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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부설 ‘한국기독교박물관’은 8~9세기 통일신라시대의 특이한 유물 몇 점을 소장ㆍ전시하고 있다. 1956년 경주
불국사에서 출토된 돌십자가, 경주에서 출토된 불보살상(佛菩薩像) 모양의 마리아상과 동제(銅製) 십자무늬 장식 및 토제(土製) 십자무늬 장식이
바로 그것이다.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는 기독교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그런데 이 유물들이 신라인의 불국토(佛土國)라 불리는 경주에서
발견된 것이다.
1988년에는 경북 경산시 지인면 일원리에 있는 인흥사 앞뜰에서도 기독교를 상징하는 두 점의 석상이 발견되었다. 한 점은 어린양을
가슴에 안고 있고, 다른 한 점은 다소곳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시기 북국(北國)으로 불리던 발해의
옛 터에서도 기독교 관련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발해의 솔빈부 아브리코스 절터에서 십자가가 출토되었고, 한때 동경 용원부에서는 왼쪽 협시보살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있는 삼존불상이 발견되었다.
통일신라와 발해의 옛 땅에서 발견된 기독교 관련 유물들은 네스토리우스파
그리스도교가 중국을 통하여 한반도에도 전래되었다는 ‘기독교 동방 전래설’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27년 11월 20일자《매일신보》에는 성대(城大, 경성제국대학) 오다 세이고(小田省吾) 교수가 전라남도를 여행하던 중 해남 대흥사에서 순금제의 십자가를 발견하였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서산대사의 유품에서 발견된 십자가는 “안밖에는 미려한 붉은 칠보(七寶)로 아로새기었고 가운데는 비었는데 표면에는 'ㅡNRㅡ'과
'로마' 글자가 새기어 잇고 또 '예수 그리스도'의 면상을 부치어 두었던 듯한 흔적이 완연히 남아” 있었다고 한다.
오다는 십자가
표면에 새겨진 로마 글자는 ‘S.B'이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하였다.
서산대사의 유품에서 나왔다는 이 십자가는 조일7년전쟁이 끝난 후 조선의 외교사절단으로 일본에 건너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만나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 3,500명을 인솔하여 귀국한 사명대사가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해남 대흥사측에 확인해본
결과, 1985년에 이 십자가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훔쳐서 녹여 금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불교 유물이 아니라고 귀중한 문화재의 관리를 소홀히 한 대흥사나 값 나가는 금붙이라고 녹여서 판 도둑이나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