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10
[아내 없을 때]
우리 부부는 식성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이 늘 고민 가운데 하나가
되는데, 특히 나는 국물을 즐기고 아내는 국물을 즐기지 않으며, 나는 외식을 하는 편이
지만 아내는 외식을 즐기지 않는다. 심지어 찬에 조미료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고 판
단되면 수저를 놓고 마는 성격이다. 따라서 나는 아내와 외식을 하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회를 먹거나 삼겹살정도를 선택하기도 하고 통닭을 시키기도 하는데, 이것 외에는
여행 중이 아니면 마을 주변에서는.... 아! 시장의 4천원 자장면은(작년까지는 3,500원)
즐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나는 드러내어 국물을 요구하거나 찬 때문에 투정을 부리지는 않는다. 있는 것으
로 만족하는 편이기 때문인데, 다만 아쉽다는 생각을 할 뿐이고, 한번 씩 외출하는 경우에
순댓국이나 뼈다귀 탕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를 나름 즐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손녀가 태어난 후 그런 외식의 횟수
가 늘고 있어서 나름 은근한 즐김을 누리고 있는데,
특히 아내가 손녀를 돌보려고 아들네 가는 기회가 네게는 기회가 되어 주고, 또한 며느리가
몸이 아프다거나 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아들네 집에서 머물게 되면 나는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는데, 그 방식이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의 반찬가게에서 육개장을 사다
가 세 번으로 나누어 즐기는 방식과 다른 하나는 아파트 주변 먹자골목에 있는 마라탕 집에
서 마라탕을 사다가 세 번으로 나누어 먹는 방법이다.
육개장이나 마라탕, 여러 곳에서 먹어 보았지만 이 두 곳의 음식이 내 입에 잘 맞는다. 그러
니 아내가 집을 비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먹어보았
지만. 조치원에는 술친구도 없고 함께 식사를 할 상대도 없으니 늘 혼자 먹고 마시는데 그 가
격이 만 오천 원 선, 시장 육개장이나 마라탕의 가격이 만 육천 원이니 계산상 구입해서 집에
서 티브이나 책을 보면서 먹는 것이 가성비가 좋은 방법인 것이다. 아! 마라탕은 만 삼천 원
인데 나는 고기를 일인분 더 넣어 달라고 하기 때문에 만 육천 원이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조치원에서 즐기는 외식은 시장 먹자골목의 순댓국, 그리고 아파트 옆 24
시간 뼈다귀 탕, 그리고 포장 음식으로 시장 반찬가게의 육개장과 마라탕, 그 마라탕 식당은 중
국인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손님이 끊이지 않으며 특히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들이 많
이 찾는 식당이다. 한 번씩 그들이 술 마시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대충 40도
가 되는 중국술을 유리컵에 가득 부어 단숨에 마시는 모습이다.
하긴 나와 가까운 형님되는 작가님도 동포이신데 소주는 네 병 정도를 마시고도 흔들림이 없을
뿐아니라 그렇게 약한 술을 마시는 내가 오히려 측은하게 보인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나도 집에 중국술을 떨어드리지 않는다. 공부가주, 연채 고량주 외에도 마셔보지 않은 중국술을
하나씩 구입해서 반주로 한두 잔 마시곤 하는데, 역시 독하기는 독한 술이다.
오늘도 아내는 집에 없다. 덕분에 육개장으로 식사를 한다. 물론 술 한 잔 곁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내일은 마라탕을 포장할 것이다. 물론 아내의 동의에 따른 것이니, 아내는 자신이 집에 없
을 때 굶지 말고 좋은 것 먹으라고 했으니 말이다. 나중에 아내의 통장에서 조용히 내 통장으로 이
월할 명분도 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