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의 몸체는 앞판에 오동나무를 쓰는데 오동나무는 석상동(石上桐)이 제일 좋다. 그러나 석상동도 옹이가 많고 동그라미 무늬가 많으면 나뭇결이 침탁(沈濁)해서 악기를 만들어도 소리가 맑지 못하다. 건조한 모래자갈 땅 위에서 자라지 않았어도 동그라미 무늬가 없고 결이 곧은 것이라면 악기 만드는 나무로는 좋다. 뒤판은 밤나무[栗木]를 쓰고 괘는 회양목[會木]을 쓴다. 그 다음은 종목(棕木)을 쓴다.
거문고의 장식(粧飾)에 해당하는 용구(龍口), 봉미(鳳尾), 좌단(坐團), 담괘, 진괘, 운족(雲足),기괘주 등의 나무는 화리(華梨)’철양(鐵楊), 오매(烏梅), 산유자(山柚子) 등의 나무를 쓴다. 학슬(鶴膝)은 청형(靑荊)을 쓰고, 염미(染尾)는 홍록색의 진사(眞絲)를 쓴다. 담괘의 안쪽 앞판에는 대모(玳瑁)를 붙인다.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만든 울림통 위에 6개의 줄이 얹혀져 있다. 거문고의 6줄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연주자의 몸 쪽으로부터 문현(文絃), 유현(遊絃), 대현(大絃), 괘상청(掛上淸), 괘하청(掛下淸), 무현(武鉉)으로 불린다. 이중에서 유현, 대현, 괘상청의 3줄만이 괘 위에 얹혀있고 문현, 괘하청, 무현은 기러기 발과 같은 모양의 안족 위에 올려서 연주한다.
다시 말해서 이 6현 중 제2현, 3현, 4현까지는 16개의 괘에 얹혀져 있고 제1현과 5현, 6현은 가야금과 같이 기러기발 모양의 안족 위에 얹혀져 있다. 괘는 음의 높낮이를 가려주는 받침대 역할을 하며 아래쪽이 낮은 음을 내고 머리 쪽으로 갈수록 좁아 지면서 높은 음을 낸다.
높이가 가장 낮은 마지막 괘와 줄을 지탱하여 주는 현침 사이에 부드러운 소가죽이나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玳帽)를 붙인다. 거문고는 손가락으로 타는 가야금과는 다르게 술대로 연주하는데 술대는 길이가 20cm 정도의 단단하고 가는 해죽이다. 이 술대를 오른손의 둘째 손가락과 셋째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엄지손가락으로 받친 상태로 줄을 쳐서 연주를 한다. 술대로 연주할 때 오동나무 판에 부딪혀 부러지거나 잡음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가죽이나 대모를 붙이는 것이다.
거문고의 6줄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줄은 유현과 대현으로 현악기중 가장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다. 굵기가 가느다란 유현은 대현보다 완전4도 높게 조율되며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대현은 낮고 폭넓은 소리를 내며 나머지 문현, 괭상청, 괘하청, 무현은 연주할 때 왼손으로 줄을 누르지 않고 개방현으로 연주 한다.
줄은 명주실로 꼬아 만든 줄을 쓰며 오른손의 식지와 장지 사이에 끼워서 줄을 퉁기는 기구인 술대는 바닷가에서 나는 검은색의 해죽으로 만든다. 왼손으로 괘를 집고 오른손으로는 식지와 장지상이에 끼운 술대를 가지고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 뜯어서 소리 낸다.
거문고는 선비의 높은 기상을 나타내는 중후한 악기로서 널리 숭상되었는데 예전에는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줄을 눌러 탔지만 선조 5년 이후부터 줄을 밀어 타는 주법으로 발전하여 다양한 기법과 표현력을 갖추게 되었다. 거문고의 소리는 둔탁하면서도 힘이 있고 거친 듯 하면서도 맑은 음색으로 옛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악기 중에 으뜸이라 하여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불리어졌다.
거문고를 한자어로 표기하면 현금(玄琴)으로 표기하는데 '삼국사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중국의 진나라에서 칠현금을 고구려에 보내왔다. 고구려 사람들은 그 악기의 연주법을 알지 못하여 칠현금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때 왕산악이 칠현금의 본모양을 그대로 두고 새로이 악기를 만들어 100여곡을 만들어 연주할 때 검은 학이 날아들어 춤을 추었다. 2천년 이상 산다는 신비한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 하여 현학금(玄鶴琴)이라 하였는데 후세 사람들이 '학'자를 떼어 버리고 현금(玄琴)이라 하였다."
는 내용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금(玄琴)은 순 우리말인 거문고의 한자식 표기일 뿐 검은 학의 이야기는 거문고를 신성화한 설화로 보아야 한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 거문고는 고구려 고분 무용총 등의 벽화에도 보이고 있어 꽤 오래된 악기로 평가되고 있다.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武勇總) 벽화와 안악(安岳) 고분의 제 3호실 벽화에 그려져 있는 거문고의 모습은 4줄과 17개의 괘 (기타의 브릿지와 비슷하며 음의 높낮이를 조절함) 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거문고는 오동나무로 앞면을 만들고 밤나무로 뒷면과 옆판을 붙여 만드는데 굵기가 서로 다른 6개의 줄과 16개의 괘를 지니고 있어 벽화에 그려져 있는 거문고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며 시대가 변하면서 악기의 모습이 바뀌고 발전하였음을 볼 수 있다.
거문고는 그 소리가 그윽하고 은은하여 예로부터 선비들이 애호하던 고상한 악기로 <영산회상>, <가곡> 등과 같은 정악은 물론 <산조>, <시나위> 등과 같은 민속음악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