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 때는 2002년 춘사월 황사 만발한 봄이라. 대조선국 대구 땅에 경북대학교 있었는데, 그 중 국어교육과가 빼어났도다.
국어교육과 01학번에 한 별종 있었으니 성은 정이요 이름은 영빈이라. 고전문학연구반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그 때 고전문학연구반 짱은 정지원으로 평소 정영빈을 갈구기를 즐기니, 그 갈굼이 고금에 비유할 바가 없었다. 정영빈도 짱 갈구기를 즐겨하여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싸우기 바빴다. 고문반의 이은아 삼구지선이라는 이름 하에 정영빈 감싸기를 제 몸같이 하니 번호후배 없는 정지원, 서러움에 못 이겨 정영빈 알기를 원수같이 알더라.
2002년 4월 11일, 고문반이 새 학기 두 번째 수업을 하니 주제는 공무도하가라. 불만자매 김보희 발제를 해 오고 길수거사 역시 수업에 참여하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아무튼 좀 짧은 수업이나마 무사히 마치고 각자 집으로 가려할 때, 정영빈 자전거를 몰고 나타나니 모든 일의 시작이라.
정지원, 체육대회를 앞두고 같은 조인 정영빈과 잠정적 화해를 한 것을 싹 잊고 자전거를 타고 사대 앞 계단을 내려가기 종용하니 정영빈이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김수진이 가세하여 정영빈을 조르니, 영빈, 처음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한 마디 하되,
'못 해요!'
라 하였더라. 이에 정지원 굴하지 않고
'해!'
라고 하였으니 정영빈,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갔다. 옆에 있던 02들과 00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정영빈, 무사히 계단 중간까지 내려가기를 마쳤다. 다들 조금은 안심하고 지켜보는 동안, 계단 맨 아래까지 무사히 굴러갔는데-마지막 계단을 세 네칸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자전거가 데구르르, 구르더라.
정영빈, 땅바닥과 온 몸으로 처절하게 인사를 하였으니 모두 그 광경에 놀라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처절하게 몸을 일으킨 영빈, 손바닥을 드니 손바닥에 큰 상처가 하나라.
정지원 그 광경을 보고 정영빈에게 사과를 하는 한 편 쓸데없이 이럴 때만 말 잘 듣는다고 정영빈을 마구 두들겨패니 이 또한 고문반의 불화라. 정영빈은 대충 손바닥을 싸 매고 밴드 心音(마음)의 연습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니 뒤에서 보는 사람들로서는 심히 위험한 광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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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아, 미안! 손 좀 괜찮냐;
다른 데 다친 데 없기를......그리고 사과의 의미로 밥 산다. 날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