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 동 새 - 김 소 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① 화자 : 나 (누이의 남동생)
② 상황 : 의붓어머니의 시샘 때문에 죽은 누이가 접동새로 환생하여 우는 소리를 듣게 됨.
③ 대상 : 접동새 ( 죽은 누이의 분신(환생))
④ 정서 : 서러움과 한, 혈육에 대한 정과 그리움
⑤ 태도 : 애상적, 설화를 통한 객관적 제시
⑥ 주제 : 한스럽고 비극적인 현실을 초월한 혈육의 정 / 접동새가 된 누이의 한
죽어서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는 귀신 이야기나 사람이 무엇인가로 환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해 죽었다든지, 억울한 사고를 당해 죽었다든지, 아니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든지.... 차마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방황할 수밖에 없는 가슴 속 '한‘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인 누이 역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한' 많은 여인이다. 그녀의 가슴 속 깊이 응결된 '한'의 응어리를 풀지 못해 그녀는 그만 접동새로 환생하게 된다. 이 시 전면에 흐르는 주된 정서인 '한', 과연 누이의 사연이 무엇인지 우리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이 시는 평안도 지방의 설화(전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10남매를 둔 아버지가 상처를 한 후 재혼을 했는데, 계모가 매우 포악하여 전처의 아이들을 학대했다. 맏이인 소녀가 혼기가 차서 어느 도령과 혼약을 맺었는데, 시집 갈 집이 부자라 소녀에게 많은 예물을 보냈다. 이를 시기한 계모는 소녀를 장롱에 가두고 불을 질러 죽였다. 소녀의 죽은 혼은 잿더미에서 접동새가 날아올랐다. 낮이고 밤이고 접동새가 구슬프게 울자 관가에서 조사를 한 후 계모를 잡아 불태워 죽였다. 계모의 죽은 혼은 까마귀가 되어 접동새를 괴롭혔다. 이후 접동새는 까마귀가 두려워 밤에만 나타나 동생들을 걱정하며 슬프게 울게 되었다.’ 이 전설을 미리 읽고 이해하고 시를 읽는다면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1연에서 접동새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하며 운다고 말하고 있다. 접동새로 환생한 죽은 누이의 울음소리 속에 ‘아홉 오래비(아우래비)’를 걱정하는 혈육의 정과 슬픔이 담겨 있다.
2연에서는 진두강 강가라는 구체적인 지명이 나온다. 구체적인 지면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3연은 누나가 왜 죽었는지 설명해 준다. 바로 의붓어머니의 구박과 시샘에 못 이겨 죽은 것이다.
4연에서는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화자가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늦은 밤 슬피 우는 접동새를 본 화자는 억울하게 죽은 누나를 떠올리며 너무나 서럽다(불설워)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누나를 ‘우리 누나’라는 말로 분명하게 규정하면서 그 누나가 비극적이고 한스럽게 죽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다. ‘우리’라는 말에서 우리는 화자가 죽은 누이의 동생들이라는 객관적인 해석도 할 수 있지만, 누이가 느끼는 한과 서러움을 단지 누니의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그리고 우리 민족의 것이라는 받아들이고 인식하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마지막 행에 나오는 ‘접동새’는 죽의 누이의 분신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의 정서가 응집된 상징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5연에서는 아홉이나 되는 동생들을 죽어서도 못 잊고 깊은 밤(야삼경)에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며 슬피 우는 접동새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접동새가 우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째는 자신의 한스럽고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이것은 설화에서 부각되어 있다.), 둘째는 불쌍한 동생들을 걱정하는 혈육의 정 때문이다. 이 시는 접동새의 울음소리에 혈육의 정을 부각시킴으로써 듣는 이에게 더욱 진한 슬픔과 한의 정서를 전달함과 동시에, 동시에 비극적인 죽음과 현실을 초월하는 뜨거운 혈육의 정을 느끼도록 해 준다.
ꊲ 시구연구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 aaba의 구조
♣아우래비 : 아홉 오라비의 활음조 현상, 접동새 울음소리의 표현이기도 함
♣진두강 : 서북지방의 강 이름
♣불설워 : 매우 서러워
♣남아 되던 : 그 정도나 되던
♣차마 : 동생들에 대한 누나의 안타까운 심정
ꊳ 핵심정리
* 성격: 전통적, 애상적, 민요적, 향토적
* 표현: 의성어를 통해 육친애의 정을 표출
* 시적 화자: 혈육의 정을 그리워함
* 특징: ① 설화를 모티프로 삼음
② 보편적 정서인 한을 드러냄
③ 활음조로 미묘한 리듬 창출
④ 전통적 민요가락을 근대시로 살림
* 출전:<배재> 2호, 1923.3
* 주제: 현실의 비극적 삶을 초극하려는 애절한 혈육의 정
접동새가 된 누이의 한
ꊴ 해제
접동새 설화(의뭇 어미의 시샘에 억울하게 죽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설화)를 제재로 현실의 비극적 삶을 초극하려는 애절한 혈육의 정(식민지 지식인의 허무 의식)을 한(恨)의 정서로 그리고 있다.
ꊵ 접동새 설화
10남매를 둔 아버지가 상처를 한 후 재혼을 했는데, 계모가 매우 포악하여 전실 소생들을 학대했다. 그러나 맏이인 소녀가 혼기가 차서 어느 도령과 혼약을 맺었는데, 그 집이 부자라 소녀에게 많은 예물을 보냈다. 이를 시기한 계모는 소녀를 장롱에 가두고 불을 질러 죽였다. 소녀의 죽은 혼은 잿더미에서 접동새가 날아올랐다. 낮이고 밤이고 접동새가 구슬프게 울자 관가에서 조사를 한 후 계모를 잡아 불태워 죽였다. 계모의 죽은 혼은 까마귀가 되어 접동새를 괴롭혔다. 이후 접동새는 까마귀가 두려워 밤에만 나타나 동생들을 걱정하며 슬프게 울게 되었다.
ꊶ 김소월
(1902-1934) 본명은 정식(廷湜). 평북 정주 출생. 오산학교 졸업. 일본 동경 상대 수학.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그리워」 등을 발표하며 등단. 『영대(靈臺)』 동인. 민요시인, 국민시인, 전통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전통적 율조와 정서를 성공적으로 시화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눈물·정한 등을 주제로 하며,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해 독특하고 울림이 큰 표현을 이룩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바로 이와 같은 특징이 그를 한국 현대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가장 많이 연구된 시인이 되도록 한 것이다. 시집으로는 『진달래꽃』(매문사, 1925)이 있으며, 그가 작고한 후 이에 기타 발표작을 수습·첨가해 많은 시집이 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