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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12
씬1. 로열클럽 밀실 안
(성모와 민우가 술을 마시고 있고...)
민우 : (술 따라주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연대가 언젠지 알아요?
성모 : 글쎄..?
민우 : 지하철 공사건만 따내면... 우리나라 건설업계, 만보건설이 통일하게 될 거예요.
성모 : (알아챈다, 눈빛) 그래서? 입찰가가 삼국 통일 연대와 같다?
씬2. 로열클럽 홀 안
(들어서는 강모, 지배인에게 뭔가를 묻는데... 이때, 경자가 오다가 강모를 보고는 급히 몸을 숨기며...)
경자 : 저 오빠, 또 왔네? 어휴, 이러다가 들키는 거 아냐? (본다)
(강모, 룸 쪽으로 가는데...)
씬3. 동, 복도
(복도로 들어서는 강모... 밀실 앞에서 잠시 한 호흡 쉬더니 노크를 하려다가 만다.
조용히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는 안으로 들어선다)
씬4. 동, 밀실 안
(강모가 들어선다. 성모는 보이지 않고 민우 혼자 있다. 민우, 강모를 보고 놀라는데...
강모, 두 사람이 있던 술자리를 확인하고...)
씬5. 동, 화장실 안
(성모가 손을 씻고 있다. 잠시 거울을 보며...)
씬6. 동, 밀실 안
(강모와 민우가 마주서서 노려보며)
강모 : 여기 같이 있던 사람 어디 갔어?
민우 : 너, 지금 날 미행한 거냐?
강모 : (언성 높이며) 여기서 누구하고 있었냐구..!
민우 : ... (어이가 없는데)
강모 : 설마.. 얘기 한 건 아니지?
민우 : 뭐?
강모 : 우리 쪽 입찰가..! 그자한테 말 했어?
(민우, 주먹을 휘두르는데 강모, 그 주먹을 낚아채듯 잡더니 테이블 쪽으로 밀어버린다.
민우, 그 위로 넘어지는데.. 와장창, 깨지는 술병들...)
강모 : 단 둘이 있을 땐, 니 주먹에 안 맞아.
씬7. 동 밖, 복도
(다가오는 성모, 막 문을 열려는데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
강모 : (E) 말해..! 그 자한테 알려 줬냐구..!!
성모 : ..!! (멈칫)
씬8. 동, 밀실 안
민우 : (노려본다) 그 기획서, 니 눈으로 봤잖아? 직접 확인해 놓고도 억지 부리는 꼴, 너무 우습지 않냐?
강모 : 만약 그 자가 찢어진 거 다시 복사해서 준거라면 어떡할 건데?
민우 : ...!! 뭐?
강모 : 그 정도 눈속임, 아무것도 아냐.
민우 : (잠시 생각하다가) 너, 말 많이 늘었다. 잠깐 니 말에 속을 뻔 했어.
강모 : .... (노려보면)
민우 : 근데, 난 너란 놈을 잘 알아. 내가 실수하기만 바라겠지. 어떻게든 내 일을 방해 하고 싶을 테니까..
강모 : 너 같은 놈, 관심 없어. 나한텐 회사가 더 중요해.
민우 : 니가 모함하려고 하는 그 사람.. 나한테 친형 같은 사람이야. 절대 날 배신할 사람 아니라고... 알아듣겠냐?
강모 : ... (노려보는데)
씬9. 동, 밖
(성모, 이야기를 듣다가 돌아서서 나온다. 서늘해진 눈빛으로)
씬10. 홍기표 집 안
(홍기표와 정자, 미주가 저녁밥을 먹고 있다. 홍기표가 정자 입에 반찬을 넣어주는데..)
정자 : (미주를 의식하며 쑥스럽다) 괜찮아, 나 두 손은 멀쩡한데 뭐.
기표 : 당신 편식하는 거 싫어서 그래. 자, 얼른.. 아...
정자 : .. (받아먹는데)
미주 : (씩 웃으며 먹는다)
정자 : 너, 지금 비웃었니?
미주 : 예? 아니에요. 그냥 두 분이 보기 좋아서요.
정자 : 언제부터 식모가 밥상머리 같이 했어? 당장 안 나가?
기표 : 왜 그래, 여보. 내가 같이 먹으라구 그랬어.
정자 : 밥 맛 떨어지니깐 나가 빨리..!
미주 : .. (시무룩하게 일어선다)
기표 : 에이, 사람 참...
(미주, 나오는데...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미주, 수화기 들고)
미주 : (수화기 들고) 네, 한남동입니다.
성모 : (F) 홍기표 회장님 계십니까?
미주 : 잠시만 기다리세요.
성모 : (F) 바꿀 필요 없습니다. 메모나 좀 해주십시오.
미주 : 잠깐만요. (탁자 위에 있는 메모지와 연필을 가져다가) 말씀하세요. 네.. 내일 정오에... 종로에 있는 일식집.. 기모노...
잠깐만요, 무슨 방이라고 하셨죠? 아, 모란방... (적으며) 모란방...
(이때, 홍기표가 나온다)
기표 : 무슨 전화야?
미주 : 여보세요? 끊었네? (수화기 놓고) 여기 메모 했어요, 회장님.
(미주, 기표에게 메모지를 건넨다. 기표, 메모지를 받으며 뭔가 직감한 듯 심각하게...)
씬11. 호텔 전경 (밤)
씬12. 호텔 거실 안
(정연과 성중, 직원들이 주판과 계산기를 두드리며 입찰가를 맞춰보고 있다.
소매를 걷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서류를 들여다보는 민우...
민우 : 현재 우리가 사들인 역세권 땅에다 뭘 세워야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습니까?
성중 : 아파트를 건축 하는 게 가장 큰 이익입니다만.. 요즘 부동산경기가 워낙 침체기여서...
민우 : 공사비 부족분, 역세권 아파트 건설에서 창출되는 이익으로 메워야겠습니다.
성중 : 만약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다면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민우 : 책임은 내가 집니다. 이번 입찰 끝나는 대로 사업계획서 만들어서 제출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정연, 민우를 힐끔거리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얼른 외면하며 열심히 일하는 척... 민우, 무표정하게.. )
씬13. 동, 욕실 안
(정연이 푸득푸득 세수를 하고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잠시 생각하는데.. 그 위로)
- 인써트 (전회 61씬에서)
(민우가 술에 취한 정연의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 짧게...)
- 다시 현실
정연 : 어휴, 기분 나빠... 왜 자꾸 꿈 생각이 나는 거야?
(정연, 물을 틀더니 기분 나쁜 듯이 입술을 닦아낸다. 다시 거울을 보는 정연, 오기 어린 표정으로..)
정연 : 정신 차리자, 황정연..! 여까지 따라와서, 저딴 놈한테 우습게 보이면 안 되지..!
씬14. 일식집, 방안 (낮)
(성모가 혼자 정종을 마시고 있다)
씬15. 동, 복도 / 방안
(기모노 차림의 일식집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홍기표가 다가온다. ‘모란방’이라고 쓰인 객실 앞에 다가오고...)
여자 : 이방입니다.
(홍기표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기표 : 손님 한 분 더 오실거야. 그때 주문하지.
여자 : 알겠습니다. (나가고)
기표 : .. (자리에 앉자마자)
성모 : (E) 홍기표 회장님?
(기표, 놀라서 중간에 미닫이문이 있는 옆 방 쪽을 본다. 그 옆방에 성모가 앉아 있고... 두 사람의 모습이 한꺼번에 잡히는데...)
기표 : 그쪽에 계셨습니까? 제가 그리로 옮기지요. (일어서려는데)
성모 : 앉아 계십시오.
기표 : .. (앉는다) 어떻게 됐습니까?
성모 : (술을 따르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연도가 언젠지 한번 찾아보세요.
기표 : 예? 갑자기 그건 왜...?
성모 : 홍회장님이 찾는 액수가 그 안에 있습니다.
기표 : ..!! (놀란다) 그럼..?
성모 : 전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부터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는 건 홍회장님 몫입니다.
(기표, 목이 탄다. 앞에 놓여 있는 차 주전자를 들고 벌컥벌컥 마시고는...)
기표 :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되겠습니까?
성모 : ..
기표 : 꼭 좀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말씀만 해 주십시오. (대답이 없자, 이상해서) 듣고 계십니까?
(기표, 일어서서 미닫이문을 열고 보면 이미 성모가 사라지고 난 후다)
씬16. 달리는 차 안
(뒷자리의 홍기표가 크게 웃고 있다. 김실장의 표정이 어둡고.. 소태, 백미러로 살피며 운전 중인데...)
기표 : (하하 웃다가) 이봐 김실장, 무조건 입찰가 낮춰서 기획서 작성해.
김실장 : 기획서야 지금부터 직원들이 밤샘 작업하면 되겠지만...
기표 : 근데? 뭐가 문제야?
김실장 : 그 액수보다 낮추면, 입찰을 따내도 문젭니다.
기표 : 공사만 따내면, 부족한 돈은 메울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 마. 삼국통일이라... (하하 웃는데)
소태 : ... (도무지 뭔 말인지 모르겠고)
씬17. 중정, 민홍기 방
(조필연과 고재춘이 와 있다. 커피 잔이 놓여 있고...)
필연 : (커피 잔 내려놓으며) 일전에, 로열클럽에서의 일은 제가 사과드리죠.
홍기 : 고해성사를 한 셈 치지. 덕분에 이제 우리 둘 사이에, 더 이상 감출 것이 없어졌으니...
필연 : 며칠 전에, 오병탁 의원을 만났습니다.
홍기 : 오 의원께서 말씀하시더군. 국회의원 공천을 부탁했다고?
필연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번 선거, 어차피 돈 싸움입니다.
지하철 공사 입찰에 실패하는 쪽이 깨끗하게 물러나기로 하죠.
홍기 : (눈빛) 자신 있다는 얘긴가?
필연 : 쓸데없는 소모전을 말자는 겁니다.
홍기 : ... (보는데)
(이때, 탁자 위의 전화벨이 울린다. 홍기, 수화기를 드는데.. 맞은편의 조필연이 보고 있고...)
홍기 : 네...
기표 : (F, 들뜬 목소리) 국장님, 만보건설 입찰가, 알아냈습니다.
홍기 : ...!! (조필연을 노려보며) 알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어디까지 얘기 했지? 아, 소모전?
그래, 우리끼리 쓸데없이 힘을 뺄 필요는 없지.
필연 : 동의하는 겁니까?
홍기 : 어차피 공사를 못 따내면 무슨 돈으로 선거를 치루겠나?
필연 : 서로 추하게 굴지 않기로 하죠.
홍기 : 나도 원하는 바야.
(필연, 잠시 민홍기를 노려보다가 일어서서 나간다. 재춘, 따라 나가고...)
홍기 : (씩 웃고) 조필연... 너, 잘난 척 하는 거,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씬18. 동, 밖 복도
(조필연과 고재춘이 걸어 나온다)
재춘 : 대체 뭘 믿고 민국장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필연 : ... (내심 불안하고) 내가 시킨 일을 어떻게 됐어?
재춘 :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심려 안하셔도 됩니다.
필연 : 마지막 승자가 확정될 때까지.. 절대 방심해선 안 돼.
재춘 : 알겠습니다. 국장님.
필연 : 참, 요즘 이성모는 뭐해?
재춘 : (심각하게) 저, 실은...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필연 : ..?
씬19. 동, 사무실 안
(성모가 사진들을 보고 있다. 정식이와 대륙건설 직원이 만나고 있는 사진이다.
이때,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선다. 성모, 사진을 서랍에 넣고 일어선다)
성모 : 오셨습니까?
필연 : 몇 번을 왔었는데 자리에 없더구나. 바빴냐?
성모 : 이것저것, 일이 좀 많았습니다.
필연 : (눈빛 날카롭게) 무슨 일?
성모 : .. (잠시 정색하고 본다, 이내 미소 지으며) 아시지 않습니까. 요즘 시국이 어지러워서...
필연 :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성모 : ..! (본다)
필연 : 솔직하게 말해, 다 알고 있으니까.
성모 : ... (긴장)
필연 : (웃는다) 뭘 그렇게 놀라? 민우 부탁 받고 좀 도와줬다, 그러면 되지.
성모 : .. (긴장 풀린다)
재춘 : ... (씩 웃는데)
필연 : 수고했다. 성모, 니가 아주 큰일을 했어.
성모 : 민우의 일은 제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필연 :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할까?
성모 : ...
씬20. 만보건설, 용역반 사무실
(강모와 시덕이 있다. 강모, 골똘히 뭔가 생각 중이고...)
시덕 : 조민우가 니 말을 믿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회장님은 강모, 널 믿어야 하는 거 아니냐?
강모 : ....
시덕 : 아니, 솔직히 이 회사 안에서 너 만큼 회장님한테 충성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강모 : ... (생각하는데)
- 인써트
(강모의 뒤통수에 총을 겨눈 성모의 모습...)
- 다시 현실
시덕 : 생각 할수록 열 받네. (하다가, 강모를 보고) 야, 넌 아까부터 내 말 안 듣고, 부처님처럼 뭔 생각을 그렇게 해?
강모 : 조민우를 돕는 놈이, 내가 만났던 놈이라면... 막을 방법이 있어.
시덕 : 뭐?
씬21. 동, 회장실
(강모가 와 있다. 황태섭과 주영국이 있고...)
태섭 : 그래, 나한테 할 말이 뭐야?
강모 : 이번에 조민우 실장한테 대륙건설 입찰 기획서를 넘겨준 사람, 분명 중앙정보부 요원일 겁니다.
태섭 : 그렇겠지... 조민우가 지 아버지 힘을 안 쓸 순 없었을 테니까..
강모 : 그자가 누군지 확인해 주십시오.
영국 : 너, 아직도 조실장을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거냐?
강모 : 지금껏 회장님을 모셔오는 동안 저, 단 한 번도 회장님께 실망시켜 드린 적 없습니다.
태섭 : ... (본다)
강모 : 이번 입찰에, 분명 모종의 음모가 있습니다. 조민우를 도운 자가 누군지 알아봐 주십시오.
태섭 : 마침 오늘 조국장하고 술자리가 있어. 내가 한번 알아보지.
강모 : 저도 그 자리에 따라 가겠습니다.
씬22. 요정집 전경 (밤)
(홍등이 걸려 있고..)
씬23. 요정 집 방안
(조필연과 성모, 재춘이 술을 마시고 있다.)
필연 : (성모에게 술을 따라주며) 앞으로도 민우를 도와 줄 일이 많을 거다.
성모 : ...
재춘 : 이 자리에 민우도 부를 걸 그랬습니다.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황태섭과 강모가 들어온다. 태섭을 보는 성모의 눈초리가 매섭다)
태섭 : 저희가 좀 늦었습니다.
필연 : 술대접을 하겠다는 사람이 기다리게 하는 건 또 뭐요?
태섭 : (앉으며) 죄송합니다.
필연 : (강모에게) 자네도 같이 왔구만?
태섭 : 요즘 회사일로 고생이 많아서 격려차 데려왔습니다. 합석해도 괜찮겠죠?
필연 : 물론이죠. (강모에게) 앉게.
강모 : 고맙습니다. (앉는다, 날카롭게 성모를 보는데)
성모 : ... (강모를 본다)
태섭 : 맘껏 드십시오. 오늘은 제가 아주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필연 : (미소) 고맙소... 자, 받으시오, 황회장... (술을 따라준다)
태섭 : (받으며) 근데.. 이번에 조민우 실장을 도와주신 분이 대체 누굽니까?
성모 : ...! (본다)
필연 : 그건 왜 물으시오?
태섭 : 큰일을 도와 주셨는데, 특별히 사례라도 해드려야지요.
필연 : 뭘 해주실 건데요?
태섭 : 원하는 대로 다 해준들 뭐가 아깝겠습니까?
필연 : (성모를 본다)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원하는 걸 말씀 드려.
강모 : ..!! (성모를 본다)
태섭 : 이분이셨습니까?
성모 : 사례는 필요 없습니다.
태섭 : 아닙니다. 말씀해 보세요.
성모 : 지하철 공사 따내면, 우리 국장님이나 잘 모셔 주십시오.
필연 : (흡족하게) 이 친구가 이런 사람입니다. (잔을 들고) 자, 여기 있는 사람들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서 건배 한번 합시다.
(모두들 잔을 든다. 성모를 노려보는 강모의 눈빛...!!)
씬24. 요정 밖 마당
(성모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강모가 그 앞을 막아선다. 두 사람, 잠시 시선 맞추고...)
강모 : 대륙건설 입찰 기획서를 어떻게 입수 하신 겁니까?
성모 : ...! (본다) 나한테 묻는 저의가 뭐야?
강모 : 물을 만하니까 묻는 겁니다.
성모 : 정보부 요원한테 정보를 캐내려 하다니.. 자네 당돌하군.
강모 : ..
성모 : 어른들 모시고 왔으면, 조용히 술이나 먹다 가. (가려는데)
강모 : 내 머리에 총을 겨눈 사람, 당신이지?
성모 : ..!! (본다)
강모 : 얼굴 보면 죽는다고 했던 그 목소리... 나, 똑똑히 기억해.
성모 : (굳어지고) 듣고 있자니, 아주 거북하군.
강모 : 머리에 상처가 있을 텐데...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성모 : ... (본다)
- 인서트
(서류봉투를 꺼내서 살펴보는 성모... 이때, 성모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곤봉... 성모, 억, 하며 쓰러지는데...)
- 다시, 현실
성모 : (노려본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오늘은 그냥 넘어가 주지.
강모 : 우리 회장님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겁니까?
성모 : ..!! (본다)
강모 :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대륙건설을 도와...
(성모, 주먹으로 강모를 후려친다. 강모, 고개 젖혀지는데..)
성모 : (싸늘하게) 조심해라.. 아무리 황회장 사람이라고 해도 더 이상의 실수는 용서 못하니까.
(성모, 표정 싸늘하게 간다. 터진 입가를 쓱 훔치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는 강모...)
씬25. 황태섭 집 마당 (그 밤)
(강모와 태섭이 들어선다)
태섭 : 이성모라는 그 친구, 조국장의 신임이 대단하더라.
강모 : ..? 그 자 이름이 이성몹니까?
태섭 :..? (돌아본다) 그렇다더군. 근데 왜?
강모 :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하고 이름이 똑같아서...
태섭 : 이때까지 조국장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게 한두 번이 아니야. 괜한 사람 의심하지 마라.
심복 중에 심복인데, 홍기표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 (들어간다)
강모 : 편히 주무십시오. (인사하고, 잠시 생각...) 이성모?
씬26. 중정, 성모 방 (낮)
(성모, 찬성에게 강모의 사진을 준다. 강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성모 : 만보건설 용역반장이란 놈이야. 이 자에 대해서 자세히 좀 알아 봐.
찬성 : 알겠습니다.
(찬성, 사진 들고 나가면... 성모,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27. 호텔 커피숍
(강모가 혼자 앉아 있다. 이때, 정연이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다가 강모를 보고는 다가온다. 자리에 앉고..)
정연 : 무슨 일이야?
강모 : 조민우는요?
정연 : 지금 일들 하느라 정신없어. 나두 얼른 들어가 봐야 돼.
강모 : 입찰 서류,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걸려요?
정연 : ... (뭔 얘긴지 알고)
강모 : 지금 저대로 입찰에 제출하면 위험할 수 있어요.
정연 : 조실장한테 얘기 다 들었어. 너, 이번 일.. 너무 과민 한 거 아니니?
강모 : 아가씨도 저 못 믿어요?
정연 : 못 믿는 게 아니라, 너도 실수 할 수 있잖아.
강모 : (답답하다) 내가 직접 그 놈 만났다니까요. 조민우를 돕는 그 작자, 홍기표 쪽 사람이라구요.
정연 : 내일 모레가 입찰이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제 와서 뭘 어쩌려구?
강모 : (버럭) 그렇다고, 병신처럼 앉아서 당하잔 말이에요?
정연 : ...! (놀라서 본다)
강모 : (흥분 가라앉히며, 내심 미안) 실수는... 조민우가 할 수도 있어요. 그것 때문에 회사를 위태롭게 할 순 없잖아요.
정연 : 니가 나한테 이렇게 까지 화내는 거 첨 봐...
강모 : 미안해요. 아가씨까지 조민우 말만 믿으니까 하두 답답해서..
정연 : 나쁘지 않았어.
강모 : ...? (보면)
정연 : 잠깐이지만, 너 남자다웠다구... 내가 조실장한테 확인해 볼게. 됐지?
(정연, 일어서서 간다. 강모, 물끄러미 보는데...)
씬28. 동, 호텔 거실
(민우와 문성중, 직원들과 계산기와 주판을 들고 서류 작업이 한창이다. 정연이 들어오는데..)
민우 : 바쁜데 지금 어딜 갔다 와요? (서류 주며) 이거 빨리 감수 하세요.
정연 : 저, 잠깐 드릴 말씀 있는데...
민우 : (본다, 인상 쓰며) 바쁘다는 소리, 못 들었어요?
씬29. 동 방 안
(정연이 먼저 들어오고... 민우가 따라 들어온다)
정연 : 만약 강모 말이 맞으면 어떡할 거예요?
민우 : (굳어진다) 지금 이강모 만나고 왔어요?
정연 : 저, 강모 잘 알아요. 근거도 없이 헛소리나 하고 다닐...
민우 : 지금 제 정신입니까?
정연 : ..
민우 : 이럴 시간 있으면 주판알 하나라도 더 튕기세요. 십 원 한 장이라도 틀리면 입찰 취솝니다, 아세요?
정연 : 그래도 혹시 실장님이 실수하는 건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민우 : 결국 나보다 이강모를 더 믿는다는 겁니까?
정연 : ..
민우 : 그럼 이강모한테 가세요. 날 못 믿는 부하직원 필요 없으니까...
(민우, 밖으로 나간다. 정연, 한숨 내쉬고...)
씬30. 중정, 성모 방
(찬성이 와 있다. 성모 앞에 강모 사진이 놓여 있고...)
찬성 : 고아출신이고, 어릴 적부터 황태섭 회장이 데려다 키웠답니다.
성모 : ... (사진을 보고 있고) 이름이 뭐야?
찬성 : 이강모랍니다.
성모 : ..! 이강모?
찬성 : 선배님이 찾고 있는 동생하고 이름이 같아서 알아봤는데, 출신지가 부산이 아니라 종로예요.
성모 : ... (아니구나)
찬성 : 황회장을 친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나 봅니다.
수단도 좋아서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성모 : ...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성모, 수화기 들고..)
성모 : 네... (놀라서) 이강모를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구요?
씬31. 다방 안
(성모와 찬성이 있다. ‘00방직’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작업복 차림의 공장장이 앉아 있고...
공장장, 어린 시절의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공장장 : 사진을 봐서는 잘 모르겠고... 이강모가 우리 공장에 있었던 건 맞습니다.
성모 : (마음 급하게) 틀림없이 부산 출신입니까?
공장장 : 부산 출신이고, 나이도 얼추 비슷할 거예요.
성모 :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아니면 연락처라도...
공장장 : 실례하지만, 강모하고는 어떤 관계신지..?
성모 : 어릴 때 잃어버린 제 친동생입니다.
공장장 : (표정 무거워지고) 그러시군요... 강모 그 친구, 죽었습니다.
성모 : ..!! (놀란다) 주, 죽다니요?
공장장 : 제 작년에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성모 : .. (멍해진다)
찬성 : ... (놀라서) 선배님?
성모 : 무덤은..? 무덤은 어디 있습니까?
공장장 : 가족을 못 찾아서... 화장해서 한강에 뿌렸습니다.
성모 : 유품이라도 남아 있는 게 있을 거 아닙니까?
공장장 : 미안합니다.
성모 : ... (놀란 채)
씬32. 용역반사무실
(시덕이 급히 들어선다)
강모 : (돌아보며) 알아봤어?
시덕 : 말두 마라... 친구 놈이 중앙정보부 경비실에 있으니까 다행이지 아예 발도 못 붙일 뻔 했다.
강모 : 이성모라는 자, 고향이 어디야?
시덕 : 고향은 모르겠고, 미팔군 출신이래.
강모 : 미팔군?
시덕 : 어, 거기서 조필연 국장을 만났다더라. 그 이전 기록이 없는 거 보니까 미국에서 온 거 같아.
그게 뭐냐, 지아인가? 우리나라 사람인데 미군 신분으로 오는 애들 있잖아.
강모 : ... (시무룩)
시덕 : (살피며) 야, 이름 똑같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냐? 형보다도 니 동생을 찾는 게 빠를 것 같다.
강모 : ... (무겁게)
씬33. 삼일빌딩 앞
(미주가 다가오는데 빌딩 앞에 떡장사 할머니가 앉아 있다. 미주, 냉큼 달려가서..)
미주 : 할머니..! 떡 많이 파셨어요?
할머니 : 난 또 누구라구... 오늘도 오빠들 만나러 왔어.
미주 : 아뇨, 요 근처에 심부름 왔어요. 떡 쪼금만 싸주세요.
할머니 : (봉지에 떡을 담으며) 어쩐 일로 요즘은 안보이나 했어.
미주 : 매달 마지막 날에만 나와요. 오빠들하고 그때 만나기로 했거든요.
할머니 : (뭔가 생각 난 듯) 가만있어 봐... 그러고 보니까 한 달에 한 번씩 요 앞에서 누굴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미주 : ..! (놀란다) 진짜예요, 할머니?
할머니 : 내가 여기서 떡 장사 한 지가 일 년 정도 됐는데 매달 빠지지 않고 꼭 나왔었어. 안보인지 한 두 세 달 됐나?
씬34. 동, 삼일빌딩 (회상, 밤)
(강모가 계단에 앉아 있다. 연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며...
할머니가 떡 함지를 지고 다가온다. 강모 앞에 내려놓으며...)
할머니 : 또 왔수?
강모 : (미소) 예...
할머니 : 저녁은 자셨수?
강모 : 떡 좀 먹을게요. (집어먹는다)
할머니 : 대체 누굴 기다리는데 밥까지 굶어가면서...
강모 : (씁쓸하게 미소) 저보다 그 애가 더 많이 배고팠을 거예요.
할머니 : 처자식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찾는 사람이 동생이유?
강모 : ... (괜히 목이 메여오고) 얼마에요?
할머니 : 늙은 게 주책이지... 내가 괜한 걸 물어 봐서...
- 시간경과
(통행금지 시간이 가까워 인적이 완전히 끊긴 삼일 빌딩 앞이다.
강모, 불 꺼진 빌딩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쓸쓸하게 그곳을 떠난다)
할머니 : (E) 하루 죙일 기다리다가 통행금지가 가까워서야 돌아가나 보더라구...
씬35. 삼일빌딩 앞 (현재)
미주 : (눈물 고인 채) 다른 건요?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그런 건 안 물어 보셨어요?
할머니 : 워낙 말이 없어놔서... 근데, 색시가 찾는 사람이 맞아?
미주 : ... (눈물이 주루룩)
할머니 : 어이구, 이를 어째? 서로 엇갈렸구만...
(손바닥으로 눈물을 쓱 닦아 주며) 너무 속상해 하지 마. 만날 사람들은 다 만나게 돼 있어.
미주 : ...
할머니 : (함지박 들고 일어선다) 어휴, 세상에 사연 많은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가고 나면)
미주 : (울먹) 성모오빠.. 강모오빠... 미주, 여기 왔어..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씬36. 한강변
(갈대밭 무성한 강변에 성모가 혼자 앉아서 강 쪽을 바라보고 있다)
성모 : (눈물이 그렁한 채) 미안하다... 니들을 내가 지켰어야 했는데... (소리 지른다) 강모야...! 형이다..! 형 왔다구, 임마..!!
강모야.. 이강모..!!
씬37. 용역반 사무실 안 (밤)
(불도 켜지 않은 빈 사무실...
강모, 책상 위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서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씬38. 호텔 거실 (그 밤)
(일에 지쳐서 여기저기 흩어져 엎드려 자고 있는 성중과 직원들.. 정연, 탁자 위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데...
이때, 민우가 입찰기획서를 들고 방에서 나오며...)
민우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좌중 : ... (부스스하게 잠에서 깬다)
민우 : 우리 만보건설 최종단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금액 맞췄습니다.
정연 : (본다)...
민우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대륙건설 쪽에서 우리 입찰 최종 단가를 알아내려고 혈안입니다.
입찰이 끝날 때까지 첫째도 보안, 둘째도 보안입니다.
좌중 : (죽겠다는 표정)...
씬39. 황태섭 집, 전경 (아침)
정식 : (E, 아파서) 아얏..!
씬40. 동, 거실 안
(정식의 귀를 잡아 비틀며 끌고 나오는 남숙...)
남숙 : 너, 빨리 말해. 그 돈 어떡했어?
정식 : 아, 아퍼.. 놓구 좀 말해.
남숙 : 입찰가 알아낸다고 가져갔던 삼백만원... 그거 어쨌냐구.
정식 : 기다려 봐. 연락 오겠지, 뭐.
남숙 : 오늘이 입찰하는 날인데 어느 천 년에?
정식 : 오, 오늘이야?
남숙 : 어이구, 속 터져 증말...
태섭 : (E)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
(말쑥한 양복 차림의 태섭이 나온다. 정식, 얼른 다가가서 어깨를 털어주며..)
정식 : 오늘 결정 나는 거죠? 꼭 이기세요, 아버지.
태섭 : ... (잠시 보다가) 넌 요즘 뭐하고 돌아다니냐?
정식 : 돌아다니긴요? 요즘 하루 종일 집에서 책 보는데... 그치 엄마?
남숙 : 어? 어, 좀 쉬엄쉬엄 봐라. 눈 더 나빠지겠다.
태섭 : 이번에 지하철 공사 따내면, 회사로 들어 와.
정식 : (놀라며) 예?
남숙 : 정말요? 너, 이제야 백수 신세 면하나부다, 얘.
정식 : 고맙습니다, 아버지.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태섭 : (밖으로 나간다)
남숙 : 다녀오세요, 여보... (나가는 거 확인하고) 니 아부지가 어쩐 일이래?
정식 : 엄마, 나 이번엔 절대 공사현장 안 나가.
남숙 : 그럼 어디? 어디로 보내달라고 할까?
정식 : 기획실은 정연이가 있어서 싫고... 아무튼 끝빨 센 데 있잖아.
남숙 : 알았어, 내가 문 과장하고 상의해서, 회사에서 제일 좋은 자리 알아볼게.
정식 : 내가 회사만 들어가 봐. 정연이구 민우구, 다 죽었어.
남숙 : (볼 꼬집으며) 어이구, 내 이쁜 새끼...
씬41. 시청 회의실 안
(정면에 ‘지하철 공사 입찰장’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황태섭과 홍기표, 천, 백, 조, 박회장들과 주영국, 조민우, 김실장, 정식이 만난 적 있던 비서실 남자직원들이 모여 있다.
이때, 한명석이 들어선다)
명석 : 제출하신 입찰기획서 검토는 다 끝났습니다. 앞으로 삼십분 후인, 12시 정각에 발표하겠습니다.
(황태섭과 홍기표가 서로 노려보며 눈싸움을 한다. 민우, 자신만만하게...)
씬42. 동, 건물 밖 일각
(강모와 박소태가 은밀히 만나고 있다)
소태 : 내가 입찰가를 알아냈으면 벌써 너한테 얘기했지... 쓸데없이 삼국 통일 얘기만 하더라구...
강모 : ..? 삼국통일?
소태 : 우리 회장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야, 근데, 삼국통일이 아니라 남북통일 아니냐? 배운 사람들이 무식하게...
강모 : ..! 분명 삼국 통일이라고 했어?
소태 : 어...
강모 : (생각) 삼국 통일.. (놀란다) 육백 칠십 육년..! (급히 뛰어가는데)
소태 : 야, 넌 또 왜 그래? 너두 그렇게 좋냐? 삼국 통일 돼서?
씬43. 동, 건물 앞
(정연과 문성중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민우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정연 : 아직 안 늦었죠?
민우 : 곧 발표예요. 어서 들어갑시다.
강모 : 잠깐만요..! (급히 다가온다)
민우 : ... (보는데)
강모 : 육백 칠십 육억원...!
민우 : ..!! (놀란다)
강모 : 맞아? 우리 입찰가, 육백 칠십 육억원, 맞냐구..!
정연 : 우리만 아는 입찰가를 니가 어떻게...?
민우 : ..! (강모 멱살을 잡는다) 너 지금 뭐야? 그거 어떻게 알았어.!!
강모 : ... (맞구나, 인상 구기는데)
민우 : 어서 말해, 임마..!!
강모 :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저 놈들한테 들었다... 이제 알겠냐, 조민우?
(민우, 급하게 뛰어 들어간다. 정연과 성중도 급히 들어가고.. 강모, 보는데...)
씬44. 회의실 안
(한명석이 앞에 나와 있다. 뒷문으로 급히 들어서는 민우와 정연, 성중들...)
명석 :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지하철공사 최종 입찰은...
(좌중을 보다가) 육백 칠십 오억 오천만원을 적은 대륙건설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황태섭이 놀라며 벌떡 일어선다. 민우와 정연들이 놀라는데...!! 건대협 회장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축하해준다.
정연, 놀라서 민우를 보는데.. 민우, 놀라서 넋이 나간 듯... 홍기표가 황태섭에게 다가와서...)
기표 : 그 동안 애쓰셨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태섭 : ... (넋이 나간 듯)
기표 : 서울의 지하철.. 제가 멋지게 뚫어 보이죠.
(태섭, 털썩 주저앉는다. 기표, 가려다가... 그 위로 성모 목소리)
성모 : (E) 입찰장에서 반드시 황회장 아들한테 고맙단 말을 하세요.
기표 : .. (잠시 생각하고는) 참, 아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태섭 : ... (보면)
기표 : 전해만 주면 아드님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간다)
태섭 : 뭔 개소릴... (하다가) 조실장.!! 조민우, 이 자식 어디 갔어?
씬45. 동, 복도
(민우가 눈에 불을 켜고 간다. 강모와 마주치고... 이내 외면하듯이 가는 민우.. 강모, 보는데...)
씬46. 중정, 사무실 안
(성모가 자리를 정리하고 막 나가려는데 문이 확 열리며 조필연과 고재춘이 서슬 퍼런 모습으로 들어선다)
성모 : (침울하게) 소식 들었습니다. 이번 입찰이 대륙건설로...
(필연, 성모의 멱살을 잡더니 캐비넷에 쾅, 소리 나게 몰아붙인다)
필연 : 책상 뒤져..!!
재춘 : 예, 국장님..!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성모 : 왜 이러십니까?
필연 : 몰라서 물어? (목을 힘껏 조르며) 니가 준 기획서, 가짜야..!
성모 : .. (괴로운 듯)
필연 : (죽일 듯이) 말해 봐.. 너, 그거 어떻게 구했어? 누구랑 짠 거야..!!
재춘 : (서랍을 뒤지다가) 국장님...!!
(재춘이 사진 한 장을 들고 다가온다. 정식과 대륙건설 비서실 직원과의 접선을 찍은 그 사진이다)
필연 : (손 놓고) 이 사진은 뭐야? (살피듯 보며) 이거, 황태섭이 아들 아냐?
성모 : (목이 아픈 듯) 같이 있는 자는 대륙건설 비서실 직원입니다.
필연 : 뭐?
성모 : 만약 정보가 샜다면... 황회장 아들이 범인입니다.
(필연,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고재춘이 따라 나가고...
성모, 그쪽을 노려보며 목이 아픈 듯 쓱 만져보는데..)
씬47. 만보건설 회장실
(명패를 쓸어버리는 태섭... 주영국과 정연, 강모가 있고...)
태섭 : 조민우 데려 와..!! 그 자식 어디로 도망간 거야..!!
영국 : 그만, 진정하십시오.
태섭 : 회사가 다 망할 판에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이때,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선다)
태섭 : (노려본다) 공들여 쌓은 탑은 한 번에 무너뜨리다니.. 참 유능한 아들을 두셨더군요.
필연 : 내가 할 소리요. (사진을 내민다) 자, 이 사진 똑똑히 보시오.
태섭 : ...? 뭐야, 이게? (본다)
필연 : 대륙건설에 정보를 팔아먹은 게, 당신 아들이야..!
태섭 : ..!! (놀란다)
좌중 : ..!! (놀라는데)
태섭 : ... (생각하는 그 위로)
기표 : (E) 참, 아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전해만 주면 아드님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태섭 : 이런, 이 쳐 죽일 놈..!! (전화통을 집어 던진다)
씬48. 황태섭 집 거실
(정식이 남숙의 무릎을 베고 소파에 누워서 오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남숙, 정식의 얼굴에 오이를 붙여주며)
남숙 : (주방 쪽에다가) 오이 좀 더 썰어 오라니깐..!
(복자가 오이를 썬 접시를 가져다 놓으며 꼴 같지 않다는 듯이 흘겨보며)
복자 : 요즘 오이 값이 얼마나 비싼데..
남숙 : 우리 아들, 내일부터 출근해야 되는데, 그깟 오이 값이 문제야?
정식 : 엄마, 나 회사 출근 하려면 양복 맞춰야 되잖아?
남숙 : 양복? 맞춰야지 그럼.. 내일 명동 나가서 한, 열 벌 한꺼번에 맞추자.
태섭 : (E) 정식이..! 정식이 어딨어?
정식 : (환해져서) 아버지 오셨나보네? (벌떡 일어난다)
남숙 : 오이 떨어져, 그냥 누워있어.
(태섭이 뛰어 들어온다. 염재수가 급히 따라 들어와 말리며...)
재수 : 회, 회장님..!
남숙 : 오셨어요, 여보? 당신 오면 파티 하려고 와인 준비해 놨는데...
태섭 : .. (눈에 불을 켜고 정식을 본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정식 : (오이 몇 개 붙인 채) 왜요, 아버지? 제가 무슨 짓을 했다구요?
태섭 : 너, 대륙건설 직원 만났어, 안 만났어?
정식 : .. (들켰구나, 한숨) 아부지.. 그건 제가 잘못했는데...
태섭 : ..!! 이런 개망나니 같은 놈..!
(태섭, 한쪽 구석에 있는 골프백에서 골프채를 꺼내들고 오는데..)
태섭 :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남숙 : 저, 정식이 아부지? 왜 그래요? 미쳤어요?
복자 : 회, 회장님?
정식 : 아니, 아버지.. 그깟 돈 삼백만원...
(태섭이 골프채를 휘두른다. 한쪽에 있던 도자기가 와장창 박살이 나는데..
남숙과 복자, 비명을 지른다..! 정식, 놀라서 얼른 남숙 뒤에 숨고...)
태섭 : 너, 일루 안 나와..?
정식 : 왜 그래요, 아부지.. 엄마, 아부지좀 말려 줘...
남숙 : 여, 여보, 진정해.. 얘,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외아들이야.
재수 : 고정하세요, 회장님...
(태섭, 골프채를 휘두른다. 와장창 깨지는 세간 살이... 정식, 남숙 꽁무니에 붙어서 피하는데...)
남숙 : 니 아부지 눈 돌아갔어, 얼른 피해, 얼른...!
정식 : 아이 씨, 증말..!! (밖으로 도망친다)
태섭 : 너, 이 자식, 일루 안와..!! (뛰어가려는데)
남숙 :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며) 잘못했어, 정식 아부지.. 차라리 날 때려, 응?
뭔 일 인진 모르지만.. 우리 정식이 좀 살려줘, 여보..
(태섭, 골프채를 바닥에 집어던진다. 씩씩대며 소파에 철썩 주저앉는데...)
태섭 : 자식 놈이 웬수지... 저런 걸 아들 놈이라구... 아이구, 머리야..
씬49. 동, 밖 마당
(강모와 정연이가 있는데 정식이 슬리퍼 차림으로 허겁지겁 뛰쳐나온다. 강모가 정식을 잡는다)
정식 : (겁에 질려서, 현관 쪽을 보며) 놔, 임마..! 이거 안 놔?
강모 : 도련님이 그런 거 아니죠?
정식 : 내가 뭘 어쨌다구..!! (뿌리치고, 도망치려다가) 너, 울 엄마한테 얘기해서 돈 좀 가지고 나와, 알았지? (도망친다)
강모 : ... (정식 쪽을 보는데)
정연 : (한숨) 모르겠다...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건지...
강모 : 그거, 도련님이 한 짓 아니에요. 우리 쪽 입찰가를 알 리 없잖아요.
정연 : ..! 그럼 니 말대로...?
강모 : 조민우도 그 중정 요원이란 놈한테 이용당했을 거예요.
정연 : (속상하다) 민우가 이번일,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역적이 됐으니... 얼마나 속상할거야?
강모 : ... (정연을 본다)
씬50. 호텔, 바 안
(민우가 바에 앉아 혼자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잔뜩 취한 상태...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
이때, 아까부터 민우를 주시하던 과감한 옷차림의 여자가 다가온다)
여자 : 옆에 좀 앉아도 될까요?
민우 : .. (취해서, 흐릿한 시선으로 본다)
여자 : (앉는다) 아까부터 봤는데.. 일행이 없나 봐요?
민우 : ... (잔을 들어 홀짝 마신다)
여자 : (술을 따라주며) 같이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해 보였어요. 제가 고맙죠?
민우 :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
(여자, 낯빛이 바뀌며 도망치듯 간다. 민우, 양주를 병째 들이키는데..)
씬51. 조필연 집, 거실
(민우가 양명자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거리며 들어선다. 실내복 차림의 조필연이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고...
민우, 조필연을 보는데....)
명자 : (필연의 눈치를 보며, 민우에게) 많이 취했어. 얼른 들어가서 자. (부축하고 들어가려는데)
필연 : 잠깐 이리 와서 앉아라.
(명자, 걱정스럽게 보는데.. 민우, 다가와 앉는다. 필연, 민우를 노려보는데..)
민우 : 죄송합니다, 아버지...
(동시에 조필연이 민우의 뺨을 후려친다)
명자 : (놀라서) 여보..!
필연 : 실패한 자식은 용서해도, 고개 떨구는 놈은 용서 못해.
민우 : 면목 없습니...
필연 : (뺨을 후려친다) 그런 거 말고..!! 걱정 마십시오..! 다시 해낼 수 있습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딴 걸 말하란 말야..!!
명자 : 여보...
민우 : (눈물 고인 채, 그러나 독기어린 눈빛) 누구를 위해서요?
필연 : 뭐?
민우 : (버럭) 내가 누구를 위해서 그래야 하냐구요..!!
명자 : (놀라서) 민우야, 너 왜 그래, 아버지한테?
민우 : 아버지 아들로 사는 거 지칩니다. 능력이 안 된다구요..!!
명자 : 민우야..!
필연 : 니가 진짜 죽을 정도로 지쳤다면.. 내 앞에서 이렇게 못 대든다.
민우 : ..!
필연 : 내일부터 다시 뛰어. 뛰다, 뛰다 정말 지치면.. 그때 내 앞에 와서 죽어라. 그건 용서 할 수 있다.
명자 : 여보..?
민우 : (독기어린) 예, 그러죠...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우,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들어간다)
명자 : 당신 정말 너무해요. 어떻게 아들한데 이럴 수 있어요?
필연 : 아들이니까.. 내께 아니다 싶은 놈한텐, 이럴 이유도 없어.
씬52. 조필연 집 전경 (아침)
씬53. 동, 거실
(출근복 차림의 민우와 조필연이 마주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다. 두 사람, 말없이... 무거운 침묵...
이때, 양명자가 고재춘과 함께 온다)
명자 : 여보, 재춘군 왔어요.
필연 : 어서 와. 아침은?
재춘 : 먹었습니다.
(재춘, 손에 든 서류봉투를 내밀면 조필연이 받아서 민우 앞에 밀어 넣는다. 민우, 영문을 묻듯이 보면...)
필연 : 열어 봐라.
(민우, 서류를 열어보면 두툼한 보고서와 함께 사진들이 나온다.
박소태와 수하들이 각목을 들고 싸우는 모습들... 소태가 강압적으로 상인들에게 토지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 모습,
그 박소태가 차 문을 열어주는데 홍기표가 나오는 모습...
홍기표와 민홍기가 달동네쯤 언덕에서 재개발 될 지역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모습, 악수하는 모습 등등...
민우, 놀라는 표정으로 사진들을 보고는 보고서를 펼쳐보는데..)
필연 : 만일을 대비해서, 대륙건설 뒷조사를 해 놨다.
민우 : ..! (놀라서 필연을 본다)
필연 : 너 야구 좋아하지? 역전의 묘미는 9회 말 투아웃에 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해.
(조필연이 태연하게 밥을 먹는다. 민우, 놀라서 다시 보고서를 펼쳐드는데..)
씬54. 삼일빌딩 앞
(계단에 떡장수 할머니가 앉아 있다. 빌딩 안에서 강모와 시덕이 뭔가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어 나오는데...
떡장수 할머니가 강모를 보더니..)
할머니 : 이봐요, 총각..!
강모 : 저요? (다가가고)
할머니 : 혹시.. 전에 찾는다는 사람... 동생 맞지? 찾았어?
강모 : 아뇨, 아직... 근데, 왜요?
할머니 : 매달 마지막 날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는 게 맞아?
강모 : ..!! (놀란다)
할머니 : 맞구만... 그 아가씨가 맞아.
강모 : 제 동생이... 여기 왔었어요?
할머니 : 그럼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데.
강모 :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할머니 : 이럴 줄 알았으면 연락처라도 알아 둘 걸.
강모 : (놀란다, 혼잣말) 미주야... (멀리 보며) 미주야..!
(엔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