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튼 카펜터版에 대한 私見
이제는 공지의 사실이 됐듯이 말러는 교향곡 10번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미망인 알마 말러-베르펠이 이 遺産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몇몇 개척자들이 나서 연주가 가능하도록 보필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음악학자 데릭 쿡이 알마의 승인하에 완성판을 내놓았고 이 악보는 현재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지휘자들에 의해 채택되 무대에 자주 올려지게 됐다. 쿡이 완성판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미국에 어느 별 볼일 없는 보험상담업자인 클린튼 카펜터라는 사람이 말러의 미완성 작품에 도전하고 있었다. 카펜터는 1983년에 가서야 자신의 악보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쿡版이 현재 공연계에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엔 분명하나 안쪽 악장들의 소리가 빈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펜터版은 텅 빈 관현악기법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새로 쓰기까지 할 정도로 풍성한 음악들을 나타내고 있다. 진먼의 음반을 들어 다른 지휘자들이 지휘한 쿡版과 비교한 결과 쿡版은 비록 부실한 관현악기법으로 인해 內部 소리들이 빈약한 단점이 있으나 전체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며 4악장에서는 표독스럽고 광기어린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특히 종악장에 플룻 쏠로가 나타내는 서정적인 선율(cantilena)과 끝부분에 현악군들이 내는 가슴을 뒤흔드는 악상들에 있어 매우 강한 호소력을 이끌어낸다.
반면에 카펜터版은 2악장에서 상당히 매력을 느낄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싸운드를 담아냈으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어떤 부분은 강한 창조적 상상력을 자극하게 할만큼 재치있는 음악적 표현도 들어있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다양한 관현악 기법을 나타내려 한 흔적이 역효과를 일으켜 曲 중반부분 이후부터는 原작곡자가 의도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음악을 만들어냈다라고 생각한다. 종악장 코다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 대신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처럼 한 편의 코메디를 연출하는 우스꽝스런 모양새로 종결지어 버렸다. 이런 결말은 마이클 케네디가 주장한 위대한 승리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하다. 생각컨데, 필자는 ¹카펜터版의 다양한 관현악기법과 쿡版의 자연스런 내용전개를 적절히 조화시켜 合筆시킬 수 있으면 꽤 완전한 版本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본다.
찐먼의 말러 교향곡 10번
전체적으로 찐먼의 말러 교향곡 전집은 공통적으로 완만한 템포를 설정해 뉴욕 스타일의 모던아트를 방불케 하는 모양새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하지만 감정의 극단을 느끼고자 하는 애청자들에게는 매우 심심하면서도 재미 없는 연주로 치부될 수도 있다. 이 음반에서도 먼젓번 음반들에서 보여줬던 것들을 그대로 반영했다. 따라서 중간악장의 다양한 관현악 기법들로 인한 풍성한 울림의 진폭을 그윽히 음미할 수 없을 것이다. 찐먼 특유의 병렬적 서술과 희화된 음악적 표현들은 말러 교향곡集을 통해 지엽적인 재미를 선사하기 충분했는데, 이번 녹음에서는 카펜터版 자체에서 드러난 음악적인 오류들의 영향으로 그러한 재미마저 반감되고 다소 엉뚱한 음악이 빚어졌다는 소회에 그치고 말았다.
1악장은 보필자가 타악기들을 추가해 다른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격랑의 소용돌이를 진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음반과 版本의 白眉는 2악장이다. 찐먼은 긴장감은 떨어지나 그만의 특유의 유권해석으로 음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3악장 이후부터는 악보에서의 음악적 오류로 전혀 엉뚱한 음악들을 빚어내 교향곡 10번에서 나타내고자 한 사랑과 이별의 감동을 만끽하기 어려웠다. 쿡版보다 더욱 더 내용을 꼬아놓은 부르가토리오와 표독스러움이 빠진 4악장은 선호하는 악보에 따라 애청자들의 기호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쿡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찐먼의 해석이 오히려 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으나 카펜터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악구간에 분리를 명확하게 선보인 찐먼의 해석에서 신선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특히 중반부에 울려퍼지는 금관악기들의 내지름은 헐리웃 영화음악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놀랍게도, 종악장에서의 큰북 타격은 폭넓은 영감을 이끌어냈다. 쿡版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음에 놀라는 청자들도 있을 것이나 카펜터版에서는 이 소리를 많이 죽여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착각하게끔 연출효과를 발휘했다. 피날레의 코다에서 타악기의 트레몰로는 오히려 감동을 떨어뜨리고 폭소를 일으킬만큼 엉뚱하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보다 위대한 승리의 변태적 쾌감을 만끽하고픈 이들에게는 이쪽이 더욱 시원스러울 수 있다. 카펜터版으로 연주한 음반은 리튼/댈러스響, 화버만/FH 등이 있었으나 다소 엉뚱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찐먼/톤할레의 음반(BMG)은 카펜터版 연주가 궁금한 이들에게는 큰 관심을 모으게끔 만든다.
첫댓글 아직도 카펜터판이니 쿡판이니 잘 구분가지는 않지만 이번 진먼의 10번을 듣고 난 후의 제 단순한 감상은 번잡하다 였습니다. 마지막 악장을 듣고 난 후에의 감동은 전혀 없이 그냥 의아하기만 했던 연주였습니다. 언제 시간나면 10번들만 집중감상해야겠습니다. 좋은 감상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