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차, 고감로, 홍삼정차, 도라지환, 홍화씨..
오랜 묵은 차 종류를 모두 쏟아 퇴비장에 버리면서
수확한지 3년 넘게 지난 콩 종류도 전부 쏟아버렸다.
언젠가는 먹고 마실거라며 소중하게 보관하는 중에
자리만 차지하던 것들인데, 아쉽기는 하지만 기나긴
세월이 흐르면서 맛도 성분도 변질되었을 거라 여겨진다.
아울러 아이가 즐겨 먹던 사탕과 마이쮸 등 캔디 종류도
몽땅 쏟아 쓰레기통 속으로 보내 버렸다.
냉장고 안에는 얼마나 오래된 것들이 쌓여있을까?
냉장고를 새로 들여놓는 등 보관 공간을 늘려놓아도
기다렸다는 듯 식자재들을 사다가 쟁이는 할매의 버릇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아예 이런 짓이 싫기에 자주 방문하던
할인점에를 어쩌다 한 번씩만 가주었더니 이 때가 기회라는 듯
보다 많은 것들을 사다가 꼭꼭 쟁여놓고선 틈 날 때마다 무언가
외식을 하거나 포장하여 사 먹기를 즐기니 냉동실의 식자재들은
보관 기간이 수 개월 혹은 일 년도 훨씬 넘어가기 일쑤이다.
냉동실을 열다가 얼음 덩어리가 쏟아져 발등을 찧는 건 아닐까고
별스런 걱정거리가 맘을 어지럽히며 안의 내용물을 구분할 수도 없다.
그냥 돈으로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먹고 싶을 때 먹을 만큼만
구매하여 쓸 수 있고 그게 경제적일텐데도 코스트코나 하나로마트 등
대량의 포장을 판매하는 할인점에 가기를 엄청 즐기며 원플러스원이나
세일행사로 훨씬 싸게 샀다고 흐뭇해 하면서 냉장고를 고생시키는 데
겸하여 전기요금만 잔뜩 발생시키는 작태가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어릴적부터 시장 가까이에서 자라고 여직까지 시장이 머지 않은 곳에서
살았으면서도 마치 첩첩산중에 사는 이마냥 하는 행태가 신기할 지경이다.
비교적 건강할 때에도 이러하니 혹시라도 치매끼가 발동하면 어쩔 것인가?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성격이며 낭비적인 취향이다.
이번에는 차 종류와 콩만 버렸음에도 이처럼 통쾌무비한데
3층과 4층에 다섯 대나 위치한 냉장고를 털어 오래된 식자재를
내다 버리고 나면 날아갈 듯 기분이 가벼워질 것이라 여겨진다.
일단은 냉동실을 깨끗이 비울 때까지는 일체의 외식을 거부하며
매일처럼 냉장고의 식자재를 꺼내어 요리하도록 종용해 보리라.
(얼은 식자재를 녹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는 걸 간과하지 말자.)
설령 맹물이 좁씰영감으로 변모할지라도 낭비는 삼가야 한다.
내게 맡기신 재물을 이처럼 허투루 날려버리도록 허락된 건 아닐 터이니...
때마침 추석 전에 며느리와 신나게 나다니면서 평상의 냉동실에
뭔지 알 수도 없는 것들로 공간을 가득 채운 데 이어 냉장고가 웅웅
잡음을 내면서 시끄럽더니 이제는 성애가 잔뜩 끼어버린 채 고요하다.
지 엄마 닮아 빈 페트병을 세 개나 집어 넣는 등 냉장고 채우기에
무모하게 동참하던 두째넘이 고장난 것 같다며 걱정스레 말하지만
오히려 이런 사태에 내심으로 쾌재를 부르며 방관하기로 했다.
이참에 냉장고 하나를 줄여 버려야지~♬
물자든 기계든 시간이든 돈이든 우리에게 맡기신 것 모두를
어찌하면 그분의 뜻에 합당하도록 사용할 것인지를 숙고해 보자.
그분께서 맡기신 것은 무엇이든 소중한 것이러니...
첫댓글 평상의 냉장고 10.10. 전원 차단하고 몽땅 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