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직자의 비애 ♣
뭔가 해야하는데
내게 주어진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하루 정해진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시계 바늘만 돌아가는 음침한 동굴에 갇혀 있을 뿐이다.
밝은 대낮에 거리를 걸어도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
공원 벤치에 누워보지만 덧없이 내리 쬐는 햇볕마저 부끄럽다.
"따르릉...."
전화기 벨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란다.
"여보세요…."
마지못해 힘없이 목구멍으로 뱉어내는 소리가 두렵다.
익숙하지 않는 하루...
나는 실직자,
내 소리마저 내 귀로 전달하는 것이 겁이 난다.
나는 중년의 실직자.
벼룩시장, 교차로….
길거리 생활정보지 주위 시선을 피해 한 움큼 손에 쥔다.
'구인 정보'
어디 갈 곳이 없나….
방구석에 틀여박혀 여기저기 뒤적거려도 해당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배달원도 안된단다,
그 흔해빠진 비정규직 일용직 그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경비라도 알아보니 너무 젊다고 사절한다.
대처 나이 마흔 고개에 자식들은 커가고 들어갈 돈은 많은데 어찌 해야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아침에 배웅을 받으며 늠름하게 현관문을 나설 때가 그립다.
지난날 이구동성 불만을 곱씹을때가 그래도 좋았다.
실직...생소함...
아직 시작인데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는 날인데
몇 년의 세월처럼 스스로 너무 많이 늙어 버렸다.
중년의 슬픔은 긴 마대자루
어깨에 메고 낑낑 고갯마루 넘는데
지친 몸뚱어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어디를 가야 하나
나이가 걸리고 건강이 걸리고
미천한 경력에 아무런 쓸모없는 나는 무엇인가?
땅강아지….
땅강아지…. 숨고싶은 땅강아지...
2006년 3월 1일
권기홍
P.S
요즘도 가끔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무슨 꿈인지….
실직의 아픔을 안고 떠난 동료가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입장에서 글을 써 보았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차마 악몽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으면 장난하며
어린아이처럼 짓궂게 살아가는 허물없이 지낸 동료가 있었다.
아침에 인사와 더불어 20 여년을 넘게
그렇게 낮으면 낮은 대로 부끄러움 없이 있는 그대로 내 보이면 살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회오리 같은 구조조정에 많은 친구와 동료를 잃었다.
점심을 같이하자고
오늘 퇴직금과 위로금을 정산하는 날인데
점심때 모여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내야했던 마음이 아쉬움….
사람들이 모여 술 한잔하자고….
단체로 모인 송별식 자리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중에 불과 서너 명….
그것밖에 오지 않았다.
남은 자에 대한 어쩌면 미움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다시 뒤돌아보기 싫은 현실의 모습일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나락한 자신을 보여주기 싫을지도 모른다.
떠난 자와 남은 자,
그 긴 강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각자에게 놓여진 길을 걸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더 시간이 흐르면 서로 머나먼 길에서
언뜻 내보여도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었으면 한다.
아니….
더 좋은 결과 되기를….
남은자가 오히려 부끄럽고 시샘하는 마음이 들기를….
성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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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2006년...
회사의 구조조정이 있었던 바로 15일이 지난 이후로 쓰 글이었습니다.
이곳에 찾아와 여러 글을 읽고
그때 제가 쓴 글이 있어 이렇게 올려 보았습니다.
혹여 지난 상처를 들어내는 것 같아 망설임이 있었지만
지난날 그때를 회상하는 계기가 되어서 이렇게 올려 보았습니다.)
첫댓글 인생살이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네요~~~
읽으면서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마흔이 넘으면서 실직에 대해 생각할때가 있거든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엔 깜짝 놀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품바님인줄 알고
항상 같이 동행하면 좋을텐데..
남의일이 아닌것 처럼 느껴짐니다.. 같이 더불어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정규직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의 1순위 (職業) 불평불만 하지말고 맡은바 직분의 忠實하고 최선을 다하는 실천하고 행동하는 예스맨이 최고지요.
글속에 어느 일부분, 님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려 하고 있네요
아내와 함께 해야죠 함께 하지 않으면 아내 또한 같은 고통을 느끼리라 생각되네요
횟님들께서는 남편의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가 항상 옆에 있다는걸 알아 주세요
신마클 화. 이. 링~~~~
마음이 마이! 마이! 아프네요
겨울 바람에 스친듯 차가워진 무거운 어깨를 안아 드리고 싶습니다 (글속 비애님 말여요 ㅠㅠ)
마음이 짠해지는 글이네요....... 일하고 싶을때까지 일할 수 있는 실직이 없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 퇴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명퇴 인원이 1000명이 넘었습니다.... 진행중인 아픔입니다. 공감합니다.
걱정은 또다른 걱정을 만들어요? 인생은 항상 내일을 준비해야합니다. 열심히 살면서 내 자신을 위해서 준비를 해야합니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인생 55세까정 계획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목표달성을 한 것 같네요?ㅎㅎㅎ 군대 생활 오래 한 것 만 빼고 모두 지금까정 목표 /임무 완수(?) 했다고 생각해요. 욕심부리지도 않고 남을 해치지도않고, 그냥 인생을 노력하면서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