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인 지폐가 등장한 시기는 대략 17세기 무렵--
당시 영국에서는 금 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기고 보관 증서를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인 A가 금 세공업자 B에게 금 3돈을 맡기면,
B는 'A가 나에게 금 3돈을 맡겼으니 이 보관 증서를 나에게 주면 A가 맡긴 금 3돈을 내어주겠다'는 문서를 써서 A에게 주는 식---.
그러면 A는 금을 보관해주는 대가로 B에게 보관료를 주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상인들이 돈을 벌어 영국 정부에 금으로 맡겨두었더니
왕이 마음대로 보관된 금을 꺼내어 쓰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금 세공업자가 써준 보관 증서를 사람들은 '골드스미스 노트(Goldsmith's note)'라고 --
그런데 골드스미스 노트가 발행되기 시작하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골드스미스 노트가 마치 돈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상인 A가 상인 C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금 3돈 분량의 고기를 산 뒤
B에게 받은 골드스미스 노트를 내미는 것. "이 보관 증서를 B에게 가져가면 금 3돈을 내어 줄걸세"라고 말하면서 --.
상인들은 무거운 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골드스미스 노트만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되자
이런 방식이 편리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골드스미스 노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금 세공업자 중에서는
아예 금·은을 보관하고 골드스미스 노트를 써주는 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
이런 과정에서 골드스미스 노트는 지폐로, 금 세공업자는 은행업자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이때 발행된 지폐는 물건을 사고팔 때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폐를 발행한 은행에 찾아가면 언제든 지폐에 적힌 액수만큼의 금·은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