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집의 유래와 의미
전각 안의 불상을 모신 위에는 집 모양의 작은 건축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이를 보통 닫집이라고 하는바 그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궁궐 정전의 어좌 위에도 이와 같은 작은 집 모형을 만들어 걸었는데, 이 또한 닫집이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당가(唐家)라고 한다.
이 닫집의 생성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인도의 일산(日傘) 설과 불교의례의 변화에서 온 것이란 설이 그것이다.
일산은 산개(傘蓋), 보개(寶蓋) 등으로도 불리는데, 이것은 한말로 햇빛을 가리기 위한 양산이다. 인도는 더운 기후 때문에 일찍부터 양산을 쓰는 문화가 발달했다. 왕이나 귀족들이 밖으로 나들이할 때는 하인들이 커다란 일산을 받쳤다. 이러한 문화가 불교에 수용되어 인도의 탑과 불상 위에는 산개가 있다. 이 일산의 양식이 변하여 닫집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궁전의 당가도 불교의 영향으로 생성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불교 자체의 의례 양식이 변하여 닫집이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다. 부처를 중앙에 모셨던 고대 불전에서는 금당이 부처님 집이었으므로 닫집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예불의례가 금당 바깥을 도는 요잡(繞匝)중심이었다가, 차츰 금당 안으로 들어가 절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마루가 깔리고 불단이 뒤로 밀리면서, 금당 안에 부처님의 집을 별도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닫집으로 정착하였다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주인공 머리 위에 양산이 받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인도의 불교와 힌두교 사원의 신상위에는 화려한 보개(寶蓋)가 씌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앞의 설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닫집은 모양에 따라 보궁형(寶宮形), 운궁형(雲宮形), 보개형(寶蓋形)으로 나눈다.
보궁형은 공포를 짜 올려 건물처럼 만든 화려하게 만든 닫집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공포 아래에는 짧은 기둥이 달려 있는데 이를 헛기둥[虛柱]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동 봉정사 극락전의 닫집이 있다.
운궁형은 공포(栱包)를 사용하지 않은 간결한 구조로 되어 있고, 불상 위 천장에 구름, 용, 봉, 비천 등을 장식하고 있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경산 환성사 대웅전과 서산 개심사 대웅전, 봉선사 금당의 닫집에서 볼 수 있다.
보개형은 천장 일부를 감실처럼 둥글게 속으로 밀어 넣은 형태인데 고대 불전에서 많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강진 무위사 극락전과 봉정사 대웅전에서 볼 수 있다. 보개형은 닫집이라고 하기보다는 보개천장으로 불리며 천장의 한 종류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미와 역할은 닫집과 같다.
그러면 ‘닫집’이란 단어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닫집이란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종래 여러 가지 설이 있어 왔다.
닫집이 ‘닫힌 집’ 또는 ‘닫는 집’이라는 주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닫는 구조의 닫힌 집’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닫집을 이렇게 해석하면 부처님이 거주하는 곳이 폐쇄적인 공간이란 뜻을 지님으로써, 중생과의 거리를 단절시키는 결과가 빚어지는 모순을 가져온다.
이 외에 ‘두드러진 집’이라는 뜻의 ‘돋집’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위에 달아맨 집’이란 뜻의 ‘달집’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닫집은 그러한 데서 온 말이 아니다. 닫집은 ‘닫+집’으로 이루어진 말인데, ‘닫’은 ‘따로’의 옛말이다. 그 용례 몇 개를 적어 보면 이러하다.
믈의 有情이 ᄂᆞᆷ과 닫 나믈 즐겨 서르 싸화 저와 남과를 어즈려 '석보상절' 9:16
(무릇 중생이 남과 따로 나는 것을 즐겨, 서로 싸워 저와 남과 어지럽게 하여)
精舍애 도라와 왼녁 피 닫 담고 올ᄒᆞᆫ녁 피 닫 다마 두고 닐오ᄃᆡ '월인석 보' 1:7
(精舍에 돌아와 왼쪽 피 따로 담고, 오른쪽 피 따로 담아두고 말하되)
알ᄑᆡᆺ 經이 잇ᄀᆞ장 ᄒᆞ시고 닫 아랫 그를 니ᄅᆞ와ᄃᆞ시니라 '능엄경언해' 4:75
(앞의 經이 이까지 하시고, 따로 아랫 글을 일으키시니라)
고어에서 ‘닫나다’는 ‘따로 나다’의 뜻이며, ‘닫내다’는 ‘따로 내다’, ‘닫 담다’는 ‘따로 담다’, ‘닫 혜다’는 ‘따로따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닫집은 ‘집 안의 집’으로서 ‘따로’ 있는 또 하나의 집이란 뜻이다.
첫댓글 닫이 따로라는 뜻이군요. 저는 절에 갈 때마다 부처님 앉아 계시는 자리 위 천장에 따로 웬 지붕이 소규모로 지어져 있나 궁금하면서도 찾아볼 마음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냥 존엄의 의미로 그렇게 해 놓은 것인 줄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서점에 들릴 때마다 석보상절 해설서를 사 모으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석보상절 전편이 현존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