게 하셨다.
또 한 가지는 물질로 도우라는 신호였다. 기도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실 때 도우라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그래서 순종해야 하는 일이 나에게 남아 있다. 하나님께서는 P목사님의 교회 화재 건과 관련해서는 물질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마음을 주셔서, 바로 순종했다.
지체하거나 미루면 물질에 연약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 순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님의 신호가 분명하면 바로 순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P목사님께서 전화를 해오셨다.
“목사님, 아침에 교회 계좌를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제 처음 만난 분이고, 또 처음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도와주셔서요. 저와 교회에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목사님.”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목사님. 하나님께서 어제 그렇게 강하게 마음을 주셔서요. 힘내세요. 목회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별일이 다 생기잖아요. 더 기도하라는 신호고, 저도 기도에 합할게요. 힘내세요.”
대화를 나누고, 나는 전화로 P목사님과 함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사역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
나 역시 믿음으로 살 때나, 그리고 영훈고가 비기독교학교일 때 학원복음화 사역을 감당하고, 기독교학교가 되었을 때도 여러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는 것을 봐 왔다. 기도하면서도 지쳐있을 때 많은 기도의 동역자들이 함께하며 돕는 기도와 물질, 섬김, 격려는 큰 힘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하나님께서는 때마다 신호를 보내신다. 믿음의 사람이 할 일은 그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다.
(25.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