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 때문에 괴로울 때, 사실 그 괴로움은 그 사람으로 인한 것이라고 여기지만, 어느 정도는 나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남편이 독선적이어서 괴롭다거나, 아내가 청소와 음식을 잘 하지 못해서 괴롭다고 해 보자.
남편이 독선적이라서 괴롭다는 말의 이면에는 '나의 독선'이 함께 있다. 믿고 싶지는 않겠지만, 남편의 독선적인 면을 보고, 내 마음 안에는 남편을 독선적이라고 규정짓고, 나쁘다고 생각하고, 나는 옳다고 생각하며, 나는 피해자라고 여기는 강력한 나의 생각이 있다.
남편이 독선적이어서 나는 늘 피해를 보고, 힘들다는 생각, 남편이 틀렸다는 그 생각을 굳게 믿는다. 내 마음 안에 남편에 대한 편견이 독선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편은 대놓고 독선적이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 안에서 독선적이다.
남편이 나쁘다는 생각을 끝끝내 쥐고 있을 때, 그것이 독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것도 평생 그 생각을 붙잡고 산다니!
아내가 집안 청소도 못 하고, 음식도 못해서 괴롭다고 할 때, 그것은 곧 내가 집안 청소도 안 하고 음식도 안 하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아내 탓으로 돌리는 그 생각을 쥐고 있을 때 남편은 괴롭다. 그 생각을 붙잡고 있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게 된다면 어떨까?
왜 이런 일들로 평생을 괴로워해야 하는걸까?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에게.
나의 남편, 나의 아내는 사실 내가 생각으로 판단한 아내요 남편일 뿐이지, 있는 그대로의 남편과 아내가 아니다. 자기 생각으로 재해석한 남편과 아내를 내려놓으면, 진짜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순하다. 자기 생각을 믿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그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지혜다."
<법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