盜跖 1. 孔子與柳下季爲友(공자여유하계위우) : 공자에게 유하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柳下季之弟(류하계지제) : 하계의 아우의 名曰盜跖(명왈도척) : 이름은 도척이었다. 盜跖從卒九千人(도척종졸구천인) : 도척은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橫行天下(횡행천하) : 세상을 돌아다니며 侵暴諸侯(침폭제후) :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약탈을 일삼았다. 穴室樞戶(혈실추호) :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문을 부수고 驅人牛馬(구인우마) : 들어가 남의 소와 말을 훔치고 取人婦女(취인부녀) : 남의 부녀자들을 약탈했다. 貪得忘親(탐득망친) : 이익를 쫓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不顧父母兄弟(불고부모형제) : 부모형제도 돌아보지 않았고, 不祭先祖(불제선조) : 조상들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所過之邑(소과지읍) : 그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大國守城(대국수성) : 큰 나라는 성을 지키고, 小國入保(소국입보) : 작은 나라는 성안으로 도망쳐 난을 피했다. 萬民苦之(만민고지) : 그래서 온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했다. 孔子謂柳下季曰(공자위류하계왈) : 공자가 유하계에게 말했다. 夫爲人父者(부위인부자) : “한 사람의 아버지라면 必能詔其子(필능조기자) : 그 아들을 훈계할 수 있을 것이고, 爲人兄者(위인형자) : 한 사람의 형이라면 必能敎其弟(필능교기제) :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若父不能詔其子(약부불능조기자) : 만약 아버지가 그 자식을 훈계할 수 없고, 兄不能敎其弟(형불능교기제) : 형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則無貴父子兄弟之親矣(칙무귀부자형제지친의) : 부자와 형제간의 친애도 그리 대수로운 것이 못 될 것이다. 今先生(금선생) : 지금 선생은 世之才士也(세지재사야) : 세상이 알아주는 재능 있는 선비이면서도 弟爲盜跖(제위도척) : 아우가 큰 도적이 되어 爲天下害(위천하해) : 천하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도 而弗能敎也(이불능교야) : 그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으니, 丘竊爲先生羞之(구절위선생수지) : 나는 자네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네. 丘請爲先生往說之(구청위선생왕설지) : 내가 자네를 대신해서 그를 설득해 보겠네.” 柳下季曰(유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先生言爲人父者必能詔其子(선생언위인부자필능조기자) : “자네는 한 사람의 아비라면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할 수 있고, 爲人兄者必能敎其弟(위인형자필능교기제) : 한 사람의 형이라면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若子不聽父之詔(약자불청부지조) : 만약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弟不受兄之敎(제불수형지교) : 동생이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雖今先生之辯(수금선생지변) : 비록 선생의 능변이 있다해도 將奈之何哉(장내지하재) : 어찌하겠습니까 且跖之爲人也(차척지위인야) : 또 도척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心如涌泉(심여용천) : 마음은 치솟는 샘물같이 끝없고, 意如飄風(의여표풍) : 의지는 회오리바람같이 사나우며, 强足以矩敵(강족이구적) : 힘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하고, 辯足以飾非(변족이식비) : 그 말재주는 자기의 비행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하다네, 順其心則喜(순기심칙희) : 제 마음에 들면 좋아하지만, 逆其心則怒(역기심칙로) : 마음에 듣지 않으면 성을 내며 易辱人以言(역욕인이언) : 함부로 욕을 해대니, 先生必無往(선생필무왕) : 선생은 부디 가지 말게.” 孔子不聽(공자불청) : 그러나 공자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顔回爲馭(안회위어) : 안회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子貢爲右(자공위우) : 자공을 오른편에 앉힌 뒤 往見盜跖(왕견도척) : 가서 도척을 만나러 갔다. 盜跖乃發休卒徒於太山之陽(도척내발휴졸도어태산지양) : 도척이 태산의 남쪽에서 졸개들을 쉬게 하고, 膾人肝而餔之(회인간이포지) : 자신은 사람의 간을 회를 쳐 먹고 있었다. 孔子下車而前(공자하거이전) :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가 見謁者曰(견알자왈) : 도척의 졸개를 보고 말했다. 魯人孔丘(로인공구) : “노나라에 사는 공구라는 사람이 聞將軍高義(문장군고의) : 장군의 높은 의기를 듣고 敬再拜謁者(경재배알자) : 두 번 절하고 뵙고자 합니다.” 謁者入通(알자입통) : 졸개가 들어가 알리니, 盜跖聞之大怒(도척문지대노) : 도척이 그 말을 듣고 노하여 目如明星(목여명성) : 눈은 샛별같이 번뜩이고, 髮上指冠(발상지관) : 머리카락은 치솟아 관을 찌를 듯했다. 曰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왈차부로국지교위인공구비사) : “그건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가 아니냐? 爲我告之(위아고지) : 내 대신 그에게 전하라. 爾作言造語(이작언조어) : 너는 적당히 말을 만들고 지어내어 妄稱文武(망칭문무) : 함부로 문왕과 무왕을 칭송하며, 冠枝木之冠(관지목지관) : 머리에는 나뭇가지 같이 이것저것 장식한 관을 쓰고, 帶死牛之脅(대사우지협) : 허리에는 죽은 소의 가죽으로 만든 띠를 하고 다니면서, 多辭繆說(다사무설) : 부질없는 소리를 멋대로 지껄이고, 不耕而食(불경이식) :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먹고살며, 不織而衣(불직이의) : 길쌈도 하지 않고도 옷을 입는다. 搖脣鼓舌(요순고설) : 입술을 놀리고 혀를 차면서 擅生是非(천생시비) : 멋대로 옳다 그름을 판단하여 以迷天下之主(이미천하지주) : 천하의 군주들을 현혹시키고, 使天下學士不反其本(사천하학사불반기본) : 학자들이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妄作孝弟而僥倖於封侯富貴者也(망작효제이요행어봉후부귀자야) : 함부로 효니 공손함이니 우애니 하는 것을 정해 놓고 제후들에게 요행히 인정을 받아 부귀를 누리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子之罪大極重(자지죄대극중) : 네 죄는 참으로 무겁다. 疾走歸(질주귀) : 당장 돌아가거라. 不然(불연) : 그렇지 않으면 我將以子肝益晝餔之膳(아장이자간익주포지선) : 네 간을 점심 반찬으로 삼을 것이다.” 孔子復通曰(공자복통왈) : 공자가 다시 졸개를 통해 말했다. 丘得幸於季(구득행어계) : “저는 장군의 형님인 유하계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願望履幕下(원망리막하) : 부디 장군의 신발이라도 쳐다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謁者復通(알자복통) : 졸개가 다시 전하니 盜跖曰(도척왈) : 도척이 말했다. 使來前(사래전) : “이리 앞으로 데려오너라.” 孔子趨而進(공자추이진) : 공자는 총총걸음으로 나가 避席反走(피석반주) : 자리를 피해 물러서면서 再拜盜跖(재배도척) : 도척에게 크게 두 번 절을 했다. 盜跖大怒(도척대노) : 도척은 크게 노하여 兩展其足(량전기족) : 그의 양발을 떡 벌리고, 案劍瞋目(안검진목) :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눈을 부릅뜬 채, 聲如乳虎曰(성여유호왈) : 마치 새끼를 거느린 호랑이처럼 말했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나오너라. 若所言(약소언) : 네가 하는 말이 順吾意則生(순오의칙생) : 내 뜻에 맞으면 살고, 逆吾心則死(역오심칙사) : 거스르면 죽을 것이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丘聞之(구문지) : 내가 듣건대 凡天下人有三德(범천하인유삼덕) : “천하에는 세 가지 덕이 있는데, 生而長大(생이장대) : 태어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늠름하며, 美好無雙(미호무쌍) : 용모가 아름다워 누구에게도 비길 수 없고, 少長貴賤見而皆說之(소장귀천견이개설지) : 늙은이도 젊은이도 고귀한 이도 미천한 이도 모두 그를 좋아하는 것, 此上德也(차상덕야) : 이것이 첫째가는 덕입니다. 知維天地(지유천지) : 그 지혜는 천지를 뒤덮고, 能辯諸物(능변제물) : 능력은 모든 사물의 이치를 헤아리고 있는 것, 此中德也(차중덕야) : 이것이 중간의 덕입니다. 勇悍果敢(용한과감) : 용기가 있어 과감하며 聚衆率兵(취중솔병) : 많은 부하를 거느리는 것, 此下德也(차하덕야) : 이것이 제일 낮은 덕입니다. 凡人有此一德者(범인유차일덕자) : 누구나 이 가운데 한가지 덕만 갖추고 있으면 足以南面稱孤矣(족이남면칭고의) : 제후라 하기에 충분합니다. 今將軍兼此三者(금장군겸차삼자) : 그런데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 덕을 함께 갖추고 계십니다. 身長八尺二寸(신장팔척이촌) :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面目有光(면목유광) : 얼굴과 눈에서는 빛이 나며, 脣如激丹(순여격단) : 입술은 진한 붉은 색이고, 齒如齊貝(치여제패) : 이는 조개를 가지런히 한 듯하고, 音中黃鍾(음중황종) : 목소리는 황종의 음에 들어맞습니다. 而名曰盜跖(이명왈도척) : 그런데도 도척이라 불리고 계시니 丘竊爲將軍恥不取焉(구절위장군치불취언) : 저는 장군님을 생각하여 이를 무척 부끄럽고 애석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將軍有意聽臣(장군유의청신) :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臣請南使吳越(신청남사오월) : 남쪽으로는 오나라와 월나라, 北使齊魯(북사제로) :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 東使宋衛(동사송위) : 동쪽으로는 송나라와 위나라, 西使晉楚(서사진초) : 서쪽으로는 진나라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使爲將軍造大城數百里(사위장군조대성수백리) : 그들에 장군을 위해 수 백 리 사방으로 큰 성을 만들어 立數十萬戶之邑(립수십만호지읍) : 수십만 호의 봉읍을 만들어 尊將軍爲諸侯(존장군위제후) : 장군을 제후로 삼게 하고자 합니다. 與天下更始(여천하갱시) : 그러면 천하와 더불어 다시 시작하여이 罷兵休卒(파병휴졸) : 군대를 혁파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며, 收養昆弟(수양곤제) : 형제들을 거두어 보양해주고, 共祭先祖(공제선조) : 다같이 조상에게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此聖人才士之行(차성인재사지행) : 이것이야말로 성인이나 재사들의 행위이고 而天下之願也(이천하지원야) : 또한 천하가 바라는 바입니다.” 盜跖大怒曰(도척대노왈) : 도척은 더욱 크게 화가나서 말했다. 丘來前(구래전) : “구야 앞으로 오너라 夫可規以利(부가규이리) : 무릇 이익으로 권할 수 있고 而可諫以言者(이가간이언자) : 말로 간구할 수 있는 것은 皆愚陋恒民之謂耳(개우루항민지위이) : 모두 세상의 어리석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今長大美好(금장대미호) : 지금 내 체격이 훌륭하며 용모가 아름답고 人見而悅之者(인견이열지자) : 사람들이 나를 보면 좋아하는 것은 此吾父母之遺德也(차오부모지유덕야) : 내 부모의 덕이다. 丘雖不吾譽(구수불오예) : 네가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吾獨不自知邪(오독불자지사) :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로. 好面譽人者(호면예인자) :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亦好背而毁之(역호배이훼지) : 등뒤에서 욕하기도 잘한다고 했다. 今丘告我以大城衆民(금구고아이대성중민) : 지금 네가 큰 성을 쌓게 한다느니, 백성들을 모아 준다고 했는데, 是欲規我以利而恒民畜我也(시욕규아이리이항민축아야) : 그것은 이익으로 나를 권면하는 것이니 나를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것이다. 安可久長也(안가구장야) : 허나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 城之大者(성지대자) : 성이 크다 한들 莫大乎天下矣(막대호천하의) : 천하보다 크지 않도다 堯舜有天下(요순유천하) : 요와 순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으나 子孫無置錐之地(자손무치추지지) : 그 자손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도 갖지 못 했다. 湯武立爲天子(탕무립위천자) : 탕임금과 무왕도 스스로 천자가 되었으나 而後世絶滅(이후세절멸) : 그 자손은 모두 끊기고 말았다. 非以其利大故邪(비이기리대고사) : 그것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차오문지) : 또 내가 듣기에, 古者禽獸多而人少(고자금수다이인소) : 옛날에는 새나 짐승이 많고 사람의 수는 적어, 於是民皆巢居以避之(어시민개소거이피지) :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짐승의 해를 피했고, 晝拾橡栗(주습상률) :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暮栖木上(모서목상) :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故命之曰(고명지왈) :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기를 有巢氏之民(유소씨지민) :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古者民不知衣服(고자민부지의복) :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夏多積薪(하다적신) : 여름이면 장작을 쌓아놓았다 冬則煬之(동칙양지) : 겨울에는 이것을 땠다. 故命之曰知生之民(고명지왈지생지민) : 그래서 이들은 지생의 백성이라고 한다. 神農之世(신농지세) : 신농씨 시대에는 臥則居居(와칙거거) : 안락하게 누워 자고 起則于于(기칙우우) : 일어나서는 유유자적했다. 民知其母(민지기모) : 백성들은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不知其父(부지기부) : 아버지는 몰랐고, 與麋鹿共處(여미록공처) : 고라니나 사슴들과 함께 살았다. 耕而食(경이식) : 농사를 지어서 먹고 織而衣(직이의) : 길쌈을 해서 옷을 입었으며 無有相害之心(무유상해지심) : 서로를 해치려는 마음 따위는 지니지 않고 있었다. 此至德之隆也(차지덕지융야) : 이것이 바로 지극한 덕이 한창 성했던 시대였다. 然而黃帝不能致德(연이황제불능치덕) : 그런데 황제는 덕을 완전히 실현시킬 수가 없어, 與蚩尤戰於鹿之野(여치우전어탁록지야) : 치우와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사람들의 피가 백리 사방을 물들였다. 堯舜作(요순작) : 이어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立群臣(립군신) : 많은 신하들을 내세웠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의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다. 自是以後(자시이후) : 이 뒤로 以强陵弱(이강릉약) :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以衆暴寡(이중폭과) :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게 된 것이다. 湯武以來(탕무이래) : 탕왕과 무왕 이후는 皆亂人之徒也(개란인지도야) :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이다. 今子修文武之道(금자수문무지도) :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掌天下之辯(장천하지변) :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以敎後世(이교후세) :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縫衣淺帶(봉의천대) :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矯言僞行(교언위행) :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以迷惑天下之主(이미혹천하지주) :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而欲求富貴焉(이욕구부귀언) :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盜莫大於子(도막대어자) : 도둑치고도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천하하고불위자위도구) :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而乃謂我爲盜跖(이내위아위도척) :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子以甘辭說子路而使從之(자이감사설자로이사종지) : 너는 달콤한 말로 자로를 꾀어 따르게 하고, 使子路去其危冠(사자로거기위관) : 그가 쓰고 있던 높은 관을 벗기고, 解其長劍(해기장검) : 차고 있던 길 칼을 풀어놓게 한 뒤, 而受敎於子(이수교어자) : 네 가르침을 받게 했다. 天下皆曰孔丘能止暮禁非(천하개왈공구능지모금비) : 세상에서 말하기를, 공구는 난폭한 행동을 금지시키고 그릇된 행동을 금할 수 있다고들 한다. 其卒之也(기졸지야) : 그러나 결국 子路欲殺衛君而事不成(자로욕살위군이사불성) : 자로는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身菹於衛東門之上(신저어위동문지상) : 위나라의 동문 밖에서 사형을 받아 그의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되었다. 是子敎之不至也(시자교지불지야) :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불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子自謂才士聖人邪(자자위재사성인사) : 너는 스스로 재사니, 성인이니 자처하지만, 則再逐於魯(칙재축어로) : 노나라에서 추방되었고, 削跡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숨었고 窮於齊(궁어제) : 제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었고, 圍於陳蔡(위어진채) : 진과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으니, 不容身於天下(불용신어천하) : 천하에 몸둘 곳이 없게 되지 않았느냐? 子敎子路菹此患(자교자로저차환) : 너는 자로로 하여금 처형을 당해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만들었으니, 上無以爲身(상무이위신) : 결국 환란으로 위로는 몸을 보전할 길이 없고, 下無以爲人(하무이위인) : 아래로는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子之道豈足貴邪(자지도기족귀사) : 너의 도를 어찌 귀한 것이라 하겠느냐? 世之所高(세지소고) : 세상에서 덕이 높다고 한다면, 莫若黃帝(막약황제) : 황제보다 더한 이가 없지만, 黃帝尙不能全德(황제상불능전덕) : 그 황제도 덕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어 而戰鹿之野(이전탁록지야) :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류혈백리) : 백 리 사방을 피로 물들였다. 堯不慈(요불자) : 요임금은 자애심이 없었고, 舜不孝(순불효) : 순임금은 효를 다하지 못했으며, 禹偏枯(우편고) : 우임금은 일을 하느라 말랐고, 湯放其主(탕방기주) : 탕왕은 그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伐紂(무왕벌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고, 文王拘羑里(문왕구유리) : 문왕은 유리에 유폐되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世之所高也(세지소고야) :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다. 孰論之(숙론지) : 그러나 엄격하게 논하자면, 皆以利惑其眞(개이리혹기진) : 모두가 이익 때문에 그 진실에 대해 미혹됨으로써 而强反其情性(이강반기정성) : 억지로 그 성정을 거슬렀던 사람들이다. 其行乃甚可羞也(기행내심가수야) :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수치스러운 것이다. 世之所謂賢士(세지소위현사) : 세상에서 말하는 현사로는 莫若伯夷叔齊(막약백이숙제) : 백이와 숙제만한 이 없는데, 伯夷叔齊辭孤竹之君(백이숙제사고죽지군) : 고죽의 임금자리를 사양하고 而餓死於首陽之山(이아사어수양지산) :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骨肉不葬(골육불장) : 그들의 시체는 아무도 장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鮑焦飾行非世(포초식행비세) : 포초라는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꾸미고 세상을 비난하다가 抱木而死(포목이사) : 나무를 끌어안고 죽었다. 申徒狄諫而不聽(신도적간이불청) : 신도적은 임금에게 간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負石自投於河(부석자투어하) : 돌을 지고 스스로 황하에 몸을 던져 爲魚鼈所食(위어별소식) : 물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다. 介子推至忠也(개자추지충야) : 개자추는 충성을 다해 自割其股以食文公(자할기고이식문공) :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으나, 文公後背之(문공후배지) : 뒤에 문공이 그를 배반하자, 子推怒而去(자추노이거) : 그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살다 抱木而燔死(포목이번사) : 나무를 껴안은 채 타 죽었다. 尾生與女子期於梁下(미생여여자기어량하) : 미생은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나 女子不來(여자불래) : 여자가 오지 않자 水至不去(수지불거) :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고 있다가 抱梁柱而死(포량주이사) :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죽었다. 此六子者(차육자자) : 이 여섯 사람은 無異於磔犬流豕操瓢而乞者(무이어책견류시조표이걸자) : 잡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나 표주박을 들고 구걸을 하러 다니는 자나 다를 것이 없다. 皆離名輕死(개리명경사) : 모두가 자기의 명분에 얽매이어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不念本養壽命者也(불념본양수명자야) : 근본으로 돌아가 수명을 보양하려 하지 않은 자들이다. 世之所謂忠臣者(세지소위충신자) : 세상에서 말하는 충신으로는 莫若王子比干伍子胥(막약왕자비간오자서) : 비간이나 오자서 만한 사람이 없다. 子胥沈江(자서침강) : 그러나 오자서는 처형을 당해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가슴을 찢겨 심장이 드러내졌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世謂忠臣也(세위충신야) : 천하에서 말하는 충신들이다. 然卒爲天下笑(연졸위천하소) : 그러나 마침내는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自上觀之(자상관지) : 위에서부터 살펴보건데 至于子胥比干(지우자서비간) : 자서나 비간까지 皆不足貴也(개부족귀야) : 모두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丘之所以說我者(구지소이설아자) : 네가 나를 설득시키는 방법으로 若告我以鬼事(약고아이귀사) : 내게 귀신 얘기를 한다면 則我不能知也(칙아불능지야) : 나 또한 능히 알 수 있으나, 若告我以人事者(약고아이인사자) : 사람에 관한 일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不過此矣(불과차의) :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皆吾所聞知也(개오소문지야) : 그것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今吾告子以人之情(금오고자이인지정) : 너에게 사람의 성정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 目欲視色(목욕시색) : 눈은 좋은 빛깔을 보려 하고, 耳欲聽聲(이욕청성) :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口欲察味(구욕찰미) : 입은 좋은 맛을 보려 하고, 志氣欲盈(지기욕영) : 기분은 만족을 바란다. 人上壽百歲(인상수백세) :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살, 中壽八十(중수팔십) : 중간 정도로는 80살, 下壽六十(하수육십) : 밑으로 가면 60살이다. 除病瘦死喪憂患(제병수사상우환) : 그것도 병들고 여위고 죽고 문상하고 걱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빼고 나면 其中開口而笑者(기중개구이소자) : 입을 벌리고 웃을 수 있는 것은 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일월지중불과사오일이이의) : 한달 중에 불과 사오일 에 지나지 않는다. 天與地無窮(천여지무궁) :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人死者有時(인사자유시) : 사람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일정한 때가 있다. 操有時之具(조유시지구) : 이 유한 한 육체를 而托於無窮之間(이탁어무궁지간) : 무궁한 천지 사이에 맡기고 있기란 忽然無異騏驥之馳過隙也(홀연무이기기지치과극야) : 준마가 좁은 문틈을 달려 지나가 버리는 것과 같다. 不能說其志意(불능설기지의) : 따라서 자기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養其壽命者(양기수명자) : 그 수명을 보양하지 못하는 자는 皆非通道者也(개비통도자야) : 모두가 도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丘之所言(구지소언) : 네가 하는 말들은 皆吾之所棄也(개오지소기야) : 모두 내가 버리는 것들이다. 亟去走歸(극거주귀) : 당장 뛰어 돌아가거라. 無復言之(무복언지) :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子之道(자지도) : 너의 도라는 것은 狂狂汲汲(광광급급) : 본성을 잃은 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詐巧虛僞事也(사교허위사야) : 사기와 허위의 사실일 뿐이다. 非可以全眞也(비가이전진야) : 그런 것으로는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전할 수 없느니라. 奚足論哉(해족론재) : 어찌 논의할 대상이나 되겠느냐 孔子再拜趨走(공자재배추주) : 공자는 두 번 절하고 빠른 걸음으로 出門上車(출문상거) :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서는 執轡三失(집비삼실) : 말고삐를 세 번이나 잡았다 놓쳤다. 目芒然無見(목망연무견) : 눈은 멍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色若死灰(색약사회) : 얼굴은 잿빛이었다. 據軾低頭(거식저두) :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에 기대어 머리를 떨구고는 不能出氣(불능출기) :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歸到魯東門外(귀도로동문외) : 노나라의 동문에 이르러 過遇柳下季(과우류하계) : 유하계를 만났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今者闕然數日不見(금자궐연수일불견) : “요즘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車馬有行色(거마유행색) : 거마의 행색을 보니, 得微往見跖邪(득미왕견척사) : 혹시 도척을 만나러 갔다가 오는 길이 아닌가?” 孔子仰天(공자앙천) :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而歎曰然(이탄왈연) : 탄식을 하고 말하기를,“그렇다네.” 柳下季曰(류하계왈) : 유하계가 말했다. 跖得無逆汝意若前乎(척득무역여의약전호) : “도척이란 놈이 전에 내가 얘기한 대로이지 않던가?”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然丘所謂無病而自灸也(연구소위무병이자구야) : “그랬네. 아픈데도 없는데 뜸을 뜬 셈이 되고 말았네. 疾走料虎頭(질주료호두) : 허둥대며 달려가다가 호랑이 머리를 매만지고 編虎須(편호수) : 호랑이 수염을 잡아당긴 셈이니 幾不免虎口哉(기불면호구재) : 자칫하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네.” 2. 子將問於滿苟得曰(자장문어만구득왈) : 자장이 만구득에게 물었다. 盖不爲行(개불위행) : “어째서 인의를 행하지 않습니까? 無行則不信(무행칙불신) : 인의를 행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지 못하고, 不信則不任(불신칙불임) : 신용을 얻지 못하면 벼슬에 오르지 못하며, 不任則不利(불임칙불리) : 벼슬에 오르지 못하면 이익이 없게 됩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성의 관점에서 나,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따지거나 而義眞是也(이의진시야) : 인의야말로 가장 좋은 것입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나 이익을 버린다 해도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볼 때,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가 행동함에 있어서 不可一日不爲乎(불가일일불위호) : 인의는 하루도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無恥者富(무치자부) : “수치를 모르는 자가 부자가 되고, 多信者顯(다신자현) : 말이 많은 자가 출세합니다. 夫名利之大者(부명리지대자) : 큰 명예와 이익이란 幾在無恥而信(기재무치이신) : 수치도 모르고 말만 많은 자들에게 돌아갑니다. 故觀之名(고관지명)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든, 計之利(계지리) : 이익으로 계산하든 而信眞是也(이신진시야) : 말 많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됩니다. 若棄名利(약기명리) : 만약 명예와 이익을 내버리고 反之於心(반지어심) :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則夫士之爲行(칙부사지위행) : 선비의 행동으로서는 拘其天乎(구기천호) : 그의 천성을 간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昔者桀紂貴爲天子(석자걸주귀위천자) : “옛날에 걸왕과 주왕은 천자라는 귀한 자리에 있으면서 富有天下(부유천하) : 온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今謂臧聚曰(금위장취왈) :그러나 지금 노예들에게라도 이르기를 汝行如桀紂(여행여걸주) : “너의 행동이 걸이나 주와 같다고 하면, 則有怍色(칙유작색) : 곧 부끄러운 빛을 띠리라. 有不服之心者(유불복지심자) : 불복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小人所賤也(소인소천야) : 소인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仲尼墨翟(중니묵적) : 공자와 묵자는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냈습니다. 今謂宰相曰(금위재상왈) : 그러나 지금 재상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말로 子行如仲尼墨翟(자행여중니묵적) 당신의 행동이 공자와 묵자 같다고 말하면 則變容易色稱不足者(칙변용역색칭부족자) : 곧 얼굴빛을 바꾸면서 그런 정도에 이르기에 부족하다고 말하게 되는데, 士誠貴也(사성귀야) : 이들은 선비들이 진실로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故勢爲天子(고세위천자) : 그러므로 천자의 권세를 지녔다 해도 未必貴也(미필귀야) : 반드시 존귀하지 않을 수 있고, 窮爲匹夫(궁위필부) : 필부로서 궁하게 지낸다 해도 未必賤也(미필천야) :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닙니다. 貴賤之分(귀천지분) : 귀천의 구분은 在行之美惡(재행지미악) : 행동이 아름답고 악한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小盜者拘(소도자구) : “작은 도적은 잡히고 말지만 大盜者爲諸侯(대도자위제후) : 큰 도적은 제후가 됩니다. 諸侯之門(제후지문) : 그런데 제후의 문하에는 仁義存焉(인의존언) : 의로운 선비들이 모이게 됩니다. 昔者桓公小白殺兄入嫂(석자환공소백살형입수) : 옛날의 제나라 환공 소백은 자기의 형을 죽이고 형수를 부인으로 삼았으나, 而管仲爲臣(이관중위신) : 현명한 관중이 그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田成子常殺君竊國(전성자상살군절국) : 전성자 상은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으나, 而孔子受幣(이공자수폐) : 공자는 그로부터 폐물을 받았습니다. 論則賤之(론칙천지) : 관중과 공자를 논할 때는 그들을 천하게 보면서도 行則下之(행칙하지) : 실지로 행동함에 있어서는 그들 아래에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則是言行之情悖戰於胸中也(칙시언행지정패전어흉중야) : 그러니 말과 행동의 실제 문제가 모순을 이룬 채 가슴속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不亦拂乎(불역불호) : 그러니 이치에 어긋난 것이 아닙니까? 故書曰(고서왈) : 그러므로 옛 책에서 말하기를 孰惡孰美(숙악숙미) :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다. 成者爲首(성자위수) : 성공을 하면 우두머리가 되어 존경받고, 不成者爲尾(불성자위미) : 성공하지 못하는 자는 꼬리가 되어 천대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子將曰(자장왈) : 자장이 말했다. 子不爲行(자불위행) : 선생님께서 인의를 행하지 않으시면 卽將疏戚無倫(즉장소척무륜)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없게 되고, 貴賤無義(귀천무의)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도 없게 될 것이며, 長幼無序(장유무서) : 어른과 아이의 질서도 없게 될 것입니다. 五紀六位(오기육위) :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오륜(五倫)과, 아저씨들, 형제들, 일가들, 조카들, 스승,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육기(六紀)도 將何以爲別乎(장하이위별호) : 어떻게 구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滿苟得曰(만구득왈) : 만구득이 말했다. 堯殺長子(요살장자) : “요임금은 맏아들을 죽였고, 舜流母弟(순유모제) : 순임금은 이복 동생을 귀향 보냈었는데, 疏戚有倫乎(소척유윤호) :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까? 湯放桀(탕방걸) : 탕임금은 걸왕을 내쳤고, 武王殺紂(무왕살주) : 무왕은 주왕을 죽였는데, 貴賤有義乎(귀천유의호) :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이 있는 것입니까? 王季爲適(왕계위적) : 왕계는 형을 물리치고 왕위의 계승자가 되었고, 周公殺兄(주공살형) : 주공은 형을 죽였는데 長幼有序乎(장유유서호) : 어른과 아이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까? 儒者僞辭(유자위사) : 유학자들은 거짓된 이론을 펴고, 墨者兼愛(묵자겸애) : 묵가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다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五紀六位將有別乎(오기육위장유별호) : 오륜과 육기의 분별이 있는 것입니까? 且子正爲名(차자정위명) : 그런데도 선생께서는 명분을 바르다고 주장하고 我正爲利(아정위리) : 저는 이익을 바르다고 주장하는데, 名利之實(명리지실) : 명분과 이익이 실체에 있어서는 不順於理(불순어리) : 이치에 순응되지도 않고 不監於道(불감어도) : 도리에 합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吾日與子訟於無約曰(오일여자송어무약왈) : 제가 전에 무약에게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小人殉財(소인순재) : ‘소인들은 재물을 추구하고, 君子殉名(군자순명) : 군자들은 명예를 추구한다. 其所以變其情(기소이변기정) : 그들이 그들의 진실함을 변화시키고 易其性(역기성) : 본성을 바꾸는 방법은 則異矣(칙이의) : 서로 다르지만, 乃至於棄其所爲(내지어기기소위) :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은 버리고 而殉其所不爲(이순기소불위) :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則一也(칙일야) : 동일하같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爲小人(무위소인) : 소인이 되지 말고 反殉而天(반순이천) :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따르고, 無爲君子(무위군자) : 군자가 되지도 말고 從天之理(종천지리) : 하늘의 원리를 따르기만 하라고 하는 것이다. 若枉若直(약왕약직) : 굽었든 곧았든 간에 相而天極(상이천극) :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面觀四方(면관사방) :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與時消息(여시소식) :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若是若非(약시약비) : 옳든 그르든 간에 執而圓機(집이원기) :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獨成而意(독성이의) :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與道徘徊(여도배회) :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 無轉而行(무전이행) : 한결같이 행동하려고 애쓰지 말고, 無成而義(무성이의) : 의로움을 이루려 애쓰지 마라. 將失而所爲(장실이소위) : 그러면 자기의 본성만 잃게 될 것이다. 無赴而富(무부이부) : 자기의 부를 추구하지 말고, 無殉而成(무순이성) : 성공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將棄而天(장기이천) : 그런 행동은 자기의 천성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比干剖心(비간부심) : 비간은 심장이 도려내어지고 子胥抉眼(자서결안) : 오자서는 눈이 도려내졌는데, 忠之禍也(충지화야) : 충성하려 했기 때문에 닥친 재난이었던 것이다. 直躬證父(직궁증부) : 직궁은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했다가 처벌되었고, 尾生溺死(미생익사) :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은 信之患也(신지환야) : 신의를 지키려던 환란인 것이다. 鮑子立乾(포자립건) : 포자가 나무를 끌어안고 선 채로 말라죽고, 申子不自理(신자불자리) : 신자가 자기 변명도 못해보고 목매어 죽었던 것은 廉之害也(렴지해야) : 깨끗함을 지키려다 받은 피해이다. 孔子不見母(공자불견모) : 공자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종신을 하지 못하고, 匡子不見父(광자불견부) : 광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종신하지 못했던 것은, 義之失也(의지실야) : 의로움을 지키려는 데서 온 과실이다. 此上世之所傳(차상세지소전) : 이상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下世之所語(하세지소어) : 후세에도 전해질 사실들이다. 以爲士者正其言(이위사자정기언) : 선비 된 사람으로서 자기 말이 올바른 것이라 고집하고 必其行(필기행) :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故服其殃(고복기앙) : 그런 재앙을 당하고 利其患也(이기환야) : 그런 환란을 만나게 된 것이다. 3. 無足問於知和曰(무족문어지화왈) : 무족이 지화에게 물었다. 人卒未有不興名就利者(인졸미유불흥명취리자) : “사람 중에 명예를 위해 일어나고, 이익을 위해 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彼富則人歸之(피부칙인귀지) : 그가 부유해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歸則下之(귀칙하지) : 모여들어서는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下則貴之(하칙귀지) : 남들이 머리를 숙이면 그는 귀해지는 것입니다. 夫見下貴者(부견하귀자) : 남이 머리를 숙임으로써 귀해지는 것은 所以長生安體樂意之道也(소이장생안체락의지도야) :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는 근거가 되는 도인 것입니다. 今子獨無意焉(금자독무의언) : 그런데도 지금 당신만이 그 일에 뜻이 없으니, 知不足邪(지부족사) : 지혜가 모자라기 때문입니까? 意知而力不能行邪(의지이력불능행사) : 뜻과 지혜는 있지만 힘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故推正不忘邪(고추정불망사) :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것만 추구하느라 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今夫此人以爲興己同時而生(금부차인이위흥기동시이생) : “지금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同鄕而處者(동향이처자) : 같은 고장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도 以爲夫絶俗過世之士焉(이위부절속과세지사언) : 나 같은 사람을 세속을 초월한 선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是專無主正(시전무주정) : 이것은 오로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느라 올바른 표준도 없이 所以覽古今之時(소이람고금지시) :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대의 흐름과 是非之分也(시비지분야) : 시비의 분별만을 생각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與俗化(여속화) : 그들은 속인들과 함께 살면서 세속에 감화되어 世去至重(세거지중) : 지극히 귀중한 본성을 떠나서 棄至尊(기지존) : 지극히 존귀한 도를 버리고, 以爲其所爲也(이위기소위야) : 그들이 바라는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此其所以論長生安體樂意之道(차기소이론장생안체락의지도) : 이래 가지고는 그들이 오래 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뜻을 즐겁게 하는 도를 논한다는 것이 不亦遠乎(불역원호) : 또한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慘怛之疾(참달지질) : 참담한 고통과 恬愉之安(념유지안) : 즐거운 편안함이 不監於體(불감어체) : 자기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怵惕之恐(출척지공) : 불안한 두려움과 欣懽之喜(흔환지희) : 날뛸 듯한 기쁨이 不監於心(불감어심) : 자기 마음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살피지 않는 것입니다. 知爲爲而不知所以爲(지위위이부지소이위) : 그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할 줄만 알았지 추구하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是以貴爲天子(시이귀위천자) : 그래서 천자란 존귀한 위치에 놓이고 富有天下(부유천하) : 천하를 다 차지하는 부를 지니게 되더라도 而不免於患也(이불면어환야) : 환란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富貴之於人(부귀지어인) : “부귀란 사람에게 無所不利(무소불리) : 이롭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窮美究埶(궁미구예) : 어떤 아름다움도 이룰 수 있고, 어떤 권세라도 추구할 수 있으니 至人之所不得逮(지인지소불득체) : 이것은 지극한 사람도 미칠 수 없는 일이며, 賢人之所不能及(현인지소불능급) : 성인도 따라갈 수 없는 일입니다. 俠人之勇力而以爲威强(협인지용력이이위위강) : 부귀는 남의 용기와 능력을 빌어 위세를 떨치고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秉人之知謀以爲明察(병인지지모이위명찰) : 남의 지혜와 계략을 이용하여 명석하게 잘 살필 수도 있습니다. 因人之德以爲賢良(인인지덕이위현량) : 남의 덕을 근거로 하여 현명하고 어질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非享國而嚴若君父(비향국이엄약군부) :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 않아도 임금이나 아버지 같은 위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且夫聲色滋味權勢之於人(차부성색자미권세지어인) : 또한 음악이나 미술이나 권세와 같이 心不待學而樂之(심불대학이락지) :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體不待象而安之(체불대상이안지) : 몸은 다른 물건을 빌지 않고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夫欲惡避就(부욕악피취) : 탐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일도 固不待師(고불대사) : 스승을 기다릴 것 없이 이루어집니다. 此人之性也(차인지성야) : 이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孰能辭之(숙능사지) :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知者之爲(지자지위) : “지혜 있는 사람의 행동은 故動以百姓(고동이백성) : 본시 행동의 표준을 백성들로 삼아서 不違其度(불위기도) : 그들의 기준을 어기지 않습니다. 是以足而不爭(시이족이불쟁) : 그러므로 언제나 만족하고 있어서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無以爲故不求(무이위고불구) : 할 것이 없으므로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不足故求之(부족고구지) : 그러나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게 되고, 爭四處而不自以爲貪(쟁사처이불자이위탐) : 사방으로 다투면서도 스스로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有餘故辭之(유여고사지) : 지혜 있는 사람은 남음이 있기 때문에 남이 추구하는 것을 사양하며, 棄天下而不自以爲廉(기천하이부자이위렴) : 천하를 버리고도 스스로를 결백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廉貪之實(렴탐지실) : 결렴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실제 내용은 非以迫外也(비이박외야) : 추구하는 밖의 물건에 의해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反監之度(반감지도) : 돌이켜 자기 마음의 법도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勢爲天子而不以貴驕人(세위천자이불이귀교인) : 천자의 권세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존귀함으로써 남에게 교만하지 않습니다. 富有天下而不以財戲人(부유천하이불이재희인) :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재물로써 사람을 희롱하지 않습니다. 計其患(계기환) : 천자의 환란을 헤아리고 慮其反(려기반) : 그것이 천성에 반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以爲害於性(이위해어성) : 그것은 본성을 해치는 것이라 단정하기 때문에 故辭而不受也(고사이불수야) : 사양하고 받지 않는 것입니다. 非以要名譽也(비이요명예야) : 명예를 바라기 때문은 아닙니다. 堯舜爲帝而雍(요순위제이옹) : 요임금과 순임금이 임금노릇을 하면서도 남에게 임금자리를 사양했던 것은 非仁天下也(비인천하야) : 천하에 어짊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라, 不以美害生也(불이미해생야) : 명예나 이익 때문에 삶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善卷許由得帝而不受(선권허유득제이불수) : 선권이나 허유가 임금자리를 내주어도 받지 않았던 것은 非虛辭讓也(비허사양야) : 공연히 사양한 것이 아니라, 不以事害己(불이사해기) : 번거로운 일로 인해 자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此皆就其利(차개취기리) : 이들은 모두가 그의 이로움을 위해 辭其害(사기해) : 그 피해를 사퇴한 것이어서 而天下稱賢焉(이천하칭현언) : 천하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則可以有之(칙가이유지) : 그것은 그들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는데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彼非以興名譽也(피비이흥명예야) : 그들은 명예를 추구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닙니다.” 無足曰(무족왈) : 무족이 말했다. 必持其名(필지기명) : “사람은 자기의 명예를 유지하려고 苦體絶甘(고체절감) : 자신을 괴롭히고 단것도 먹지 않으며 約養以持生(약양이지생) : 몸의 보양을 아낌으로써 생활만을 지탱해갑니다. 則亦久病長阨而不死者也(칙역구병장액이불사자야) : 그러므로 그것은 오랫동안 앓으면서 오랫동안 곤궁하게 죽지 않고 사는 것이나 같은 것입니다.” 知和曰(지화왈) : 지화가 말했다. 平爲福(평위복) : “평범한 것이 행복이 되고, 有餘爲害者(유여위해자) : 남음이 있으면 해가 된다는 것은 物莫不然(물막불연) :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而財其甚者也(이재기심자야) : 재물에 있어서는 더욱 심합니다. 今富人(금부인) : 지금 부자들은 耳營於鐘鼓管籥之聲(이영어종고관약지성) : 귀로는 종, 북, 저, 피리의 소리를 들으며 즐기고, 口嗛於芻豢醪醴之味(구겸어추환료례지미) : 입으로는 짐승 고기와 맛있는 술맛을 실컷 봄으로써 以感其意(이감기의) : 그의 뜻을 만족시키는 한편 遺忘其業(유망기업) : 그의 할 일은 잊고 있습니다. 可謂亂矣(가위란의) : 그러니 이것이 혼란이라 말할 만한 것입니다. 侅溺於馮氣(해익어풍기) : 자신의 성한 기운에 빠져 들어가 若負重行而上坂也(약부중행이상판야) : 무거운 짐을 지고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可謂苦矣(가위고의) : 그러니 이것은 고통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貪財而取慰(탐재이취위) : 재물을 탐내어 병에 걸리고, 貪權而取竭(탐권이취갈) : 권력을 탐내어 정력을 다 쓰며, 靜居則溺(정거칙익) : 고요히 살게 되면 정욕에 빠지고, 體澤則馮(체택칙풍) : 몸이 윤택해지면 정력을 낭비합니다. 可謂疾矣(가위질의) : 그러니 이것이 질병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爲欲富就利(위욕부취리) : 부를 바라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故滿若堵耳而不知避(고만약도이이부지피) : 마음 가득히 담이 둘러쳐진 것처럼 장애가 생기지만 그것을 피할 줄은 모릅니다. 且憑而不舍(차빙이불사) : 그대로 정력을 사용하여 그치지 않습니다. 可謂辱矣(가위욕의) : 그러니 이것은 치욕이라 할 만한 일입니다. 財積而無用(재적이무용) : 재물이 쌓여도 쓸데가 없는데도 服膺而不舍(복응이불사) : 재물을 모을 생각을 품은 채 버리지 않습니다. 滿心戚醮(만심척초) : 마음 가득히 번뇌로 가득 차는데도 求益而不止(구익이부지) : 이익을 추구하여 마지않습니다. 可謂憂矣(가위우의) : 그러니 이것은 우환이라 말할 만한 일입니다. 內則疑刦請之賊(내칙의겁청지적) : 집안에 있으면 강도가 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外則畏寇盜之害(외칙외구도지해) : 밖에 나가면 도적들에게 해를 입지나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內周樓疏(내주루소) : 집에는 망루와 내다보는 창을 만들어 놓고 外不敢獨行(외불감독행) : 밖에는 홀로 다니지 못합니다. 可謂畏矣(가위외의) : 그러니 이것은 두려움이라 말할 만한 것입니다. 此六者(차육자) : 이 여섯 가지는 天下之至害也(천하지지해야) : 천하의 지극한 폐해인 것입니다. 皆遺忘而不知察(개유망이부지찰) : 그러나 모두들 이것을 잊고서 살필 줄 모릅니다. 及其患至(급기환지) : 그 환란이 닥쳐야만 求盡性竭財(구진성갈재) : 그의 삶을 다하고 재물을 다 바쳐서라도 單以反一日之無故(단이반일일지무고) : 단 하루의 무고한 날로라도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而不可得也(이불가득야) : 그 때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故觀之名則不見(고관지명칙불견) :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아도 알 수 없고 求之利則不得(구지리칙부득) : 추구해도 얻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繚意體而爭此(료의체이쟁차) :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얽매고 자기 몸을 해치면서까지 이런 것을 다투고 있으니 不亦惑乎(불역혹호) : 또한 미혹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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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