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산 7월6일
신림선 개통! 관악산이 가까워졌다. 명코스는 어디?
사당능선의 첫 번째 국기봉에서 바라본 관악산. 바위를 타야 하는 곳이 도처에 있지만 안전시설이 꾸준히 보강돼 이제 몇 곳만 조심하면 되는 순한 코스가 됐다.
관악산 산행을 과천이나 서울대 정문 쪽에서 시작할 경우 1시간 남짓이면 정상인 연주대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산행이 쉽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사당역에서 오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행 거리가 관악산 다른 코스에 비해 길뿐더러 까다로운 바위봉우리가 겹겹이 늘어서 있어 만만하지 않다. 물론 등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악산이기에 난코스마다 어김없이 우회로가 있고 최근 능선 곳곳에 계단과 안전장치가 보강돼 산행이 한결 안전하고 수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당능선은 실력을 갖춘 산사람인지 아닌지 가늠하는 척도로 꼽히는 코스다. 게다가 운행하는 내내 관악산의 상징인 연주대를 바라보면서 걷게 되는 사당능선으로 올라야 관악산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관악산 사당능선을 산행하는 산객들의 대합실 역할을 하는 하마바위로 오르는 계단.
중급 산꾼인지 아닌지 재는 척도
지하철 사당역에서 관악산 연주대로 가는 사당능선 코스는 크게 관음사 코스와 남현동 코스로 나뉜다.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 4번출구에서 시작하는 관음사 코스 산행은 들머리인 관음사에서 연주대까지 5.5km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암릉 코스다. 정상인 연주대 방향의 관악산 산세를 계속 보며 오를 수 있고, 능선에서 서울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관악산 코스 중에서 으뜸가는 조망을 지닌 코스로 꼽힌다. 4번출구를 나와서 진행방향으로 120여 m를 직진해 김밥 파는 가게를 끼고 우회전하면 호젓한 주택가가 나온다.
지하철 4호선 사당역 4번출구를 나와서 100여 m를 걸으면 들머리인 관음사로 가는 주택가가 나온다.
동네 길 따라 600m가량 전진하면 등산로 입구다. 여기서 우측 산길로 바로 들거나 도로를 따라 400m쯤 가면 나오는 관음사 입구에서 산길로 들면 된다. 등산로 입구에 서울둘레길과 연주대 등산로의 갈림길 표지판이 보인다. 연주대 등산로는 정면에 보이는 길을 따라간다. 관음사는 왼쪽 서울둘레길 방향으로 간다. 표지판에는 ‘관악산 일주문’이라고 나와 있는데 ‘관음사 일주문’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서울대 입구에서 관악산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일주문도 ‘관악산 일주문’이라고 돼 있다.
주택가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관음사, 오른쪽으로 사당능선에 바로 붙는 갈림길.
오른쪽 서울둘레길 방향으로 가면 남현동 구간의 ‘예촌마을 둘레길’과 만난다. 연주대 등산로를 따라 능선을 300m 정도 오르면 ‘예촌마을 둘레길’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또 나온다. 이 길은 관악산과 삼성산의 둘레길이 연결된 서울둘레길 5코스다. 서울둘레길 5코스는 사당역-관음사-낙성대-관악산 일주문-천주교 삼성산 성지-호압사-석수역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12.7km이며, 소요 시간은 5시간 50분.
왼쪽에 표지판이 보인다. 어느 쪽으로 가든 정상 연주암으로 갈 수 있다.
2030들이 사랑하는 코스
관음사 코스에서는 2030 젊은 세대가 눈에 많이 띈다. 사당역에서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계단으로 연결된 암릉구간 풍광도 좋은데다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음사 국기대 방향 등산로의 오르막길 중간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는 곳도 있다. 예전에는 이 코스를 오르는 등산객들이 바윗길로 올랐지만 몇해 전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관등정 우회 코스를 많이 선택한다.
사당능선길에 있는 암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시내 모습. 관악구와 동작구 일대 뒤로 여의도 고층빌딩이 보인다.
물론 바위 맛을 보고싶은 산객들은 암릉을 향해 곧바로 직진할 수도 있지만 20m 정도는 안전시설 없이 양 손을 모두 써서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길이라서 주의해야 한다. 로프를 준비해야 할 정도는 아니며, 초보자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집중해서 오르면 산행이 가능한 길이다(얼마전에 로프가 설치됐다). 이 암릉 구간에는 ‘위험’ 안내판이 있으며 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얼음이 없는 시기에는 암릉 구간이라 해도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고정로프나 난간 같은 시설물이 없으므로 친절한 바윗길은 아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암릉 곳곳이 얼어있어 안전을 위해 우회하는 것이 좋다.
사당능선은 초입부터 첫 번째 국기봉까지 오르막과 암봉이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관등정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남현동 등산로 입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관등정을 지나 계단을 조금 오르면 관음사 국기대로 오르는 계단길과 선유천 국기대로 가는 숲길 갈림길이 나온다.
관음사 국기대로 오르는 암릉 구간 일부에 최근 계단이 설치됐다. 우뚝 솟은 암봉 주변의 경사가 급해서 등산로는 없고 나무계단과 철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좋아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듯하다.
남현동 코스는 사당역 6번 출구로 나온다. 도로 변에 공원이 있어서 산행 약속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남현동 등산로 입구까지는 1km 정도의 오르막길인데 천천히 걸으면 15분 정도 걸린다.
사당능선 첫 번째 국기봉. 한강 너머 왼쪽으로 남산이 보인다.
관악산에 국기봉이 많은 이유
관악산에는 10여 개가 넘는 봉우리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선유천 국기대는 주능선인 사당능선의 가장 북쪽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은 1951년 1월 서울을 재탈환하기 위해서 썬더볼트 작전을 전개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1951년 2월 20일 관악산을 완전히 탈환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전투에서 아군이 가장 먼저 태극기를 꽂은 봉우리는 육봉 국기봉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남쪽에 있는 봉우리이고 옛 지명도 제1국기봉이다. 주능선을 따라 북상하면서 탈환하는 봉우리마다 태극기를 게양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북쪽에 있던 선유천 국기대를 탈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암릉 타는 재미가 있는 사당능선. 안전시설이 없는 곳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선유천 국기대 옆에 있는 능선 헬기장에서 관음사 국기대로 올라가는 계단길과 선유천 국기대의 숲길이 만나고, 사당능선의 능선길이 연주대로 이어진다. 능선길을 조금 가면 낙성대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사당능선은 곳곳에 헬기장과 데크 쉼터가 있어 산행 중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먹기에 제격이다.
암릉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가족과 함께하는 산행이라면 관악문 아래 사거리에서 관악사와 연주암으로 가는 왼쪽 우회로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얼마전까지만 해도 관악문도 바위를 타고 올라야 했지만 바로 앞에 계단이 설치됐다). 이곳에서 관악산 정상까지는 400m 정도 거리이고, 나무계단을 통해서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 관악산 정상 마지막 바윗길 코스는 나무계단이 잘 설치돼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오르던 길이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왼쪽 암벽을 바라보면 예전에 설치해 놓았던 밧줄과 쇠사슬이 아직 남아 있다.
관악문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오면 사방댐이 있는 계곡길과 만난다.
사당능선 등산로는 까다로운 지점마다 나무계단과 안전 펜스가 설치돼 예전보다 안전한 능선길로 변했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인기 산이면서도 고정로프조차 없던 관악산. 한때 산악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이었지만 이제 옛 일이 됐다.
철계단을 오르는 산객.
연주대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하산 코스는 과천향교로 내려서는 길이다. 자하동천을 따르는 계곡길로 1시간 정도면 하산을 마칠 수 있다. 서울대 쪽으로의 하산은 학바위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사당능선에서 정상인 연주암까지 가지 않고 관악문을 지나 연주암으로 오르는 봉우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서울대 순환도로에서 오르는 또다른 암릉코스인 교수능선과 만난다. 정상까지 가지 않고 관악문으로 오르는 오르막길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서울대 순환도로에 접해 있는 사방댐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이다.
과천에서 오르는 계곡길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여름 호젓한 계곡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50분 정도 내려가면 서울대 순환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지하철 2호선 낙성대와 서울대입구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와 일반버스를 탈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7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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