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최고봉인 갈미봉(508.5m)은 호남정맥 상에 있으며 수리봉이라고도 부른다.
갈미봉을 시작으로 남으로 뻗어내리는 능선엔 여러 봉우리가 산재해 있다.
봉따묵기 딱 알맞은 코스이다.
거기다 어떤 이가 자기 목적달성을 위하여 고증되지 않은 산이름의 코팅지를 어지럽게 붙여놓아 헷갈린다.
산을 오염시키는 건 비단 쓰레기 무단투기만이 아니다.
갈미봉은 ‘갈모’에서 유래된 것으로 ‘갈모’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창호지에 들기름을 먹여 갓 위에 원뿔처럼 쓰는 것이다.
갈미봉의 모습이 갓 위에 갈모를 쓴 것처럼 보여서 생긴 이름이다.
이를 한문으로 옮겨 적으면서 ‘葛味峯(정선),’, ‘葛美峰(공주)’ 등으로 쓰여졌지만 순천 갈미봉은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 알 수가 없어 ‘葛味’를 따랐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주로 호남지역을 지난다고 불리는 약 400km의 산줄기이다.
호남정맥 갈미봉에서 분기하여 수리·깃대·용왕·매봉·노죽봉으로 이어지며 남하하는 산줄기는 순천동천에서 가라 앉는다.
이 10km 남짓한 산줄기를 가칭 ‘호남갈미깃대단맥’이라 칭한다면 무리일까?
단맥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었으니 하는 말이다.
수리봉(守李峯 396.8m)은 독수리를 닮은 형상이라는 의미다.
한문으로 등재되면서 ‘守理峰(단양)’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올려졌지만 순천 수리봉은 ‘守李峰’이어서 의외였다.
한 술 더 떠서 네이버지도에는 ‘수이봉’으로 되어 있으니 ‘조선(李)을 지키라’는 의미인가 했다.
깃대봉(407.8m)은 깃대를 꼽고 측량을 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삼각점이 개설된다.
삼각점(△399.9m)을 개설하고보니 그 옆에 조금 더 높은 봉우리가 있어 그만 깃대봉 이름을 넘겨 주고 말았나 보다.
용왕산(285.4m)은 용이 산으로 올라왔고, 매봉산(271.3m)은 매가 사냥하기 좋은 산이라서 생긴 이름이다.
전국에 동명이산(同名異山)이 많이 있고, ‘매 응(鷹)’자를 쓴 응봉산(鷹峰山)도 같은 이름이다.
야산 두 개에다 똑 같이 노죽봉이라 한 것은 아랫마을이 죽평리(竹坪里)여서 생긴 이름일 것.
그래서 대나무(竹) 앞에다 ‘이슬 로(露)’를 붙여 예쁜 이름을 만들었다.
‘이슬을 머금은 대나무’, 생각만 하여도 얼마나 싱그러운가?
산행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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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m가 조금 넘는 길을 5시간이 걸렸다.
고도표. 처음 갈마처럼 원뿔로 솟은 봉우리가 호남정맥을 찍은 갈미봉(일명 수리봉)이다.
호남정맥에서 남하하는 여수지맥 좌측이 오늘 코스..
버스 정류소는 '청소리' 네비에는 '신광복지원'을 입력하는 게 빠르다.
신광북지원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잠수교를 건넌다.
임도는 한참이나 이어지다...
사방댐도 지나고...
오뉴월 땡볕에 50여분 만에 정자에 닿는다.
정자에서 한 차례 쉼을 한 뒤...
B팀들은 임도를 따라 바로 가고, 우리들은 갈미봉을 찍으러 ...
정자 맞은편 이통 안테나가 있는 산자락으로 올라 붙는다.
이통안테나를 지나자...
이기 뭔 시추에이이션! 범인은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호남정맥을 올라 붙으면 누가 상이라도 준다더냐?
오토바이가 헛바퀴를 굴리면 땅이 파이고, 비가오면 그 파인 골로 빗물이 냇물처럼 흘러 골이 되니 자연을 훼손하
는 행위다.
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 호남정맥이 지나는 곳. 삼각점이 있는 갈미봉(일명 수리봉)이다.
맥꾼들은 맥을 이어가겠지만 나는 호남정맥의 한 점에다 뿅하고 점을 찍은 뒤 시그널을 걸고 서명을 하였다.
양 팔을 벌려 호남정맥을 가리키는 이정표.
다시 사각정자로 내려와서 냉막걸리 두 잔에다 햄버그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정자에서 진행방향으로 임도가 좋지만 임도 좌측 수리봉으로 올라붙는 등로가 숲속에 숨어있다.
금방 수리봉에 서게되고, 나는 '守李峰' 시그널을 건 뒤 서명을 하였다.
수리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의외로 좋아...
다시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는 능선과 나란히 이어지므로 능선을 따르면 대체로 수월할 것이지만 햇볕 노출이 싫으니 산길이 정답.
구불구불한 임도를 질러가는 역할도 하기 때문.
숲길은 상쾌하였고, 가끔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청량제 구실을 한다.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 걷지만...
햇볕은 싫어.
그런 임도를 걷는 중 앞서가던 등네미 님이 우리를 불러 올려 잡목 가지를 온몸으로 헤친다.
그러다가 다시 임도 곡각지점에서 442.5m봉에 발자국을 찍어야 한단다.
"그 봉우리는 자기 목적을 위하여 코팅지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지은 봉우리야."라고 하였지만 막무가내.
묘 한 기가 외로이 지키고 선 442.5m봉에 고증되지 않은 이름의 코팅지가 붙었다.
442.5m봉의 헐벗은 무덤.
다시 되내려와 걷는 임도.
산길을 들어섰으나...
잡목 가시에 긁히기만 할 뿐....
금방 임도(MTB코스 안내판)로 내려 섰으니 그대로 임도를 따르는 게 정답.
벤치 쉼터가 있는 곳. 지형도를 확인한니 배내기재(고도 약 365m)다.
배내기재에선 좌측 사면으로 둘레길 수준의 좋은 등로가 나있었지만 화살표 방향 직등을 하였다.깃대봉을 오르기 위함이다.
철탑을 지나자 등로는 거칠어졌지만...
기어코 깃대봉에 올라 시그널을 걸었다.
조금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399.9m봉. 깃대봉(407.8m)에 이름을 내주고 그냥 삼각점을 안고 쓸쓸이 누웠다.
삼각점을 내려서자 능선 좌측으로 아까 배내기재에서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던 둘레길 수준의 등로를 만난다.
그 등로를 따라오면 깃대봉을 좌측 사면으로 두르게 되므로 깃대봉을 오르지 못하는 것.
이제부터 둘레길 수준의 고도 평이한 길을 룰루랄라 걷는다.
그러다가 만나는 갈림길. 능선으로 붙어야 용왕산을 오를 수 있다. 용왕산을 찍은 뒤 이곳으로 되내려와야 수월하다.
용왕산에서...
'龍王山'이라 쓴 시그널을 걸은 뒤 서명을 하였다. 그런뒤 무심코 봉우리를 넘어 갔다 되돌아 왔다.
용왕산에서 매봉산을 가기 위하여 동쪽으로 산길을 찾았지만 잡목이 엉켜 산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까 갈림길로 되내려와서야...
매봉산을 오를 수가 있었다. 매봉산이라 적은 뒤 서명을 하였다.
굳이 봉따묵기 욕심을 버린다면 산길은 유순하기 짝이없다.
좌측 순천동천 이 휘어지며 흐르고, 뒤로 헌걸찬 산줄기는 여수지맥.
이제 100m 이하의 비산비야를 걸어...
점재를 지나...
잘록이를 올라서야...
129.0m봉. 마을에서 올려다 보니 언넘이 언넘인지 구분이 안되니 모두를 노죽봉이라 하는 모양.
무덤을 살짝 돌아 오르면...
노죽봉(151.6m). 자료가 없으니 알길이 없지만 죽평리 '죽(竹)'자 앞에 '이슬 로(露)'를 붙여보니 아주 이름다운 이름이 됐다.
노죽봉에서 남동쪽 능선을 따랐으면 임도를 만나게 될 것인데,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을 좇아 무심코 북동쪽으로 빨치산 치고 내려갔더니 머위밭.
가시덤풀을 헤치고 겨우 농로에 올라 설 수 있었지만...
권 형님은 오리알 신세. "그 우째 올라 갈라요?"
농로에 선 뒤 돌아보는 지점. 온통 잡목 가시밭이다.
지본마을회관이 날머리.
마을회관이 있는 지본마을을 짚어본다. 뒤로 받치고 선 산줄기는 여수지맥의 용계산과 멀리 조계산인 듯.
공장이 가로막은 'ㅜ'자 갈림길에서...
곡각지점 우측으로 임도를 쳐다몬다. 아까 노죽봉에서 길을 바로 찾았다면 저 임도로 내려왔을 것.
지본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서...
다시 돌아보는 임도.
품이 크게 그늘을 드리운 나무들이 있는 지점에...
지본마을회관이 있지만 우리 버스가 없다.
그래서 되돌아 순천동천을 원지본교로 건넌 뒤 우리 버스가 보이는 지점.
지본마을 표석이 있고...
나무그늘이 있어 충분한 휴식공간이 된다.
씻기는 수연식당 앞 수돗가. 웃통을 벗고 상반신만 씻을 수밖에 없었고...
가오리 회무침은 먹는둥마는둥한 뒤 서둘러 차에 탑승하였다.
이곳으로 '남도 삼백리길'이 지나고 있넹.
삼십 도를 웃도는 더위에 봉따묵기 놀음은 아무래도 허사인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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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사진)
갈미봉(508.5m,순천),수리봉,깃대봉,용왕산,매봉산,노죽봉
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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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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