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카르타의 축복

[예농]

친구인 P회장 덕분에 나는 쟈카르타를 여런 번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그중에 두 번의 여행은 매우 의미심장한 운명을 암시하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훗날 깨닫게 된다.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이직 경험이 있다. 젊었을 때야 도전적인 성정 때문이라고 핑게를 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년의 이직은 모험이고 무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직장을 떠나야 할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당장에 닥치는 암담한 현실에 큰 소리치던 만용이 부끄럽고 후회막급이 된다.

대선이 끝난 이듬해 어느날 정치권에 몸담고 있던 친구 K로 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만나자 마자 봉투를 내밀며 쟈카르타 여행을 다녀오란다. 왜 하필이면 쟈카르타냐고 물었다.

당시 쟈카르타에는 고교 동기인 K가 현지 합작은행장으로 부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우리 부부의 왕복 비행기표와 달러가 들어 있었다.

당시 나는 轉職 실패로 반 백수 신세였고 남는 시간에 친구의 정치 활동을 조금 도왔을 뿐이었다.

그러니 여행인들 마음이 편할 리 없었지만 친구의 배려에 감사할 일이지 사양할 처지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얼마 후에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3년의 임기가 지나자 다시 나는 백수로 돌아갔다.

비록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명예는 회복된 셈이니 더 이상 내게 기회가 없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처지는 아니라고 자위를 했다.

그런데 다시 친구 K로 부터 쟈카르타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 없냐는 권유를 받았다.

이 번에는 과거 쟈카르타 현지 은행장을 했던 친구 K와 함께 다녀오라면서 또 두 사람의 여행비용을 내놓았다.

때 마침 우리 둘이 모두 백수가 된 때였던 것이다. 그렇게 두 백수는 또 쟈카르타의 P 회장을 만나러 떠났다.

P회장과 현지 은행장으로 부임했던 K 친구도 나를 매개로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여행을 다녀온 얼마 후 나는 부산에 있는 금융 공기업으로

은행을 떠난 친구 K는 대기업의 기획실 임원으로 재 취업이 된 것이다.

마치 쟈카르타만 다녀오면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두 번의 반복된 행운으로 쟈카르타는 내게 고마운 여행지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를 회상하면 심란한 심경을 달래주려는 친구 K의 따뜻한 배려가 너무도 고맙다.

그리고 푼수처럼 번거롭게 한 친구들을 흔쾌히 맞아준 P 회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같이 쟈카르타 여행을 했던 친구 K는 대장암으로 먼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국회의 수장을 지낸 친구 K도 내년이면 의원 임기가 끝난다.

쟈카르타는 내게 축복의 여행지였다.

그 곳으로 여행을 보내주었던 친구 K와 그 곳에서 우리를 맞아 준 친구 P 회장에게도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인자]

세계여행을 해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여유 없게 생활하는지 실감하게된다. 그것은 경제적 이유와 남에게 지지 않고 다른 사람을 너무의식 비교하는 등 정신적 이유가 합쳐저 그럴 것이다. 이제 우리도 내려놀건 내려놓고 욕심을 줄이고 현재상황에서 만족할줄 아는 여유와 행복을 찿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자카르타등 다른 빈곤한 나라들이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까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